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니지만 말야...
백야 작가의 글 서문을 보면, 글이 뭔지 모른다고 했다. 무협이 뭔지
모른다고 했다. 나 또한 우매해서 그 말의 진위 여부를 글 읽는 내내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는 장담할 수 있다. 문장을 이해하
고 있다는 것. 그의 문장은 정말 군살 혹은 쓸데없는 근육이 없는 이상
적인 육체를 지닌 남자의 몸매와 같다. 딱 필요한 것만 갖춘 그 문장의
묘란... (문장의 묘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느꼈다.. 헤헤^^)
2권 중반까지인가, 조금은 낫선 이야기 전개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비밀 조직이 없어 보여서 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스토리가 나오지 않아
서 인지, 지루한 감이 조금 있다. 사실 지루하다기보다 뭔가 평화롭다.
눈이 부릅떠졌다기보다 반개한 상태에서 읽은 소설같다. 굳이 성격이
정반대되는 소설을 꼽으라면, 삼류무사다. 삼류무사는 감정이 휘몰아치
는 소설이고 그에 반해 '바람 태양'은 뭔가 담담하다. 급류와 호수의 차
이 같다고나 할까? 나는 너무나 좋았다. 읽는 내내 그 편안한 분위기
란...
작가 백야를 보면 마치 능수능란한 사공이라는 느낌이 든다. 조그만
배 위에 내가 앉아있고, 백야님이 배를 젓고 있다....
이 작품에는 몇몇 단점들이 있다. 일단 신비 단체가 초반부터 없다는
거다. 뭐라 그럴까... 강호의 신비함이 없어 보인다고 해야하나? 흔히
강호는 넓다고 하는데, 이 글의 초반부를 읽다보면 강호가 너무 좁아보
인다. 또는 극초반에 마맹의 맹주가 죽는 부분은 한 시대를 풍미한 영
웅이 죽는 장면치고는 너무 평화롭다.
하지만 2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그런 점이 싸그리 사라진다. 강호
가 넓어진다! 여타 소설이 어둠에 가린 신비 단체를 소설이 진행되면서
파해치는 격이라면, 이 소설은 진행되면서 점점 행방이 묘연해진다. 여
기서 이야기 진행 방식이 엄청난 진가를 발휘하는데... 무림일통이라는
사람들의 소망을 중심으로 숨어있는 음모들을 중심으로, 소설 중심인물
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 갈등 구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들추는 과거
가 맞물린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초반에 지루했던 댓가로 궁금증을
2배로 배가시킨다.
내가 한 설명은 내가 봐도 이해 못 하겠다. 표현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어쨌든, 앞이 재밌었는데... 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 요즘 나오는
무협 소설들과 달리 정말 뒤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내용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모두 다른 입맛을 가
지고 살아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화창한 날씨에 배타고 싶으면... 혹은
다윗의 몸매를 보신 적이 없으시다면... 백야님의 소설 '태양과 바람' 읽
어보는 것도 좋지요...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
장일이 다리 위에서 죽는 장면. 그리고 진시황의 무덤에서 남궁창인
(?)이 진시황 옷을 눈물과 콧물로 얼룩지게 하는 장면.
이렇게 재미난 소설 읽어본 적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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