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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낯선 여인과 함께 보낸 한나절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10.21 22:28
조회
2,170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 육 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루 휴일이 나왔다.
열흘에 한 번 정도 도서관에 들르는 것을 제외하면 오로지 집과 일터 사이만을 오락가락 하던 생활에 어지간히 신물이 나 있던 터라 근무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기차역으로 달려갔다.
행선지는 낙동강 역ㅡ  이상하게도 작년 한 해 철도를 이용할 일이 자꾸 생겼었는데, 기차가 그 앞을 지나칠 적마다 '이런 곳에서 살았으면' 싶던 고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찾아간 그곳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 궁벽진 시골 동네에도 드디어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내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전원 카페니 레스토랑이니 하는 것들이 하나둘 들어서서 원래 지니고 있던 한적한 분위기를 망쳐 놓고 있었다.
하긴 내가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았던 후로 세월이 10년도 더 지났으니까.


무더운 날이었다.
바람 한 줄기 없고, 모든 사물이 추욱 늘어져 정지해 있는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나 하나뿐인 것 같았다.
낙동강과 철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어귀로 조금 걸어들어가다가, 길가의 구멍가게 앞에서 어정거리는 여자들에게 혹시 이 부근에 폐농가가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것이 내가 오늘 낙동강 역에 온 목적이었다. 내가 들어가 살 만한 폐농가를 알아 보는 것.
물론 적당한 매물이 나와 있더라도 당장 구입할 자금이 내게 있을 리가 없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버리고 떠나 아주 헐값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빈집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어차피 하는 나들이, 이왕이면 거기서 살고 싶다고 평소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곳으로 와서 그곳 분위기를 둘러봄으로써 막연하기만 한 내 꿈에 조금은 구체적인 실감을 부여해 보자.... 뭐, 그런 생각이었다.
말하자면 고삼 수험생이 평소 지망하던 대학 캠퍼스를 방문함으로써 자꾸 느슨해지는 면학 의지를 다시금 다지는 것 같은 발상이었던 셈이다.


내 뜬금없는 질문에 여자들은 의아해 하며 바로 그 부근에는 폐가가 없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된 거야. 시골마다 농사를 포기한 주인들이 버리고 간 집들이 즐비하다더니....  '
내 나들이 계획은 시초부터 틀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그곳에 철도인지 도로인지가 새로 날 예정이어서 조만간 그곳 땅값이 훌쩍 뛰어오를 모양이었다.
자기들도 곧 구멍가게 터를 내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한다고, 두 여자 중에서 오십 줄에 들어선 쪽이 심란한 얼굴로 말했다.
나이가 좀더 젊은 쪽이 혹시 그런 집이 나오면 알려 주겠다며 내 핸드폰 번호를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핸드폰이 없다고 대답했다.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기는커녕 걸 줄조차 모르는, 요즘 세상에 드문 원시인이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그 여자는 아마 내가 폰 번호를 알으켜 주고 싶지 않아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원하던 한적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 딱 적격이던 이곳이 조만간 부자들의 별장 지대로 바뀔 듯한 꼴을 보니까 더는 폐가들을 알아보고 다닐 흥이 식어 버렸다.
이때, 젊은 쪽 여자가 길가에 세워 두었던 소형 트럭에 올라탔다.
두 여자 모두 구멍가게 사람들인 줄 알았더니 그녀는 그저 그 가게에 볼일이 있었을 뿐인 모양이었다.
  '아, 마산으로 돌아가는 기차가 저녁에나 있다던데 저놈을 타고 버스를 잡을 수 있는 곳까지 나갔으면 좋았을걸... '
그렇게 아쉬워하고 있자니, 여자가 다시 차에서 내려 무언가를 가지러 이쪽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차를 태워 달라는 내 부탁을 여자는 선선히 들어 주었다.
  "그란데(그런데) 앉을 자리가 영 더러울 낀데.... "
아닌게아니라 차안은 퍽 지저분하였다.
가스곤로며 비닐 호스며 연장통을 담은 양재기 따위가 어지러이 늘려 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차를 뽑고 나서 단 한 번도 비질을 한 적이 없었는지 바닥에 두꺼운 흙먼지가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어, 저기다 물만 조금씩 뿌려 주면 풀포기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조수석에 놓여 있는 플라스틱 대야를 옆으로 옮기고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해서 생판 처음 보는 낯선 여인과의 기나긴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얼마짜리 집을 찾으시는데예?"
트럭을 몰면서 여자가 다시 말을 꺼냈다.
  "한 오백만 원.... "
마치 수중에 오백만 원이 있기라도 한 사람처럼 시침 딱 떼고 대답했다.
돈 한 푼 없는 주제에 집을 알아 보러 다닌다고 말하면 여자는 나를 미친 사람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게 있어서나 오백만 원이 거액이지 이곳 시골 여인들에게도 그 액수는 하찮은 액수였던 모양이다.
여자는 더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이 '그런 집은 없어예' 하고 얘기를 끊고, 나를 어디에서 내려 주면 되는지 물어 왔다.
  "마산 가는 버스 탈 수 있는 데까지만 가모(가면) 됩니더."
  "마산 사는 분이 와 요 와서 살라는데예?"
나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눈치였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여자에게는 극히 한심하게만 들릴 것이 분명한 낙동강의 아름다움이니 낡은 시골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니 하는 소리들은 쑥 빼고, 내가 하는 일이 굳이 도시에서 살아야 할 필요가 없는 업종이므로 집값이 싸리라고 짐작되는 이쪽 동네로 찾아온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내 쪽에서도 '깊고 푸른 밤'에서 장미희가 했던 언밸런스 커트를 좌우대칭 형으로 수정한 듯한 짧은 머리를 한 이 여자를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20대는 일단 아니다. 50대도 아니다. 
고생을 많이 하여 겉늙어 보이는 삼십대 중반, 아니면 늙은 티가 별로 나지 않는 마흔 중반....  아무튼 나보다는 젊다.
불룩 튀어나온 눈썹뼈, 네모진 턱, 부리부리하고 매서운 눈매.... 대단한 강골인 듯하다.
체격도 우락부락하다. 목은 굵고 어깨는 넓고 허리는 길다. 여자 역도선수, 아니면 투포환 선수 같다.
그러고 보니 파란 체크 무늬 반소매 티 아래에 입은 시커먼 반바지도 사이클 선수들이나 입고 다니는 찰싹 달라붙는 소재의 물건이었다.


