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양심이 있으니 이 감상 글의 제목을 위해 한 마디.
“9권말에서 차원이동 밀밥 뿌린 것은 사실입니다.”
자 이제 그건 되었고, 오늘 나온 신간이기에 아직 못 본 분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적습니다.
5월 18일 경에 8권이 나왔기에, 7월 7일 오늘의 9권은 빠른 출간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빠르게 느낍니다. 그만큼 정구작가가 스토리에 얽은 실이 8권에 와 팽팽해
졌습니다.
클라이맥스에 가까워지면서 그만큼 완성도를 위해 집필이 지지부진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
정과 달리 신명이라도 난 듯 쾌속전진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퀄리티는 8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정각의 이리 튈지 저리 튈지 모르는 행보에 쫓기다보니, 작가가 이미 완결까지 시놉을 짠 상태에서
살을 붙인다는 사실을 잊을 지경입니다.
신승 9권을 아직 견식조차 못 하셨습니까?
묵직한 금덩이입니다. 책을 들어보면 손에서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그 도톰한 319페이지의 무게엔
가슴까지 짓눌립니다. 읽기도 전에 배가 나옵니다.
신승 9권의 분위기가 궁금하십니까?
향연입니다. 8권까지 쉴 세 없이 몰아쳐 정각이란 탑을 쌓아올렸다면, 9권은 이제 발휘입니다.
소모입니다. 진가입니다. 활보입니다.
도대체 뭔 주체로 그리 정의될까요? 한 권을 덮는 끊임없는 전투가 그러합니다.
싸우고 또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고 이제 쉴까 하면 또 위기입니다.
그 생사지경에서도 꿋꿋이 자기 이득을 위해 발버둥치는 군상들의 희극에 웃음보가 터집니다.
이 풍자를 신랄한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은 귀엽습니다! 깜찍합니다!
더 웃긴 상황에 처한 정각을 이제껏 보아왔으니 그들의 비극은 우스갯거리로 충분합니다.
신승 전체를 꿰는 가르침. 9권에선 더 명확합니다.
작가는 틈날 때마다 살고자 하는 욕구를 조명합니다. 삶을 탐하는 자는 목숨을 구하고, 탐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헛되이 잃습니다.
수많은 하루살이들이 개떼처럼 몰려 좌충우돌 날아다니고, 정구작가가 고용한 인물은 신바람
난 듯 방제기(防除機)를 들고 다니며 이들을 지져버립니다. 죽이는 이에겐 장난인지라 죽는 자들의
죽음 또한 덧없습니다.
죽음이 신성시되지 않고 미련의 표상이 될 따름이니 사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급부상합니다.
그렇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요. 그리고 남의 제멋대로의 오해에 얽매여
상처받는 것은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요? 그저 Break a road면 되는 겁니다. 꿋꿋이 나가면
언젠가 해 뜰 날이 오게 되어있습니다.
벗어나, 9권의 절세신마를 보니 딱 이게 떠오릅니다.
전기 쇼크 방제기 아시지요? 음식점 앞에서 벌레 잡는 기계 말입니다. 이 기계란 것이 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속사정을 알면 고개를 절래 흔들게 됩니다.
방제기의 불빛이 오히려 먼 거리에 있는 모기와 같은 해충까지 유인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벌레가 전기 쇼크로 죽으면 바이러스를 포함한 세균이 주변으로 확산되기까지 합니다.
이로 인해 해충의 밀도가 증가하게 되고 설치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와 세균이
확산되는 결과를 빚지요.
9권에서 절세신마가 딱 이렇습니다. 그는 방제기입니다. 벌레들을 모으고 또한 죽입니다.
그 이후의 일은 알 바 아닙니다. 쌓인 죄업의 파편은 고스란히 정각에게 전도되지요.
희생당하는 정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좋지만 이건 기억합시다.
그저 My way하면 되는 겁니다. 정각도 꿋꿋하니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세상에서 숱한 오해로 인해 힘든 일을 겪는다 해도 슬퍼마세요. 정각이 그랬듯,
우리도 그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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