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범죄자들에게 분노가 들기보다는 아찔한 소름감이라해야할지 혼란스러운 씁쓸함이라해야할지 뭐라 정의내리기 힘든 감정이 듭니다. 그 범죄자들에게서 저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제 행동과 범죄자들의 행동이 비슷하다 수준이 아니라, 제가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좋게 흐른 미래의 저가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전 어려서 집에서는 극심한 가정학대에 학교에서는 극심한 왕따를 받았었는대, 그것때문에 대인기피증이 생겨서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사람의 얼굴을 보면 머리에서 생각이 사라지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대 집으로 돌아오면 말못할 극심한 분노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못 나갑니다. 사실상 집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죠.
그런 저의 무의식에는 덩어리진 분노가 있습니다. 어려서 아빠한테 별 사소한 이유로 얻어맞거나 또래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극심한 외로움속에서 흘리지 못했던 눈물과 내지못했던 화들이 그냥 안에 쌓여있는 것이지요. 이 분노는 아무런 이유없이 의식으로 가끔 분출되곤 합니다. 그럼 파괴충동이 생깁니다. 그냥 뭐든지 눈에보이는대로 때려부시고 싶습니다. 물론 제 의지가 제어를 하니 때려부수지는 않지요.
그런대 가끔 감정이 아주 격렬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빠와 말다툼 했을 때가 가장 최근의 일이였네요. 이 격렬해진 감정이 덩어리진 분노를 끄집어내면 전 저 스스로의 통제권을 잃습니다. 평상시 파괴충동이 충동 -> 의지 -> 행동이라면 이럴 때 파괴충동은 충동 -> 행동입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정말 말 그대로 저는 원하지 않는대 몸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만약 제 손에 칼이 들려있었다면(안 들려있어서 천만다행이였죠) 그날 전 아빠를 찔렀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그나마 장기간의 심리상담덕분에 서서히 문제가 해결되어가고 있고 나름 미래에대한 희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지금보다 더 안좋은 미래로 향했다면 저는 아마 뉴스에 나오는 범죄자들중 한명이 됬을겁니다. 어떻게 아냐면 그냥 압니다. 정말 가까운 순간까지 간 적이 여러번 있었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그냥 사악하고 아무런 가치도없고 오로지 죄다 모아가지고 불태우거나 약먹여서 사형해야하는 괴물인걸까요. 제가 지금의 저가 된 것은 결국 제 유아기 때문입니다. 겨우 초등학생이지만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너무나도 힘든대 도저히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영원히 제가 진짜로 죽을 때까지 계속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물론 도와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진정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아주고 도와주려 한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 빼고는 심리상담 할 때까지는 결국 한명도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자살충동이 들었고 자살에 정말 가까운 순간까지 간 적도 있었는대, 죽고 싶어서 자살하려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이 고통과 절망을 끝낼 방법이 자살말고는 보이지 않아서 자살하고자 했었던 것입니다. 비록 두려움때문에 50번정도 있었던 자살시도중 단 한번도 직접 실행하진 못했는대 그럴 때마다 진짜 제 존재가 지워지는듯한 자괴감과 절망감이 들었습니다. 자살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 모든 고통과 절망이 끝날 것 같아 기쁘기까지 했는대, 자살을 할 수 없음을 깨닫고나니 결국 이 고통과 절망이 끝날 유일한 길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거든요. 저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에요. 최소한 그때는 그렇게 보였죠.
만약 이런 제가 살인자로 자라났다면, 그것은 결국 사회와 대중이 지나가면서 제 위에 툭툭 던진 오물들이 쌓이고 쌓여서 한명의 괴물이 태어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해서 범죄자 처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이 참 재밌는게, 피해자가 가해자가되면 누구보다도 독하고 자비없는 가해자가됩니다. 범죄자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저는 범죄자가 체포되고 처벌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범죄자를 보면서 저 범죄자는 태어나면서부터 범죄자로 태어난 인면수심의 악마라 생각하기보다는, 결국 사회의 추악함이 사람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하고 한번씩 생각만이라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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