문득 여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하며 잠깐 뭐라고 통화를 하더니 여자는 배달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트럭 뒷칸에 뭔가 잔뜩 실려 있던 것이 가스통이었던 모양이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는 가스 배달 하는 여자인 모양이었다.
  "올해 나이가 몇이십니꺼?"
가스를 주문한 곳을 향해 트럭을 몰면서 여자가 불쑥 내게 물었다.
불필요한 질문을 한다 싶었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내 나이를 말해 주었다.
  "몇월달에 나싰는데예?"
생일도 마저 알으켜 주자, 여자는 혼자서 뭔가를 계산하는지 중얼중얼거린다. 사주를 보는 듯했다.
  "머(뭣) 좀 볼 줄 아십니꺼?"
  "예. 제가 요즘 역학 공부를 좀 하고 있거든예."
가스 배달을 하며 역학을 공부하는 여자? 특이하다.
  "시간은예?"
  "시간은 모르겠습니더. 밤이라고 하던데.... "
여자는 다시 혼자서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불쑥 내뱉었다.
  "성격이 게으르네예."
이런. 가차없다.
   "천수가 들어서 어쩔 수가 없어예, 그거는. 그래도 얻어물 복은 있네예."
  '그런가? 지금까지 잘 얻어먹고 살아온 편인가?'
  "부모 유산 물리받을 것도 좀 있겠고.... "
하나도 안 맞는다.
  "욕심이 많네예.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욕심이 참 많아예. 그란데 끝이 없어예. 용 대가리에 뱀 꼬리가 붙은 꼴이라예."
야심이 많다는 소리인 듯하다. 아무튼 듣기 좋은 소리는 못 된다.
  "사람들 사이에 쌈(싸움)을 붙일 수도 있겠고.... "
엥?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저씨 때문에 사람들이 싸우게 돼 있어예."


그러자, 문득 몇십 년 전에도 흡사한 점괘를 들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갓 자대에 배치된 졸병 시절, 취사장에 들어가 일하다가 원주 취사 교육대에 열흘 가량 훈련을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만난 훈련병들 중에 사회에서 점장이 노릇을 하다 입대하였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 피엑스에서 호빵 하나를 사주고 얻은 점괘가 바로 그랬었다. 언제고 내가 세상에 큰 물의를 일으키게 된다, 세상의 반은 나를 편들고 다른 반은 나를 헐뜯는다....
그때 나는 그 친구가 내 성격 속에 숨어 있던 자기현시적인 기질을 간파하고서 내 그런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소리를 늘어놓은 모양이라고, 딴에는 꽤 냉철한 태도로 그 얘기를 받아들였었지만 이제 보니 그게 아주 터무니없는 아부성 발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심해야겠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별로 겁나지 않았다.
나로 인해 세상이 둘로 갈라져 싸울 일이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난 미신은 믿지 않는다....
  "이런 데에 내 집 한 채만 갖고 있으모 걱정이 없겠다.... "
차창을 스쳐가는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내가 중얼거리자, 여자가 말을 받았다.
  "꼭 그렇지도 않아예. 집이 있으모 그 집 때문에 걱정할 일이 또 생기는 거라예. 집이 있으모 있는 대로, 없으모 없는 대로 다 장단점이 있어예. 인생살이가 원래 그래예. 좋기만 한 일도 없고 나쁘기만 한 일도 없는 거라예."
공자 말씀이다. 옳다 못해 진부한 발언이지만, 생활 전선에서 땀흘리며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는 그래도 각별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차는 상점들이 제법 밀집해 있는 '번화가'로 접어들었다.
그곳이 아직도 낙동강 역인 것으로 나는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삼랑진 역이었다. 
삼랑진쯤 되면 낙동강 역과는 달리 정차하는 기차들도 많고 인근 지역과 연결된 버스들도 많이 다니는 곳이었다.
처음에 나를 데려다 주기로 한 곳에 닿았는데도 여자는 그 사실을 내게 말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산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올 때까지 계속 그녀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주택가 좁은 골목에서 여자가 차를 세웠다.
도로변에는 이런저런 상점들이 들어서서 제법 도시 흉내를 내고 있지만, 차도에서 옆으로 빠져 골목을 두어 번만 꺾어 들어가면 이내 채마밭이며 도랑 따위의 시골다운 풍경이 나타나는 것이 이런 군 소재진지 읍 소재진지의 특징인 듯하였다.


