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죠. 사랑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그 환상을 글로 옮기면 그야말로 판타지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하는 글이 될 것입니다. 로맨스 소설에 사랑 경험이 필요 한가, 안한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요는 역시 읽는 독자들의 Needs가 무엇인가가 중하겠지요.
예컨데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이 넘치는 독자층이라면 구태여 작가의 사랑경험 유/무와 관계 없이 정말 환상적이고 극적인 사랑을 작가가 얼마나 멋진 시나리오로 만들어 내는가가 중요할 겁니다. 조금 찌질하고, 더럽고, 치졸한 현실적인 연애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가오진 않겠지요. 반대로 누구나 해봤음 직한 현실적인 로맨스를 갈망하는 독자층을 위한 작품이라면 작가의 사랑경험은 분명히 필요할 겁니다. 그런 사랑에 대한 감정은 누군가 대신해줄 수 있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정말 잘쓴 글은 두가지 층의 사람들을 적절히 타협시켜서 이상적인 사랑도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디테일도 잘 챙기는 글일 겁니다. 보통 그런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받는 법이죠. 이건 굳이 로맨스가 아니라 판/무로 옮겨와도 똑같습니다. 우리는 무협을 보면서 전투의 묘사가 나올 때 내공없는 철저한 현실 격투를 기반으로 삼는 글을 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원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독자층은 그런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내공이란 개념이 있는 무협이나 마법이란 개념이 있는 판타지를 찾습니다. 저는 독자가 가지는 환상을 보여주면서도 살아있는 듯한 현실 묘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은 장르작가의 미덕이라 생각하고 있지요.
근데 막상 쓰고보니 정말 철저하게 내공을 배제한 무술들간의 싸움을 그리는 소설도 보고 싶긴 하군요. 무협과는 별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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