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쉿! 강시]를 사들고 집에서 차분히 읽어보았습니다. 이렇게 한 번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써보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먼저, 소재는 참신하지만 다시 읽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소재가 좋은 소설입니다.
내용을 말 할 필요는 없고, 이미 1권이 넘는 분량이 이곳 고무림에 연재되었던 적이 있기도 해서 설명 없이 글을 쓰겠습니다.
강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협은 뫼에서 나온 [시객屍客]이 있습니다. 진산마님도 써보려고 했는데, 이 글을 보고 소재가 같아서 포기했다고 하시더군요. 참고로 제목을 아강시(나는 강시)라고 정하기까지 하셨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내용이 같은 것인지 그 소재가 같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시객의 경우 천하무적 강시가 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단지 소재만 강시가 나올 뿐 무와 협이 어우러지고 그곳에 인간들간의 이야기, 음모와 배신, 애욕이 어우러진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무협입니다.
지금도 저의 책장에서 한 달은 뭐해도 두 달에 한 번에 제 손에 들려지는 책입니다.
쉿! 강시의 경우에는 무도 없고 협도 없으며 단지 인간관계와 인과관계만이 나옵니다. 무협에 무와 협이 없다는 표현은 극악으로 들리고 말이 안 될 수 있지만, 마치 80년대 홍콩 느와르 물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조용히 은퇴하려고 하는 한 노인이 과거 자신과 연계된 인물의 후인을 맞이한다. 그 후인에게 묘한 동정심을 느끼고 그 동정심을 쫓아 그 후인을 어떤 성과로 이끄는데 다른 조직과의 마찰에 끼어들어 서로 치고박고 총질하며 싸운다.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장면 장면이 이런 영화들의 한 장면과 비슷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런 장면을 그대로 서술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건 칭찬임과 동시에 비난이 되는 거지요.
훌륭한 상황묘사와 그 상황을 받혀주지 못하는 개연성.
우리가 과거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며 가장 많이 느낀 감정, 영화가 끝나고 나오며 저것들, 왜 총질하고 싸웠냐? 바로 이것입니다.
작가는 훌륭한 소재로 재미있는 글을 만들었다는 것에는 이견을 달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협이라는 테두리에서 이 글을 보자면,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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