내가 자기를 따라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여자는 가스통을 내리는 일을 도우려는 내 의도를 알아채고 그냥 차에 앉아 있으라고, 나올 것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를 얻어타는 주제에 차주가, 그것도 여자가 기운 쓰는 일을 하려는 것을 보고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굳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여자는 더이상 사양하지 않고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주모(주면) 고맙지예."
그러나 무게가 제법 나가는 가스통을 여자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짐칸에서 내리는 품을 보니 나보다는 오히려 그녀 쪽이 더 기운이 셀 것 같았다.
비스듬히 세운 가스통을 빙글빙글 굴리는 여자의 방식을 흉내내며 어느 쇠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넓지도 않은 마당을 온통 무성한 꽃밭이 차지하고 있어 대문에서 집안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서너 번 코너를 돌아야 하는 이상한 집이었다.
게다가 원래는 재래식 농가였을 집을 얼마나 앞뒤도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인 개축을 거듭하였는지 가스통을 비치해 두는 옥상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일단 집안에 있는 부엌으로 들어가야 했다.
부엌 안쪽 후미진 곳에 문틀이 있고, 그 문을 열면 곧바로 흔히 다락에 올라가는 데 설치되는 것 같은 계단이 나타나고, 그 발 디딜 곳조차 여의치 않은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다락 대신에 옥상으로 이어지는 우스꽝스러운 구조였다.


배달을 마친 여자에게 그 집 할머니가 물이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권하였다.
아예 신발을 벗고 거실 마루에 올라간 여자가 내게도 마루에 올라오라고 권했으나 나는 사양하고 마루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 것으로 끝냈다. 밤새도록 일한 사람이 신발을 벗으면 발냄새가 진동을 할 테니까.
찐빵처럼 하얀 피부에 뭉실뭉실 살찐 그 집 할머니 성격이 좀 게으른지, 아니면 몸 어디가 좀 불편한지 아무튼 집안은 청소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빨간 고무 대야며 양재기들 따위의,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는 물건들이 마루에 잔뜩 널려 있었다.
그런 어수선한 마루 한복판에 예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집안의 가장 높직한 곳에 걸려 있는 대형 포스터 크기의 그 그림이 일단 그곳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별로 넓지도 않은 집의 방 하나는 아예 기도실로 비워 놓고 있었다. 제단이며 조그마한 성모상 따위가 눈에 띄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내가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남들이 뭘 믿는 것을 나쁘게 여길 생각까지는 없지만, 생활에 불편을 주면서까지 이루어지는 신앙에서는 어떤 강박적인 요소가 느껴지는 탓에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마루에는 나무 도마가 놓여 있고, 그 위에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큼직한 돼지족발 토막이 얹혀 있었다.
문짝을 모두 떼어내어 마루와 별로 구분되지 않는 방안에 드러누워 있던 그 집 손녀딸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일어나 마루로 걸어나오더니, 족발 몇 점을 칼로 썰어 도로 방안으로 갖고들어갔다.
그리고는 할머니 옆에 퍼져앉아 심드렁한 얼굴로 질겅질겅 씹기 시작하였다.
할머니는 여자에게 족발을 먹으라고 권하고, 내킨 김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는 나한테까지 같은 권유를 하였다.
하지만 남달리 비위가 약한 나는 극구 사양하였다. 돼지 족발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 날 그 집의 족발은 역겨웠다.
후덥지근한 공기, 그 집의 지저분한 청소 상태, 아직 여중생인 듯한데도 벌써부터 제 할머니처럼 비만 체형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한 기미가 엿보이는 손녀딸의 미련한 허리통, 도마 위로 줄줄 흐르는 기름기.... 이런 것들이 모여 속이 미식거리게 만들었다.
신랑은 요즘 뭐하느냐고 할머니가 묻자 여자는 집에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는 익살스럽게 덧붙인다.
  "하늘같이 귀한 신랑이라 집에 모시(모셔) 났지예."
  '엥? 남편이 있었어?'
남편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집 손녀딸과 나이가 비슷한 딸도 있는 모양이었다.
내 고질인 왕자병이 슬며시 도지기 시작하여, 차를 얻어타면서 맺어진 인연이 낙동강 유역을 트럭으로 누비고 다니는 야생녀와 도회지에서 온 허약한 중년 남자 간의 로맨스로 발전하는 스토리를 상상하고 있던 나는 김이 팍 새고 말았다.
그러면 그렇지. 내 팔자에 로맨스는 무슨 로맨스람....


배달을 마치고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부근 어느 집인가에서 자기네한테도 가스를 배달해 달라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는 땅만 생기면 꽃밭을 만드는 것이 이 고장 유행인 모양인지 두번째 집 역시 손바닥 만한 마당을 무성한 꽃밭이 온통 차지하고 있었다.
이 집에서도 여자는 물 한 잔 마시고 가자며 또 신을 벗고 올라갔다. 
나는 다시 현관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같은 시골이라도 이 집은 좀 '모던'하다. 4인용 식탁이 딸린 입식 부엌을 겸한 거실이라는 아파트 식 공간 분할을 하고 있다.
쉬흔은 넘었을 것 같은 이 집 안주인이 냉커피를 만들어 왔다. 하다못해 가스통 배달하는 사람에게까지 대접을 잊지 않는 이런 것이 시골 인심이라는 것일까.
그런데 한 가지 어리둥절한 사실은 안주인이 냉커피를 만드는 물을 꺼낸 곳이 지펠 냉장고라는 사실이었다.
주방을 겸한 이 집 거실 공간의 절반 이상을 덩치가 코끼리만한 놈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 비싼 냉장고 손잡이에 덧씌운 나풀거리는 레이스 천에 때가 시커멓게 낀 것도 그렇고, 도무지 짜임새 없는 살림 솜씨였다.
아무튼 저 덩치를 들어갈 입구도 변변찮은 저 좁은 공간까지 날라다 놓은 재주도 범상치는 않은 재주다.


