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조진행님의 기문둔갑은 분명 근래 발간된 무협소설중 매니아의 눈길을 끌만한 작품으로, 기문둔갑이란 쉽지 않은 소재를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사건과 버무려 나가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기문둔갑은 그의 전작인 천사지인과 칠정검칠살도(조금 처지죠)에 이어 이제 독자로 하여금 완연한 조진행류의 흐름을 거의 완성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며 그만의 매니아층을 형성하는 단계에 이른듯합니다.
< 기문둔갑의 뛰어난 점은 무엇인가 ? >
2. 작가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
후천의 술과 선천의 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탁월한 설정은 그가 많은 공부를 했음을 알수 있다.
기환술 부분에서는 묘사가 부족한감이 있으나 앞으로 계속 이야기가 풀어질것으로 보이며 지나친 비약을 하지 않으면서도 무림맹주 이정갑과 13태상의 갈등, 시체털이 화선지와 도독 황보현의 등장, 흑점인 상선반점등의 등장은 에피소드적인 재미를 더해준다.
3. 수월하게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기문둔갑을 읽으면서 독자로서는 내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던바 2권을 일독하고 느낀것이 작가가 의도적으로 글을 쉽게 쓰 나갔다는 것이다.
이는 매니아에게는 일견 부족감을 느끼도록 할지 모르나 대다수의 독자가 쉽게 작품을 접하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 강력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얕은 지식과 일천한 필력으로 인한 쉬운 글과 작가의 의도적인 쉬운글은 훈련된 독자라면 충분히 파악할수 있다.
4. 작중 캐릭터의 면면이 살아 있고 사건과 스무드한 매칭이 이루어진다.
작중 캐릭터의 고유속성 부여실패와 캐릭터의 사건매칭부분은 일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무협소설의 대다수가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부분이다.
독자는 이점에서 몰입이 어렵고 참지 못하게 된다.
기문둔갑은 주인공인 왕소단은 물론 그의 주변인물들과 상대역, 심지어는 흑점주인 고중량까지 캐릭터의 고유속성을 부여하는데 비교적 성공했고 이들을 사건과 연결시키는데 큰무리가 없다.
캐릭터의 집중과 분산이 비교적 잘 이루어져 있어 독자는 쉽게 스토리에 몰입하고 주인공과 행보를 같이할수 있다.
<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
5. 갈등의 부족한 처리
유서깊은 재상가인 청선부의 장자가 과거를 통한 관리로 진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가문과의 연을 끊고 축출돼야 할 정도라면 이는 엄청난 갈등이 발생하는 사건이다.
작가는 여기서 청선부와 그에 속한 구성원이라는 환경 갈등은 물론 아비인 가주와의 인물 갈등도 크게 묘사함이 없이 밋밋하게 지나가 버린다.
또한 약혼년인 백리소저와의 갈등부분도 마찬가지다.
이부분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소설작법상의 생략과 건너뛰기의 한수를 썼는지도 모르나 스토리 진행상 부족한 감을 주는것은 분명하다.
6. 수련과정의 묘사 부족
기문둔갑의 홍연36결 주해는 현대의 작은 활자체로 풀어도 수천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된다.
1권에서 왕소단은 홍연진결에 심취해 차기가주직까지 박탈당하고 가문에서 축출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 1권 어디에도 그가 미친듯이 홍연진결을 파고드는 내용이나 수련하는 장면이 없다.
단순히 수천장의 부적을 그린다는 언급만 있다.
예를 들어 기문둔갑을 행하기 위한 부적을 그리는 것은 인간사 길흉화복을 다루는 역술인 육임의 부적을 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다.
기문둔갑은 천둔,지둔,인둔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이자 술법으로 한장의 부적으로 영적,물리적 효과를 낼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 왕소단이 부적을 그리는 장면을 충분히 묘사하고, 제대로 된 부적재료인 괴황지와 경면주사 술법붓등을 만들거나 구하는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기문둔갑의 어려움이나 신비성을 보다 독자에게 강하고 쉽게 어필할수 있었을 것이다.
수련과정을 에피소드식의 가벼운 터치로 독자에게 좀더 친근히 다다갈수도 있을것이다.
7. 몇몇 장면에서 설정의 정교함이 떨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천산장에서 모산노모의 기환술에 당한 태허가 무림맹에 돌아왔을때 진법의 달인인 총군사가 아무것도 모르고 신입 군사인 왕소단에게만 의지하여 묻는 장면이다. 진법역시 기환술에 통달하지 않고는 경지에 이를수 없다.
이는 작가의 잘못된 설정으로 보이며
백화평에서 이정갑이 모산노모의 진법에 당하여 도망친후에도 진법에 달통한 총군사가 백화평에 대한 사소한 조사도 없이 막무가내로 결전에 응한것도 스토리의 흐름을 어색하게 하는 부분이다.
1권에서 여자 손목도 잡아 보지 못한 왕소단이 단지 기원에 보낸 요령부득의 연서로 인해 파락호로 소문이 퍼졌다는 설정역시 정교함이 떨어지는 어색한 설정으로 아쉬
운 부분이다.
8. 주인공의 내면갈등의 묘사 부족
왕소단은 대현은 대우라는 말처럼 1권에서 멍청한듯 그려지고 있다.
그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 가주직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부친끼리 혼약한 백리소저에 대한 관심이 없는것도 아니다.
그는 실제 멍청한 사람으로 설정된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어떤 내면의 갈등도 별로 없이 상황이 되어가는 대로 그냥 가주직을 포기하고 백리소저의 눈밖에 벗어나는 행태를 보인다.
그후 2권에서도 확고한 어떤 생각도 없이 그냥 맹하게 무림맹으로 들어가는 행태를 보인다.
주인공의 내면 갈등 고찰 부족이 기무둔갑의 가장 취약한 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9. 나가며
기문둔갑은 위에서 논한바의 장점과 아쉬운 부분을 아울러 가지고 있으나 누구나 쉬이 읽을수 있고 몰입할수 있는 충분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어 일독을 권합니다.
에구구 늦은밤이 되어 제가 제대로 썼는지 저도 헷갈립니다.
아무래도 내일 좀 글을 다듬어야 할듯합니다.
부족하더라도 읽으시는 동도님들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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