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었는데, 인간이 뿌리내린 우주 행성의 잡다한 문제거리를 해
결하던 정예의 해병대(역시 일반 군인보다는 해병대가 우주시대에도 뽀대가 나는 것
일까? -_-;; )가 에일리언 이라는 정체불명의 괴 생명체에 몰살당하는 전투신이 인
상 깊었던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외에도 알만한 올드 유저들은 다 아는 게임
' 어둠의 씨앗 ' 이라던가 여타 B급 영화의 주요소재로 쓰였던 ' 괴 생명체의 체내
기생 ' 이라는 소재는 다 니나노 벌 같은 곤충의 특수한 애벌래 육성(희생양을 침으
로 마비시킨후 체내에 알을 낳아 부화한 애벌래의 산 먹이로 삼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 박준서 님의 ' 화산군도 ' 라는 책을 선택했을때는 설마 이런 내용일줄은 상
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외로운 절지고도에서 강호에 파란을 일으킬 소외받은 기재
들이 무공을 익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아주 전형적이고도 고루한 제멋대로의 내
용 상상을 하며 보았는데, 결과는 짬뽕시켯는데 짜장면이 배달됐을때 만큼이나 180
도 색다른 소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실망을 했느냐면 그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원땅에 한정된 자리타툼
이 빈번한 내용이 아닌, 저 열사의 사막이나 독과 밀림의 남만같은 새외에서 벌어지
는 기정과 모험담이 용솟음치는 내용의 무협을 즐겨 일독하기에 화산군도로 향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오막측한 사건들은 나를 즐겁게 했다. 또한 사실적이고도 비정
한 인간관계와 시종일관 냉혹한 일면만을 보이는 주인공 한철산의 성격과 그 성립과
정도 나름대로의 타당성과 일관성을 유지하여 보는이의 공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타 수많은 무협소설들이 그러했듯, 주인공의 능력이 정점에 다하여 숙원과
은원을 정리하려 할 때 보여지는 전지전능한 모습들이 아쉬웠다. 절망의 구렁텅이,
밑바닥 에서부터 울분을 삭이며 힘을 기른만큼 보다 계획적이고도 처절무비한 한 편
의 살풀이를 매끄럽게 보여주지 못함은 역시 소설이란 지나온 인생을 수없이 되씹어
봐야 완벽에 가깝게 쓰여진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또한 한 마리 기생체에 의
하여 높은 수양을 쌓은 고수들이 정신마저 지배당하고, 인간의 신체를 변형시켜 전
투에 적합하게 개조한다는 내용은 차라리 무협이 아닌 애니메이션이나 쓰일법한 아
직은 소화시키기 어려운 소재임을 경험케 해주었다.
그러나 작가님의 갈길은 아직도 구만리 장천이다. 그간 무협상에서 ' 고독(蠱毒) '
이란 한정되고 조심스러운 소재로 다뤄졌던 괴 생명체의 체내기생 이란 소재를 수면
으로 이끌어내 한 편의 볼 만한 무협이야기로 탈바꿈시킨, 그 역량이 앞으로의 필력
과 연륜이 더해진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 단지 나만의 착각일따름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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