저는 손승윤님의 <천도비화수>, <청풍연사>와 같은 유명작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작가분이 어떤 스타일을 지니신 분인지는 잘모르겠네요. 하지만 <열하일기> 단 한 작품만으로도 손승윤님의 필력을 익히 알 수 있었습니다. 1,2권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죠. 청어람이 디자인을 새롭게 한 탓인지 깔끔한 하늘색 표지와 책 디자인도 좋았습니다만 역시 무협은 그 내용으로 승부를 거는 것인만큼 흡입력이 대단했다는 것이죠.
조선 선비 박린이 중원으로, 특히 요동에서 연경으로 가는 행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 중심이 됩니다. 등장인물들도 꽤 많죠. 건달 형제, 뺀질한 관료, 전설적인 도둑, 강호의 기인들 등이 얽히며 유쾌한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괴짜 선비 박린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점차 긴박해지고... 여기까지가 2권까지의 내용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쓰자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무협은 경쾌하고 유쾌합니다. 박린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모두 개성적(?)이지요. 왕씨 형제, 모용휘, 장씨 영감(갑자기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군요.), 색선... 모두 정감가는 인물들입니다. 한가지 아쉽다면 이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사건들이 한 번이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몇차례 반복되다보니 조금 억지스런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양상이 굉장히 해학적이기에 다 용서가 됩니다^^. 오히려 이들이 안나오면 왠지 허전하더군요.
주의할 점 한가지. 이 작품은 상당히 므흣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 표현에도 은어,속어들이 많이 쓰이구요. 하지만 와모 작가의 묘사에서 느껴지는 천박함은 느껴지지 않더군요. 천박하고 끈적거리기 보다는 이 표현들도 이 작품의 해학성을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색선과 박린의 창기촌에서의 이야기는 조금 억지스러운 감이 있었습니다만 그 역시도 직설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느낌이었구요. 요란한 색상의 저급한 춘화가 아니라 신윤복, 김홍도의 춘화에서 느껴지는 해학과 정겨움이라고 할까요?
<열하일기>는 분명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웃음을 줄 수 있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네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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