냉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이 집 처녀가 제법 멋을 내고 외출을 나가면서 현관참에 앉아 있는 내 곁을 스쳐갔다.
남의 집 현관에 퍼져앉아 냉커피를 마시는 내 모습이 어지간히도 초라한지 과년한 처녀가 노인보다는 분명 청년 쪽에 더 가까운 외간 남자 옆을 지나가면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그 등뒤에 대고 안주인은 딸이 도통 시집갈 생각을 않는다고 푸념을 하였다.
그러자 여자가 또 나섰다. 딸의 생년월일을 묻더니 시집은 늦게 갈수록 좋다고, 지금 시집을 가면 안 좋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점괘가 나온 건지, 그저 안주인 듣기 좋으라고 하는 립서비스인지 분간이 안 된다.
자기 사주도 좀 보아 달라고 안주인이 여자에게 부탁하였다.
집안에 박혀 있을 팔자가 아니라는 점괘가 나왔다. 천하를 호령할 사주란다.
그러잖아도 내년에 뭔가 일을 벌여 볼 참이었다고 안주인이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내 눈에 비친 그녀는 고작 해야 너댓 평짜리 화장품 가게 이상의 공간에서 호령을 하게 될 인물은 아니지 싶었다.


그 동네를 빠져나와 다시 차를 달리기 시작했다.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였다.
   "아저씨, 지가 부탁 하나 하까예?"
여자가 문득 내게 말했다.
  "담배 좀 피아도 되겠습니꺼?"
나는 피식 웃으며 피우라고 대답했다. 자기 차에서 자기가 담배 피우겠다는데 누가 말려?
  "아저씨도 피우시지예."
  "담배 끊었습니더."
그 얘기를 할 때면 항상 그렇듯 조금 으쓱한 기분으로 나는 대답했다.
생판 처음 보는 여자가 모는 차를 얻어타고,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는 담배를 피우고ㅡ  이런 상황이 어색할 수도 있을 테지만 나는 개의치 않기로 했다.
아무려면 어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을 굳이 신경쓸 필요가 왜 있겠는가.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여자 쪽도 마찬가지인 성싶었다.
  "하, 이거 안 대겠네. 어른 앞에서 여자가 함부로 담배를 피아샀고(피워 대고).... "
여자가 조금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불쾌해 하건 말건 난 별로 신경쓰지 않겠다, 하지만 이왕이면 불쾌해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당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란 걸 알아 주기 바란다.... 이런 뜻을 담은 웃음이었다.
  "남자 하는 일을 여자라고 못할 끼 머 있습니꺼. 몸에 안 좋아서 문제지."
대답하는 내 목소리가 조금 튄다. 남자니, 어른이니 하는 권위의식은 나한테 없음을 전달하려고 서두르다 보니 자연 그렇게 들뜬 목소리가 나가는 것이었다.
여자는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느니 어쩌니 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능가하는 흡연이 가져다 주는 이로움에 관해 잠깐 늘어놓더니, 문득 생각이 났는지 나더러 신발을 벗으라고 권했다.
발냄새가 심할 거라고 거절하였지만 괜찮다고, 자기는 항상 그렇게 한다고 했다.
여자가 하도 끈질기게 권해 오는 바람에 결국 봄 여름 가을 겨울 구별 없이 줄창 신고 다니는 발목 부츠를 벗어야 했다.
뭐하는 구멍인지 발치쯤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람에다 맨발을 맡기고 있노라니 아닌게아니라 시원하긴 시원했다.
문득, 여자가 우리가 달리는 도로 저편 아래로 조그맣게 보이는 어느 마을을 가리키며 거기 있는 큼직한 창고 건물이 자기 소유라고 자랑하였다.
창고에 일부러 자랑할 만한 어떤 재산가치가 있는지 경제 쪽에는 깜깜절벽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아무튼 부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삼랑진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밀양에는 남에게 세를 놓고 있는 자기들 소유의 빌라도 한 칸 있는 모양이었다.
빌라, 창고, 차.... 그 정도면 알토란 같은 부자였다.


다시 폰이 울렸다. 또 배달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여자는 잠시 폰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얘기를 나누더니 차를 돌려야겠다고 선언하였다.
차주가 차를 돌리겠다는데 얻어타는 사람에게 이의가 있을 리 없다.
여자는 이번 배달을 하고 나서 곧바로 밀양으로 가스충전을 하러 갈 작정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여자가 하는 일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낙동강 역에서 삼랑진 역, 그리고 밀양 외곽의 일부 지역까지ㅡ 낙동강 동쪽 평야지대를 트럭으로 누비고 다니면서 주문만 들어오면 여기저기 흩어진 촌락들을 일일이 찾아가 가스를 공급하는,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자가 내 옆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이왕에 밀양으로 가는 길이니까 아예 그곳까지 차를 태워다 주겠다고 여자가 제의해 왔다. 나는 얼씨구나 하고 동의했다.
밀양은 마산과는 정반대 방향이지만 거기까지만 나가면 기차건 버스건 손쉽게 잡아탈 수 있을 터였다.
어차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생활에 염증이 나서 바람을 쐬러 나온 길이었다. 드라이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생판 처음 보는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얻어타고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 지금 이 상황이 꽤나 엉뚱한 상황이다 싶기도 했지만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난 그런 게 있다. 다른 이들은 모두 평상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혼자 불편해 하는가 하면, 지금처럼 남들 같으면 어색해 할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느긋해지곤 한다.


여름 날씨가 흔히 그렇듯, 아까까지만 해도 이글거리던 해가 어느 새 사라지고 하늘이 회색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빗방울까지 몇 방울 떨어지는 시늉을 하다가 말았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여자는 경전선 공사를 할 당시에 자기가 그 공사판을 들락거렸다고 했다.
경전선이라는 게 고속도론지 철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처녀 적에는 대단한 왈가닥이었던 모양이다.
그 공사 현장에서 여자가 정확히 어떤 일을 맡았었는지 궁금했지만 그 얘기가 나오기도 전에 차는 어느덧 밀양 시내로 접어들고 있었다.
본격적인 시가지가 시작되기도 전인 밀양시 초입에 위치한 가스 충전소에서 여자는 트럭을 세웠다.
그리고 따라 내리려는 나에게 그냥 앉아 있으라고 말하고는 충전소 남자들에게로 가서 뭔가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건물 안에는 놀이공원의 회전목마 비슷하게 생긴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원판 위에다 가스통들을 올려놓으면 노즐이 있는 지점까지 차례로 옮겨져 가스를 주입받는 그런 방식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스가 어떤 경로로 우리에게 공급되는지 한 번도 궁금해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신기한 구경 많이 하는군.'


