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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퀴즈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09.10 13:26
조회
3,246

(다음의 글은 제가 쓴 ‘그대에게 장미를’이란 단편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제가 아는 한 지금껏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구사한 적 없는 독특한 기교를 구사해 보았습니다. 그 기교가 어떤 것이지 알아낼 수 있는 분?)

 

그대는 아름답다.
초록색 V네크 위로 하얀 셔츠깃을 내민 차림에 두꺼운 검은테 안경을 쓰고 있을 때, 머그잔에 가득한 커피를 마시며 아침 식탁에서 조간 신문을 읽을 때, TV 드라마의 상투적인 공식 앞에서 입을 비죽일 때, 냉기를 뿜어 대는 수퍼 야채 코너 앞에서 양손에 하나씩 양배추를 들고 어느 쪽 알이 더 굵은지 알아내려고 눈을 가느스름하게 뜰 때, 꽃가게 앞에 멈추어 서서 쓸쓸한 미소를 지을 때.... 특히, 머리를 감다 말고 초인종 소리에 뛰쳐나와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사이로 이쪽을 빤히 올려다볼 때, 그대는 숨막히게 아름답다. 아름다운 그대.

 


그해 봄, 그대는 한 마리 길 잃은 새처럼 불쑥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어왔다.

대학 도서관에서 그대는 서가 사이를 어슬렁거리던 한 복학생과 같은 책을 향해 동시에 손을 뻗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다.

두 사람의 손이 ‘로리타’ 위에서 겹쳐지던 그 짧은 순간, 그대는 남들보다 잘났을 것도 못났을 것도 없는 그 복학생의 평범한 얼굴을 향해 잽싸게 예리한 눈길을 던진다.

그리고는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 깊이 경도해 있던 그대는 '로리타'를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지성적인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대는 지성적인 남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열흘쯤 뒤에 도서관 자판기 앞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치게 됐을 때 내가 말없이 불쑥 내미는 종이컵을 그대는 거절하지 않고 받는다.

그 우연한 마주침이 실상 얼마나 끈질긴 노력 끝에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헤아리지 못한 채, 그대는 그 싸구려 커피에 담긴 그대를 향한 나의 숭배를 느긋하게 음미한다.

그대는 남자들의 숭배를 받는 데 익숙해 있다.

자연스러운 화제인 양 나보코프가 언급되자, 그대는 문학에 관한 놀라운 박식을 과시하여 나를 매료시킨다.


그 첫번째 수락 이후 그대는 몇 차례 더 나의 접근에 '예스'로 대답한다.

재즈카페 두 차례와 호프집 세 차례, 놀이공원과 춘천 소양호가 각각 한 차례씩, 그리고 연극 공연 다섯 차례와 아마 열 차례는 넘었던 듯한 영화 관람.... 사실 나로서는 다소 무리한 지출이었던 그 숱한 초대들에 응한 뒤에야 그대는 비로소 내게 공식적인 연인의 자격을 부여한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대는 지성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그대는 라캉, 칼 융, 바슐라르, 사르트르를 인용한다.

내가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페미니즘 계열 이론가도 몇 명 인용한다.

내가 애착을 간직한 프롬을 비웃으며, 그대는 마르쿠제를 추켜세운다.

그러다가 내가 따라잡기 힘든 추론의 귀착점으로 불쑥, 프로이트는 항상 옳았다고 선언한다.

그러는 한편, 그 화려한 말의 성찬이 제공되는 동안 정작 내 관심을 내내 붙잡고 있는 대상은 그대의 육체적 매력이지 지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대는 놓치지 않고 간파한다.

그리고 그 점을 실제로 입밖에 올림으로써 나를 몹시 무안하게 만든다.


