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삶을 대하는 두 가지 인간형ㅡ즉 아폴로 형 인간과 디오니소스 형 인간을 그리고 있다.
젊었을 때 나는 내가 골드문트 형의 인간이라 생각했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쉽사리 감정에 들뜨고....등등.
물론 그런 모습들이 내 기본 얼굴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갈수록 내 속에 나르치스 적 인간이 차츰 도드라지는 것을 나는 발견하게 되었다.
여전히 충동적이고, 신중한 태도와는 거리가 멀지만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나는 내 정념에 마냥 휘둘리지는 않는다.
격렬한 정념이 나를 휩쌀 때에도 그것이 나를 움직이는 일을 냉정한 태도로 허용하는 또하나의 내가 저 밑바닥에는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내 속에 들어 있는 골드문트와 나르치스, 그 둘 중 어느 편을 내가 더 신뢰하는지 사실은 내 자신도 알지 못한다.
아무튼 그 둘은 모두 내가 무던히도 사랑하는 인간들이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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