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 옆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기차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 여행의 종착역은 상당히 멀었고, 그 때문에 나는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잘 체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처음 말을 건 것은 내가 잠 잘 체비를 막 끝내고 잠이 든다고 느껴질 때 즈음, 그러니까 기차가 막 소년 역에 도착할 때 즈음이었다.
"삶은 계랸 하나 드실래요?"
그는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표정으로 삶을 달걀을 내게 내밀며 물었다.
나는 잠을 깨운 그에게 짜증이 났지만, 여행 처음부터 악연을 만들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삶은 계랸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삶은 계란으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실은 말이죠. 배가 고파서 계란을 세 줄이나 사버렸는데, 그게 양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거의 다 먹긴 했는데, 마지막 하나는 도저히 들어가지가 않더라구요. 이걸 가방에 넣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군. 참 난처했다구요."
그가 쏟아낸 말들을 주어담아 본 결과 알게 된 점은, 그는 솔직함이 과해 주고도 욕을 먹는 타입이란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의 그런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웃음이 났다.
"그럼 음료수 좀 드실래요? 목 메이실텐데."
나는 앞 좌석 그물망에 넣어두었던 오렌지 음료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아, 감사합니다."
그는 환한 웃음으로 체워진 얼굴로 음료를 받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는, 받고도 욕먹는 타입이군.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흐뭇한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게되었고,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는 언제나 그의 바보같은 솔직함으로 시작되었고, 내 흐뭇한 웃음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기차는 어느새 불혹 역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내려야 겠군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얼굴엔 어느새 처음같은 해맑음은 사라지고 오랜 여행의 피로만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그의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벌써 내리시나요?"
"네, 이 역이 제 종착역이니까요."
그는 환한 웃음 대신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고, 이어 선반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 역은 불혹, 불혹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평안하십시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전 이제 갑니다."
그는 안내방송이 끝나자 짐을 등에 메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는 뒤따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이상하게도 발은 움직여주질 않았다. 마치 아직은 내릴 때가 아니라고 말하 듯이.
"평안한 여행되세요."
그가 작별인사를 던짐과 동시에 끼이익-하며 기차가 멈춰섰다. 이내 그가 기차 밖으로 멀어져 갔다.
나는 그가 사라진 열차 복도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외로움이 가슴을 옥죄어왔다.
"후…."
나는 작게 심호흡하며 애써 외로움을 쓸어내렸다.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기차는 어느새 불혹 역을 떠나가고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종착역이었다.
갑자기 삶은 계란이 먹고 싶어졌다.
우와, 참 못 썼네요.. 변명의 여지도 없이 못 썼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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