내릴 필요 없다고 여자가 말하긴 했지만 막상 가스통을 부리는 작업이 시작된 것을 보고는 역시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나도 바깥으로 나갔다.
가스통을 부리기 쉽도록 여자가 차를 하도 바싹 건물에 갖다 붙여 놓은 바람에 차문을 열 공간이 없어 차창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앉아 있지 와 나왔어예."
그러면서도 여자는 자신은 짐칸에서 나오고 충전소 사람에게 가스통을 건네는 일을 내게 맡겼다.
가스통을 모두 새로 채우고 충전소를 떠나올 때는 희끄무레하던 내 바지가 아주 시커매져 있었다.
이미 밀양시에 진입을 하였는데도 여자가 별다른 언질 없이 계속 묵묵히 차를 모는 것을 보고 나는 그녀가 좀더 적절한 지점에다 나를 내려 주기 위해 이동중인 것으로 짐작하고, 이왕에 밀양까지 왔으니 영남루에나 올라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는 갑자기 핸들을 꺾고 U턴을 하였다.
설마 했는데 여자는우리가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삼랑진을 향해 차를 몰고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나는 그녀가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내게야 상쾌한 드라이브이지만, 우리가 지금 달리는 이 풍경은 그녀에게는 눈에 익을 대로 익어 지겹기 짝이 없는 풍경일 터였다.  상당히 넓기는 하지만 결국은 한정된 공간 속을 매일같이 끝도 없이 달리는 단조로운 나날 속에서 기분전환을 위한 말상대가 그녀에게는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 쪽에서 차에서 내리겠다고 강력하게 요구하지도 않는데 굳이 자기 쪽에서 나를 보내려 애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마산으로 보내 주기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여겼던 모양이다.
잠시 망설이던 내가 차를 세워 달라고 말했을 때도 그녀가 나더러 내리지 말라고 말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또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을 뿐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밀양역으로 가는 길목에서 내려다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마침 시간이 대충 맞아떨어지니 삼랑진으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기차를 탈 수도 있다고.
  "아저씨 좋으실 대로 하이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자가 오로지 기차편에만 한정시키고 버스를 잡아탈 가능성은 슬며시 배제하고 있음을 나는 알아차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삼랑진으로 가자고 하였다.
이 날 하루가 지나면 또다시 몇 달이 가도록 시내버스조차 탈 일이 없는 갑갑한 생활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차를 실컷 태워 주겠다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일단 내 쪽의 동의가 떨어지자 여자는 다시 되풀이하였다.
  "아저씨 좋으실 대로 하이소. 요(여기) 내리 달라모 요 내리 드리끼고, 삼랑진까지 가시겠다모 그(거기)까지 모시다 드리끼고.... "
어디까지나 내 편리를 위한 제의일 뿐이라는 듯 짐짓 시큰둥한 얼굴로 말하고 있어도 내가 좀더 자기와 함께 있어 주기를 여자가 기대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삼랑진으로 가이시더. 나도 차가 좀더 타고 싶네예."


내 대답에 여자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해 왔다.
그러나 밀양으로 가던 중에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난 여자가 '나중에 수제비를 얻어먹으러 가자'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 나는 그녀의 제의를 거절하였다. 워낙 밥통이 작은 사람이라 수제비와 국수를 둘 다 먹지는 못한다고.
이 말은 사양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또한 사실을 얘기한 것이기도 하였다. 실제로 나는 어지간한 여자보다 더 밥통이 작은 편이었다.
여자는 괜찮다며, 내가 다 못 먹고 남기면 자기가 먹으면 된다며 갑자기 옆으로 홱 핸들을 틀었다.
내가 몹시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인, 요즘 도시를 벗어나기만 하면 어김없이 마주치게 되는 전원식당이 나타났다.
얼떨결에 거기까지 끌려갔으면서도 내가 끝까지 음식을 사양하자 여자는 커피라도 마시라고 하며 맛도 없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왔다. 오늘 하루 커피를 몇 잔이나 마시는지 모르겠다.


다시 차를 몰기 시작한 여자는 그럼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겠느냐고 또다시 권해 왔다.
뭘 대접하겠다는 것을 내가 자꾸 사양하자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아이스크림쯤은 얻어먹어도 될 듯싶었다. 실질적인 도움이야 되었건 못 되었건 어쨌든 여자의 일을 돕느라 내가 옷을 버린 건 사실이니까.
내가 좋다고 하자 여자는 길가에 따로 뚝 떨어져 있는 수퍼 앞에서 다시 차를 세웠다.
수퍼 간판이 붙어 있기는 해도 원래는 기와집이던 것을 상점으로 개조한 품이 완연한 것이 수퍼라기보다는 구멍가게라고 불러야 맞을 성싶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내가 보이콧해 오고 있는 L제과 제품을 제외하고 나니 내가 고를 수 있는 빙과류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평소에는 좋아하지도 않던 '여름사냥'을 집어들었다.


