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려제국기를 쓰다가 맞닥뜨린 것인데요. 바로 ‘못하다’와 ‘못 하다’입니다.
쓰면서 늘 헷갈렸던 것인데 사전을 찾아보니 정확하게 알겠더군요.
일단 사전적으로 ‘못하다’는 꽤 여러 가지 형태로 쓰입니다. 동사, 형용사, 보조동사, 보조형용사 등으로요. 굳이 문법적으로 따지 않더라도 그 의미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못하다’의 용례를 모르시는 분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못’이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동사, 형용사를 꾸며 의미를 확실하게 해 주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못 하다’라고 쓸 수도 있습니다. 다음 예문을 보시면,
“아직 식사를 못 했다.”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다.”
둘 다 맞는 표현입니다. 위의 경우 '먹다'의 의미로 사용된 ‘하다’의 부정으로 ‘못’을 썼고, 아래의 경우 아예 ‘못하다’를 썼습니다.
저 두 문장을 반대 의미로 적어 보면, “이미 식사를 했다.”가 되겠군요.
위의 문장에서 ‘못 했다’를 ‘못했다’로 쓰면 틀립니다. 아래 문장처럼 ‘하지’를 꾸며 주는 보조 동사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하지’가 빠진 이상 ‘못하다’가 동사이거나 형용사여야 하는데 동사이건 형용사이건 ‘못하다’에는 ‘밥을 먹지 않음’을 의미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면,
“그녀는 노래를 못해.”
“그녀는 노래를 못 해.”
같은 듯 다른 문장이죠? 위의 문장은 ‘그녀는 노래를 못 부른다.’는 의미이고, 아래 문장은 ‘그녀는 (목이 아프거나 기타 사정으로) 노래를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별 차이 없어 보이는 띄어쓰기라도 명확히 알고 쓰지 않으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뭐, 그렇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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