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
밤새도록 게임을 한 손님이 카운터에 와서 돈이 없으니 지갑을 맡겨 두고 가겠다고 한다.
나는 거절한다.
"그게 무슨 돈이 됩니까? 폰을 맡기십시오."
남자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제가 돈 몇천 원을 떼먹을 사람 같습니까?"
나는 제법 냉혹하게 나간다.
"그거야 제가 모르죠. 폰을 맡겨 두고 가세요."
"폰은 제가 당장 써야 합니다. 돈 몇천 원 때문에 폰을 맡기다니,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대단히 몰상식한 요구라도 하고 있다는 투다.
신분증을 달라고 하니 그것도 없단다.
이제 나는 더 냉혹하게 나가기도 힘들어진다.
"전에도 그렇게 얘기하길래 그냥 보냈는데 다시 오지 않아 제 돈으로 물어야 했습니다."
남자는 벌써 내 마음속을 읽고 있다.
자기가 얼마 되지도 않는 푼돈 때문에 사기를 칠 사람처럼 보이느냐고, 인격적 모욕감을 느끼는 듯 힐난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 시선 앞에서 나는 돈 몇 푼에 얽매인 버러지가 되어 버린 기분이 된다.
같은 얘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한 다음, 마침내 나는 백기를 든다.
"그럼 지갑 맡겨 두고 가세요."
남자는 경멸에 찬 얼굴로 지갑을 특 던지고 간다.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을 의심하는 비천한 피시방 알바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의 컴 사용료를 자기 주머니에서 꺼낸 돈으로 메꾼다.
이러면 그가 내지 않고 간 돈은 내가 그에게 개인적으로 꾸어 준 돈이 되니 나중에 사장이 와도 잔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지갑 속에는 아무 소용짝도 없는 카드들만 잔뜩 들어 있다.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었던 단골 손님은 그 남자가 나를 속였을 거라고 단정짓는다.
그 추측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쩌면 이 4천 4백 원도 내가 물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오늘 밤에 그가 돈을 가지고 다시 찾아와 지갑을 찾아가면서 다시금 나를 향해 그 경멸에 찬 시선을 던질 수도 있고....
그래, 나, 돈 몇 푼에 사람 의심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제발 내 돈 좀 떼먹지 말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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