서늘한 가게 안은 ㄷ자로 꺾여 있고, 그 안쪽 깊숙이 살림방이 박혀 있었다.
여자가 주인을 부르자 어둑어둑한 방안에서 컴 앞에 앉아 있던 아낙네가 걸어나와 하드값을 받아갔다.
모니터 화면을 보니 아낙은 고스톱을 치던 중인 모양이었다.
이런 시골에까지 인터넷이 생활화된 것이 감탄스러울 만도 하련만, 내가 정작 감탄한 부분은 문득 물씬 풍겨 오는 리얼한 삶의 냄새였다.
인터넷 고스톱이 뭐 그리 생생한 생활의 현장일까마는, 그래도 그 순간 나는 이들 시골 사람들의 삶의 정확한 한 단면을 포착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마냥 편안한 삶을 누려 왔다고만은 할 수 없고 이런저런 밑바닥 삶을 더러 거쳐 온 편이었으나, 그래도 그건 흙과는 멀찌감치 떨어진 직종들이었다.
  '오늘 나는 실제로 흙을 만지며 생명을 잇게 해주는 식물(食物)을 생산하는 사람들, 아직도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활이 결정되는 사람들, 그 생생한 삶의 모습을 그들이 사는 바로 그 현장에서 확인하였다.... '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이 책 저 책들을 통해 주워모았던 삶에 대한 관념들이 이 한순간의 접촉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여름사냥을 먹으며 다시 이동이 계속되었다.
갈짓자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고개를 오르는 중에 차주와 히치하이커 사이에 작은 트러블이 생겼다.
다 먹은 얼음사냥 껍데기를 엉거주춤 들고 있는 나를 본 여자가 갓길 쪽으로 바싹 차를 붙이며 차창 밖 수풀에다 포장지를 버리라고 권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자연보호라면 극성을 떠는 내가 내 손으로 숲을 더럽히는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이대로 삼랑진까지 끈적끈적한 하드 포장지를 손에 들고 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여자 역시 끈질겼다. 괜찮다고, 버려도 된다고, 수풀에다 종이를 버리면 거름이 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권해 오는 것이었다.
내가 자신의 권유에 응하기는커녕 아예 포장지를 차 바닥에다 내려놓는 것을 보고 여자는 피식 웃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배운 거 하나는 철저하게 배웠네."
감탄과 조롱이 반반씩 섞인 웃음이었다. 조롱 쪽이 조금더 많았다.


차가 고갯마루를 넘었다.
여기서부터는 아마도 더이상 밀양이 아니라 삼랑진일 터였다.
운전을 하면서도 여자는 진달래철이 되면 이 고갯길이 그렇게 보기가 좋다느니, 저 어디에 창꽃이 무더기로 핀다느니, 오디가 익으면 운전하며 지나가다 차를 세우고 따먹는 재미가 여간 아니라느니 하고 끊임없이 조잘거려 대었다.
창꽃이 어떻게 생기고 오디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나는 막연히 감탄할 뿐이다.
갑자기 다시 한 번, 생판 알지 못하는 여자와 나란히 앉아 엉뚱한 곳을 달리고 있는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오늘 내가 어쩌다 이런 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차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마구 들어왔다. 오가는 차들이 거의 없어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맛이 꽤 그럴 듯하였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낙동강 유역의 드넓은 평야지대를 이렇게 흙투성이 트럭으로 누비고 다니며, 바람 방향에 따라 나부끼는 깃발처럼 그날 그날의 운세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일과를 보내며, 문학이니 뭐니 하는 꿈들은 모두 접는 대신에 평화로와진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꽤 괜찮을 듯싶다. 가스통 나르는 일은 좀 힘겹더라마는....
  "이런 일 하면서 살모(면) 스트레스 하나는 안 받고 살겠네예."
내 말에 여자는 그렇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자기 하는 일에도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생긴다고.
  "아까 말하더라 아입니꺼. 머든지 장단점이 다 있다고. 좋은 점만 있는 일은 없어예. 이래서 좋다 싶으모 저래서 안 좋은 면이 있는 거고.... "
여전히 공자 말씀이긴 한데, 그런데 이 여자, 은근히 남한테 설교하려 드는 버릇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차가 삼랑진에 거진 이르렀을 때 여자의 폰이 다시 울렸다. 아니나다를까, 삼랑진으로 가던 차는 다시 곁길로 빠졌다.
잠시 뒤에 호수가 나왔다.
호수치고는 좀 작고 저수지치고는 너무 큰데, 이곳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구경하는 유원지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가을에 단풍이 들면 무드가 그만일 듯하였다.
차는 도로에서 다시 옆으로 빠져 호수를 둘러싼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운전을 하면서 한 손으로 폰을 걸더니, 상대편에서 받자 대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인도해 주소서~ "
뜬금없이 웬 찬송가인가 했더니, 지금 통화하는 상대인 교회 사람에게 자기가 도착했다고 알리는 시그널이었다.
  "지금 밑에 다 옸(왔)습니더. 그란데 길이 여러 개로 갈라지서 오데로 가야 할지 모르겠네예."


저쪽에서 알으켜 주는 올바른 길을 따라갔더니 교회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 있는 곳이 나왔다. 우리는 그곳에서 캠핑인지 수련횐지를 하는 그들에게 가스 버너를 전달하러 온 것이었다.
새까만 머리는 쪽을 지고 흰 한복 적삼을 입은, 아마도 신도회장 직함쯤 가졌을 법한 깡마른 50대 여자가 우리를 맞았다.
세련되었다고 해야 할지 깐깐해 보인다고 해야 할지, 전체적으로 야멸찬 인상인 것이 서울 강남 아파트촌에 데려다 놓아도 별로 꿇리지 않을 듯하였다. 이 고장 큰 병원의 원장 사모님쯤 돼 보였다.
여자가 신도회장을 상대로 '사업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 주변을 둘러보았다.
돌로 축을 쌓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길쭉한 등나무 정자가 둘 있었다.
정자 아래, 원래는 시멘트로 만든 벤치와 탁자들이 설치돼 있던 것을 치운 듯한 빈 공간에 10인용 대형 텐트 둘이 쳐져 있었다.
언덕 아래 계곡에서는 물을 막아 놓고 수영복을 입은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 호수가 이 고장 사람들의 식수원인 듯한데, 중간에서 한 번 걸르는 시설이 돼 있는지는 몰라도 결국 호수로 흘러들어갈 물에서 저렇게 물장구를 치게 내버려 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구경 하나는 제대로 하는 셈이다.
아마 이 고장에 사는 사람들 자신도 더러 모르는 사람이 있을 유원지에서 이루어지는 이곳의 휴가 문화, 그들의 '비일상적인 모습'까지 구경하였으니 그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본 셈 아니겠는가.


