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한테는 대단히 실례된 말이지만, 나는 이 소설이 어디서 베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건 괜한 의심이 아니라 그만큼 재밌었다는 말이다. 아니 그럼 이 정도 글재주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단 말이냐 하고 묻는다면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휘둥그레질정도로 놀랐다는 말이다.
이 책은 도교와 불교사상, 동양철학을 넘나들면서 옛 고전의 奇事幻談류의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망자의 검에 대한 독자들의 기호는 제각기 다를 수가 있다. 재밌다고 느끼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니까말이다. 단유생의 性情이나 무섭도록 철저한 두뇌의 鬼王의 인간적 약점이나 허무한 종말등은 이야기의 약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물들의 개성은 비교적 뚜렷하게 살아있고, 우리가 옛날이야기에서 자주 본 것 같은 선악의 뚜렷한 대비와 권선징악이 생생하다.
생각해보면 내용이 유치하기도 하고 황당한 것도 같지만, 전혀 신파적이지 않고, 적당히 교훈적이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맵시가 여간 재밌지 않다. 추리적인 스타일, 빠른 전개, 경쾌한 액션이 이 책의 자랑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 재료가 되는 소재의 환상적인 것이 더 흥미진진하다. 신선이 등장하고, 요귀와 심지어 지옥의 명부사자까지 등장할 정도로 만화스럽고, 과장이 심하지만, 그래도 재밌다.
재미앞에서는 리얼리티도 소재의 제약도 이야기 스타일도 다 소용없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요즘 출간되는 무협소설의 수준에 대해서 자꾸 놀라게 된다. 좌백이나 이재일님은 말할 것도 없고, 무협작가들이 어디서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꾸며갖고 나온단 말인가.
우리가 옛적에 천녀유혼이니 동방불패니 하는 홍콩무협영화를 무수히 접했지만, 그 수준이 지금보다 높다고 볼 수 있는가. 홍콩영화는 스스로의 유치함에 빠져서 自滅해 버렸다. 그 유치함을 깨고 새로이 등장한 무협소설이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 무대가 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과연 무협작가들은 중국이 잃어버린 꿈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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