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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황의건.김여진.이송희일.진중권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08.28 15:13
조회
2,215

김여진이란 정치색 강한 연예인이 있다.
그녀의 정치색을 황의건이란 게이가 공개적으로 비난하였다.
이에 김여진은 '당신은 나를 조롱하지만 나는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고 대범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송희일이란 또다른 게이가 '평소 우리에게 힘을 보태어 주는 고마운 분에게 싸가지없이 굴지 마라'고 일갈하였다.
그러자 황의건은 '그래도 나는 내 소신을 버릴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이에 다시 진중권이란 논객이 그건 너무 낡은 패션이라고 패션계에 몸담은 그의 직업을 빗대어 조롱하였다.


....이상이 사건의 개요다.
우선, 김여진이 취하는 정치적 입장 대부분에 내가 공감한다는 사실부터 밝혀 둔다.
그 점에서, 김여진의 정치색을 비난한 황의건의 발언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연예인도 정치 활동 할 수 있는 거다. 처음부터 이런 사람들만 정치를 해야 마땅하다는 부류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김여진의 이름을 빗대어 여진족이라 부르거나 국밥집 여자 같다거나 하는 소리는 엄연히 인신공격이다.
'당신 본업인 연기나 잘하라'는 요지의, 김여진에 대한 그의 생각 자체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 생각을 굳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한 개인에 대한 공격에 속한다.
김여진이 드러내는 정치색의 내용을 놓고 공격한다면 모르되 단지 그녀가 정치 활동을 하는 일 자체를 공격한 것은 황의건이 잘못한 거다.
그녀가 정치 활동을 하건 않건 그건 당사자가 선택할 문제이니까.


그런데 황의건의 이런 공격에 대한 김여진의 반응은 어떤가.
  ㅡ당신이 지금까지 국밥집 아줌마와 뜨지 못한 배우들과 시위하는 사람들을 어떤 차별의 마음으로 대해 왔는지 알겠다. 그래도 당신이 차별 받을 때 함께 싸워 드리겠다.
김여진의 직접적인 발언을 찾지 못해 정확하게 옮길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다.
문제는 차별이란 단어다.
  ㅡ당신 역시 차별 받는 사람 아닌가. 어째서 다른 이들을 차별하는가.
요컨대 김여진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말 자체는 옳긴 한데 이 말이 여기서 왜 나오는 걸까?


김여진이 국밥집 여자 같다는 황의건의 조롱은 그녀에게 연예인다운 화사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일 뿐 국밥집 여자를 차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김여진이 본업인 연기를 등한시한다고 눈살을 찌푸린 것이지 뜨지 못했다고 타박한 게 아니었다.
시위 활동에 대한 핀잔은, 김여진의 시위들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옹호란 점을 생각할 때 결국 차별의 확산에 일조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차별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김여진이 차별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은 황의건이 게이이기 때문임이 명백하다.
그의 공격에 응수하는 손쉬운 방편으로 그의 성정체성을 들먹인 것이다.
여기서 정작 차별의 마음을 드러낸 것은 김여진 쪽이라 하겠다.


물론 황의건이 잘못하긴 했다.
자신을 건드리지도 않는 상대를 자기 쪽에서 먼저 공격한 것도 잘못이었고, 그런 공격이 나오게 된 그의 정치관 역시 올바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성애자들 중에도 올바르지 못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무수히 많은데 게이라고 해서 반드시 올바른 생각을 가지라는 법은 없다.
황의건의 정치관이 고약하면 그 고약한 부분을 문제삼으면 되지 그의 성정체성을 문제삼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도 게이는 차별받는다.
이성애자가 수구적 발언을 하면 그저 꼴통스럽다는 욕을 먹을 뿐이지만 동성애자가 같은 모습을 보이면 성정체성을 공격당한다.
  ㅡ수구적 발언을 하는 게이가 그 정도로 욕을 먹는데 하물며 '좌빨스러운' 발언을 하는 게이는 얼마나 욕을 먹겠는가.
여기서 이런 반문이 나올 법한데, 그건 엄연히 또다른 문제다.
그리고 반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이가 나타내는 차별의 모습과는 달리 진보적 생각을 가진 이에게서 발견되는 차별의 모습은 더한층 씁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의건ㅡ김여진 사태를 지켜본 이송희일의 반응 또한 조금은 씁쓸하다.
황의건에 대한 김여진의 차별적 태도를 그는 정말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평소 자신들에게 지지를 보내 주었던 사람이니 그 정도는 감수하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가벼운 차별은 차별로 여겨지지도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의 동성애자들의 현실이 팍팍하다는 얘기일까?
아무튼, 김여진이 황의건의 성정체성 문제를 불필요하게 건드렸던 일을 무심히 넘어간 부분을 제외하면 이번 사태에 관련한 이송희일의 발언은 대체로 옳다.
황의건이 게이라고 차별받을 때 위로해 줄 사람이 국밥집 아줌마 같은 시민들이라는 말은 좀 의심스럽지만(시민이라고 정치성이 느껴지는 분류를 해봤자 결국 그 내용물은 대중일 테고, 대중은 으례 성차별적인 법이니까), 사회적 소수자는 다른 약자들과의 연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은 백 번 옳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일차전이다.
이송희일.조광수 등 게이 인사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맹렬한 비난에 부딪혀 잠시 주춤하던 황의건이 자신의 트위터의 프로필을 바꾸면서 이차전이 시작된다.
 ㅡ'여진족이 싫어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이야기했다가 대한민국 최악의 게이가 된 사람. 그리고 소신을 저버릴 수 없는 사람.