호수를 떠나온 뒤로도 여자의 폰은 몇 차례 더 울렸는데, 그렇게 가스를 주문한 촌락들을 차례차례 찾아가게 된 얘기를 시시콜콜 늘어놓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일 듯싶다.
아무튼 이 날 나는 '그때까지 그런 마을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마을들을 여러 군데 더 방문하였다.
삼랑진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도 어째서인지 여자는 여전히 나를 내려다 주지 않았다.
가스 배달을 다니느라 두어 차례 더 그 소읍을 지나치면서도 마산 행 기차가 도착할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며 차를 세우지 않고 그대로 통과하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굳이 차를 세워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나에게는 그런 이상한 수동성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행동을 같이 할 때면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한번 해봐라' 하고 상대방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가 주는 습성이 있다.
일단 화가 나면ㅡ그러니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시당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세상에서 가장 독선적이고 포악한 모습으로 돌변하곤 하지만, 그러지 않는 한 나만큼 나긋나긋한 인간도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 그런 수동성도 마침내는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이 왔다.
기차역으로 가는 일을 더 미루다가는 기차를 놓치고 말 듯싶어 이번에는 삼랑진 역에서 차를 세워 달라고 여자에게 부탁하였다.
삼랑진 역을 향해 차를 몰면서 여자는 다음에 다시 이 고장을 방문하게 되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 이 고장 가스 배달점이 몇 되지 않으니 찾기는 쉬울 거라며.
  "우리 가스집이 그래도 요(여기)서는 제일 크예."
여자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직하게 일하여 그 계통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건 분명 자랑해도 좋을 일이었다.
아무튼 다음에 또 찾아오라고 일부러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내가 꽤 여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상황에 따라서는 자기 가스집 종업원으로 뽑아도 좋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하기사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퍽 좋은 인상을 주는 편이긴 하다. 조금만 깊이 나를 알게 되면 이내 다들 내 독선과 고집에 혀를 내두르곤 하지만....
내가 자기 말대로 다음에 또 삼랑진을 방문하게 되면 연락을 하겠다고 대답하자, 여자는 아예 전화번호를 적어 주려 하였다.
  "말이 그렇지 내가 진짜로 다음에 또 요 올 기회가 있겠어예?"
내가 웃으며 말하자 여자는 빙긋 웃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기라예."
점장이 말이니 믿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삼랑진에 도착하자 여자는 자기가 우동을 살 테니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내가 점심을 거르게 만든 것이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앞에서 여자가 수제비를 얻어먹으러 가자고 했던 곳이 바로 아까 호숫가에서 캠핑을 하던 교회 사람들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일이 어긋나 수제비는 물건너갔었던 것이다.
점심만 거른 것이 아니라 실은 어제 저녁을 먹은 뒤로 내리 굶었던 터이지만 어쩐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는 여자의 제의를 사양하였다.
  "그라모 짬뽕예?"
  "아입니더. 댔습니더."
  "그라모 냉면 잡수실랍니꺼?"
어째서인지 여자는 내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유부녀가 외간 남자한테 자꾸 식사 대접을 하려 들었다.
내가 자신의 권유를 계속 거절하자 여자는 포기한 듯 입을 다물었지만 10초 뒤에는 다시 말을 꺼냈다.
  "그라모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드릴까예?"
그 정도라면 거절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한 나는 웃는 얼굴로 좋다고 대답했다.
  "아이스크림하고 빵하고 잡수실랍니꺼?"
  "그냥 아이스크림만 사 주이소."


역 앞 수퍼에서 여자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수퍼를 나오기 직전에 여자는 내가 든 비닐봉지에 얼른 우유팩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작별 인사를 하는 내게 여자는 내 기차표를 사 주겠다며 역까지 가자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됐다고, 거듭되는 여자의 친절에 속으로 약간 짜증마저 느끼며 사양하였다.
하지만 여자도 이제는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사람이라예. 내 속 편한 기 제일 중요하니까. 남은 안 중요하니까."
그리고는 더이상의 언급을 거부하는 단호한 얼굴로 역사를 향해 앞장서서 걸어가는 것이었다.
하기사, 어디 기차표 값 몇 천 원이 굳이 사양할 필요가 있는 신세에나 들어갈까. 나는 오늘 하루 여자 덕분에 공짜 드라이브를 실컷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여자 쪽에서는 거꾸로 내가 자기 일을 거들어 줬다고 여겼을 수도 있었다. 내가 여자가 사는 밥을 먹는 것이 부담스럽듯 여자 쪽에서도 나로 하여금 가스통을 나르게 하였던 것이 부담스러운 건지도 몰랐다.


