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문피아 서버에서 게임톡을 하는 와중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잠깐 보자구요. 그 때가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흔쾌히 OK하고 잠옷 위에 가디건만 걸치고 밖에 나갔어요. 잠깐 얼굴만 보는 거라 생각했거든요.
밖에 나갔더니 친구는 자기네 집 차가 아닌 낯선 승용차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얘네 집이 차를 바꿨나? 이 생각을 하며 친구에게 다가갔는데 친구가 어디 가자고 합디다..
차에 타있는 애들을 보며 누구냐고 묻자 친구들인데, 일단 가자고, 이렇게 얘기하는데, 뭔가 난처해보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어쩌다 승차하게 됐어요.
잠옷차림으로 나와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남정네 두 명이 이끄는 차에 친구와 저, 이렇게 둘이 남겨지니 불안한 거예요. 게다가 제 휴대폰은 베터리 잔량이 3%만 남은 상황이었고요. 애써 태연한 척, 어디가는 거냐고 물으니 자동차극장에 영화 보러 가는 거래요.
가는 도중에 친구 폰으로 메세지를 적어가며 열렬한 대화를 했어요. 차마 입밖으론 화를 못내겠어서 그렇게 친구와 조용한 대화를 했어요. 적어도 어떤 상황인지는 문자로라도 미리 얘기해주지 그랬냐 부터 시작해서 기타 등등이요...
정말 무서웠던건 이 놈아들이 진짜-_- 차를 개무식하게 몹디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 진심. 뒤에서 안전벨트를 매고는 꼭 붙잡고 있었어요..
영화를 본 후에는 집에 무사히 데려다 준다고는 하는데, 저는 처음 본 사람들이잖아요. 아무리 제 친구의 친구라고 하지만 생판 모르는 남이고, 말투며 행동, 그리고 차를 모는 것까지.. 어디 하나 괜찮아 보이는 구석이 없어서 이미 그 아이들은 제게 나쁜 놈들로 낙인찍혔었어요.
게다가 친구랑 메세지로 소리 없는 대화를 하는 도중에 저 놈아들이 친구를 불러낼 때 집앞에서 계속 부릉부릉 거렸다는 문장 그 하나로도 충분히 개X끼로 인식했거든요.
하지만 돈도 없고, 베터리도 없고, 심지어 옷차림마저 잠옷차림이라 (얇고 하늘거리는, 무릎 조금 위까지 오는 기장의 연두색 나시치마) 차에서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일단 어떻게 하나 보자는 심정으로 그 난폭한 운전을 꾹 참고 자동차극장에 도착하길 기다렸어요.
자동차극장에 도착해서 그 놈아들 중 한 명이 매점에 다녀온다길래 만약에 알콜이 1%라도 들어있는 음료 사오면 무조건 친구 끌고 나오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차에 전투태새를 하고 앉아있었죠.
그런데 다행히 탄산음료랑 오징어만 사오더라구요.
흠흠, 사실 영화는.. 재밌게 봤어요 *-_-*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집에 가는데 출발은 안하고 술마시러 가자 이런식의 얘기를 하는거예요. 그리고 (서로 같이 아는) 또 다른 친구를 부르라고, 전화 안하면 안간다는 식으로 계속 능글맞게 구는데, 속으론 당장이라도 우산으로 머리를 찍고 친구를 데리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수 십번, 수 백번을 했어요.
혹시 몰라서 오빠한테 깨어있어라고, 전화기 붙들고 있어라고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확답도 받았지만 그래도 너무 초조했어요.
다행히 그렇게까지 나쁜 놈들은 아니었는지 집에 가자는 입장을 고수하자 정말 모셔주긴 하더라구요. 물론 바로 집앞에서 차를 세우지 않고 그냥 근처의 다른 곳에서 내렸지만요.
후.. 지금은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 보시는 것처럼 분노의 타자질을 하고있네요.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이랑 전후사정도 듣고... 앞으론 이런 일 없을 거라는 확답도 받았어요.
그리고 뭐, 저에대한 얘기는 일절 안했다니 저는 친구를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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