공산당이 싫어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나름 천진하다고나 할까.
성적 커밍아웃에 이어진 정치적 커밍아웃에 해당되는 이 발언을 두고 그 유명한 진중권이 나서서 독설을 연속으로 쏟아낸다.
  ㅡ패션 감각하고는... 그건 황건족 패션인가요? 황의건 씨, 프로필 바꿔 줘요. 무슨 패셔니스타가 21세기에 고무신 신고 콩사탕 소년을 합니까. 그냥 하던 대로 'the most famous Korean marketing and PR, & BITCH gay' 하세요.
  ㅡ가스통 할배, 고무신 콩사탕, 선글라스 권총... 더 모스트 페이머스 패셔니스타가 추천하는 21세기 패션. 죽이네. 워우, 아방가르드해요.
  ㅡ내 참, 영어로 더 모스트 페이머스 게이 패셔니스타하시던 벤자민 황이 고무신 신고 한국말로 "콩사탕이 싫어요"라고 외치는 황승복 어린이라니, 이런 아방(가르드)한 반전이...
  ㅡ이성애자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질도 있듯이, 게이들 중에도 저질이 있지요. 성 정체성이 무슨 훈장이나 되는 듯 프로필에 박아놓고 PR을 해대는... 어느 비위가 섬세하신 분의 트윗에 갔다가 프로필 보고 역겨워서 한마디 해봤습니다. 어느 특정한 게이에 관한 트윗이었습니다.


틀린 소리들은 아니다.
공산당 운운함으로써 황의건은 김여진의 정치 참여를 고깝게 여기는 그의 시선이 그의 꼴통스러운 정치관에서 나왔음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하지만 적어도 진중권 정도의 지지자들을 거느린 사람이 그렇지 못한 일개 개인을 상대로 그렇게 정색을 하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일은 조금 불공정한 플레이가 아닌가 싶다.
뭐, 자기는 소신을 버릴 수 없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힐 권리가 황의건에게 있다면 그에 반대되는 소신을 밝힐 권리가 진중권에게도 역시 있기는 하다. 그리고 넷 상에서는 체급이고 뭐고 없기도 하고.
아무튼 진중권의 발언에 태클을 걸 생각은 없다.
틀린 구석이 없는데 무슨 태클을 걸겠는가.
다만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진중권의 그런 발언들이 다분히 대중에게 영합하는 듯한 기미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가만 돌이켜보면 진중권이 지금까지 표명한 의견들은 물론 그 자체로는 모두 옳은 소리들이긴 하지만 결국 대중에 영합하는 소리들이었다.
소수의 편에 서서 옳은 생각을 밝히는 일이 대중에게 영합하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은 곧 그만큼 우리 사회가 후진적임을 ㅡ진보적인 여론은 이미 다수를 점하고 있는데도 그 다수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주류 세력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음을ㅡ 증명하는 것 아닐까.


어쨌거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비록 황의건의 발언이 잘못되었고 그를 향한 진중권의 조롱이 그 자체로는 옳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논객이자 권위를 인정받는 평론가가 무명인에 가까운 한 개인을 겨냥하여 공격하는모습은, 그리고 그 평론가를 떠받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같은 목표물에 같은 내용의 공격을 퍼붓는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익명의 대중이 한 개인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광경은 항상 나를 두렵게 만든다.


내가 궁극적으로 혐오하고 반대하는 것은 포퓰리즘, 그리고 그 지향점인 전체주의다.
그 포퓰리즘의 표출이 옳은 형태를 띠고 우리가 동조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포퓰리즘 자체는 경계해야지만 한다.
물론 대중이 옳은 경우도 있긴 있다. 아니, 그런 상황은 꽤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대중과 함께 같은 소리를 외치면서도 포퓰리즘에 함몰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족할까?
족하든 부족하든 다른 방도가 없다고 본다.
포퓰리즘과 정면으로 부딪혀 싸우는 일은 도대체가 무용한 일이다.
나 같은 무명 개인이 단독으로 다수 여론에 맞서 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수 여론과 싸우는 유일한 길은 그 여론과 반대 방향의 여론을 이끌어내는 것일 텐데, 그렇게 응원하는 다수를 등에 업는다면 그건 또다른 포퓰리즘 아니겠는가.
포퓰리즘에 대한 유일한 양식 있는 반응은 '그래도 난 당신들을 경멸하노라' 하고 마음에 새기며 묵묵히 지나가는 것이리라.


Comment ' 2

  • 작성자
    Lv.99 애호가
    작성일
    13.09.11 13:41
    No. 1

    황의건의 국밥집 발언에는 충분히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지요. 당신은 배우지만 국밥집 아줌마처럼 '촌스럽고 사회적지위가 낮다'라는 평가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평가가 들어가 잇지 않다는 전제하에 논리를 전개하시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3 08:37
    No. 2

    김여진을 국밥집 여자 같다고 말하면서 황의건이 그녀를 촌스럽다고 빈정거리긴 했지만 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보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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