나는 여자가 내미는 마산행 기차표를 받아들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문득, 30년 전에 방영되었던 '사랑의 계절'이란 TV 연속극이 떠올랐다. 매주 남녀간의 사랑 얘기를 그린 단막극을 한 편씩 내보내곤 하던 시리즈 물이었다.(왜 하필 이런 시시껄렁한 기억들을 알뜰히도 간직하고 있는지, 그 드라마를 방영하던 방송국이 MBC이고 방영일이 화요일이었다는 것까지 기억난다.)
내가 떠올린 이야기는 그 중 한 편이었다.
정확한 신상은 극중에서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재벌가의 영양인 듯한 여자, 그와는 대조적으로 무식하고 단순한 성격의 남자ㅡ 생판 알지 못하던 두 남녀가 어찌어찌하여 함께 하루를 보내게 되고, 헤어질 즈음에는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이 생길락 말락 하는 상태가 된다.
이때, 이별을 아쉬워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막대기로 흙바닥에 직선 둘을 그어 보인다. 두 직선은 한쪽 끝이 서로 붙어 있다.
ㅡ이게 나, 그리고 이게 당신이다. 우린 여기서 만났다.
그리고는 접점에서 반대편으로 갈라지는 두 직선의 연장선을 그으며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ㅡ이제 나는 이 길로 가야 하고 당신은 이 길로 가야 한다.
남자는 여자의 얘기를 이해한다....


물론, 생판 알지 못하던 두 남녀가 우연히 하루를 함께 보내게 된다는 그 부분만 빼면 저 드라마와 우리의 상황 사이에 연결을 지어 볼 건덕지는 별로 없었다.
여자는 재벌은커녕 그저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수준의 부자에 불과하고, 나 역시 굳이 따지자면 무식한 기계공보다는 차라리 인텔리 쪽에 더 가깝다고 봐야 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이에 애틋한 감정 따위는 일체 들어서지 않았다.
오늘의 이 만남은 내 삶에서 가지는 무수한 만남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것도 특별히 인상 깊다고도 할 수 없는....
내가 아무리 왕자병 환자이긴 하지만 여자가 내게 반했다는 착각은 하지 않는다.
여자에게 있어 나는 도시에서 온 허약한,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선량한 남자였을 것이다.(내가 소중히 여기는 무언가를 공격받지만 않으면 나는 대부분의 경우 퍽 선량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리고, 내게 있어 여자는 자신의 일상을 성실하게 꾸려나가는 한 정직한 인간, 그녀가 트럭을 몰고다니는 이곳 낙동강 유역의 대지에 억센 풀처럼 든든하게 연결된 건강한 인간이었다.
사실, 오늘 하루 지켜본 이 젊은 여자는 내게 어떤 존경심마저 불러일으켰다. 아, 여기 소박하고 정직한 삶이 있다....
그러나, 여자의 말과는 달리 우리가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 나는 약간 엉뚱한 히치하이커였고 여자는 적당히 무신경한 운전수였을 뿐이다. 차를 함께 타고다니는 동안은 이상할 정도로 서로 죽이 잘 맞았지만 이제 드라이브는 끝났다.


우리는 웃는 얼굴로 헤어졌다. 나는 개찰구를 통과하였다.
플랫폼으로 나가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서 나는 여자가 사 준 아이스크림 포장을 뜯었고, 플랫폼 쓰레기통에 포장을 버리면서 역사 쪽을 돌아다보았다.
여자가 입은 푸른색 옷 체크무늬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곧 마산행 기차가 도착하였고,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차에 올랐다.

 

 

(십 년쯤 전의 글입니다.)


Comment ' 18

  •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1 22:49
    No. 1

    이걸 읽다보니 수능 언어영역의 공포가 되살아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10.21 22:58
    No. 2

    와.. 이거 몇자인가요? 만 오천여 글자 쯤 되는 것 같은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송현님 서제에 두시는게 맞지 싶습니다.
    저작권 문제도 있고(정담은 글을 긁을 수 있습니다.)
    십년전이라.. 김해 땅값이 막 오르기 시작하던 때였나 그럴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1 23:12
    No. 3

    어차피 제가 문피아에 그리 오래 머물 수 있을 성싶지도 않으니 그냥 여기 놔 두렵니다. 원래는 정치 글 아닌 예술 비평 글을 올렸는데 그게 정치 글로 비화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곧 정담지기로부터 뭔가 제재가 있을 성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10.21 23:25
    No. 4

    문피아나 정담에 애정이 식으신건가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1 23:44
    No. 5

    저로서는 이 정도면 문피아 내규를 충족시킬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올린 글이 제재를 받는다면 떠날 수밖에 없잖아요.ㅜ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10.21 23:46
    No. 6

    경고나 주의가 누적된게 있으신지요?
    없으시면 너무 속단하신게 아닐까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01:07
    No. 7

    뭐, 정담지기 님이 제 글을 삭제하거나 뭔가 제재를 가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말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00:13
    No. 8

    아이고 송현님ㅠㅠ 팬이에요..ㅠ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01:08
    No. 9

    팬을 자처해 주시니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00:18
    No. 10

    으앙, 오늘도 너무 잘 읽고 갑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01:08
    No. 11

    되려 제 쪽에서 읽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01:46
    No. 12

    그저 제가 겪었던 일을 글로 옮겼을 뿐 문학 소리까지 들을 만한 글은 못 되지 싶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인생사랑4
    작성일
    13.10.22 02:15
    No. 13

    굉장히 예스러운 글솜씨를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정담에 연재중인글(?)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02:51
    No. 14

    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3.10.22 10:37
    No. 15

    뭐라고 할까요.. 글이 참 소담하셔서 좋네요. 순문학이랍시고 느끼한 글도 많은데.. 김송현님이 쓰신 것은 경험담을 담담하게 내리 적으셔서 그런가 찡하게 담백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15:13
    No. 16

    그런데 정작 소설을 쓸 때는 느끼한 문장들이 나오곤 한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10:54
    No. 17

    완전 재밌게읽엇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22 15:14
    No. 18

    이 긴 글이 재미있게 읽혔다니 큰 격려가 됩니다. 이 정도면 소설도 재미있게 읽히려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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