그 여름, 그대는 그대의 생의 절정에 여왕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가을이 되자 그대는 나와,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그대를 쫓아다니던 또다른 숭배자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누가 봐도 내게 불리한 싸움이었는데도 그대는 의외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뚜렷하게 내세울 것 없는 문학청년인 내가 일생을 함께 할 결혼 상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분명 알아차렸으련만, 나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모종의 심리 과정에 따라 그대는 나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번에도 나보코프의 영향을 받고서. 혹은 그때 카페에 흐르고 있던 엘톤 존의 노래에 마음이 흔들려서. 그것도 아니라면, 그 당시 내가 빠져 있던, 아마도 그대에게까지 감지되었던 모양인 혼돈과 절망에 연민을 느끼고서....


장래가 불투명한 남자를 뒷바라지하는 충실한 연인 역을 맡기로 일단 마음을 굳힌 그대는 갑자기 용감 무쌍해진다.

대학 주변의 하숙촌에서 생활하던 우리 둘 모두의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방편으로 동거에 들어가자는 나의 제의를 별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나를 놀라게 한다.

실제로는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뿐인 동거에 그대는 거창한 명분을 부여하고는 스스로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으로 자처한다.

적어도 몇 달 후에 그대의 탈선을 알아차린 그대의 가족들이 기겁을 하며 몰려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한 지방 중산층 가정의 신임 받는 딸이었던 그대는 아버지의 분노와 어머니의 눈물 앞에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굴복하고 만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혼인이라는 형식을 갖추는 데 그대는 동의한다.

그대가 항상 속악스러운 풍속이라 비웃던 함, 폐백, 심지어는 유치한 기념 촬영까지도 모두 받아들인다.

관습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그런 의미 없는 싸움에 쏟을 기운을 차라리 자기 내실을 다지는 데 쏟기로 했다고 그대는 현자처럼 말한다.


그 해가 가기 전에 새댁이 된 그대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방송국에 입사하겠다던 이전의 계획도 접고 신접 살림을 꾸미는 데 몰두한다.

그대는 주부가 누릴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에 맛을 들인다.

욕실문 앞에는 겨자색 매트를, 콘솔 위에는 푸른색 체크 무늬 매트를 배치하며, 내가 여류 학자가 아닌 한 평범한 여인과 결혼했음을 그대는 내게 확인시켜 준다.

그대는 빨간색 바인더에는 요리 레시피를, 초록색 바인더에는 인테리어 화보를 스크랩 한다.

심지어는 앞으로 30년이 지나더라도 우리와는 인연이 없을 게 분명한 으리으리한 상류층 저택의 내부 사진까지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제 그대는 이전에는 내보이지 않던 면모들을 드러냄으로써 나로 하여금 다채로운 감정들을 맛보게 만든다.

바퀴벌레를 보고 비명을 질러 나를 미소짓게 만들고, 깍두기를 썰다가 손가락을 베여 안타깝게 만들고, 내가 아끼던 영화잡지들을 말도 없이 내다 버려 격분하게 만들고, 직접 고른 청회색 실로 내가 입을 베스트를 손수 뜨기 시작하여 나를 감격시켰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포기함으로써 실망하게 만들고, 대신에 북어국 끓이는 법을 마스터하여 흐뭇하게 만든다.

그러는 한편, 신춘문예며 각종 문학상에 응모했다가 연거푸 탈락하는 내게 한결같은 신뢰를 보여 줌으로써 나를 민망하게 한다.


그러나 짧은 황홀경에서 깨어나자, 그대는 곧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일상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수많은 자질구레한 난제들에 그대는 봉착한다.

그대는 눈살을 찌푸리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그리고는 한숨을 쉰다.

당면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대는 내게 금연을 강요하기로 결정한다.

야박하게도 그대는 한달치 담배값이면 쌀이 몇 말이니 어쩌니 하는 치사한 계산을 들이대며, 우리 둘의 미래와 내가 누리는 일순간의 쾌락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내게 요구한다.

그리고는 그렇게 해서  아낀 돈을 엉뚱하게도 터무니없이 비싼 현대무용 공연 티켓이나 시시껄렁한 발라드 CD를 사는 데 허비함으로써 나를 아연케 한다.

그런 쓰잘데없는 지출이 금전상으로만 따질 수 없는 막대한 정신적 풍요로움을 제공한다고 그대는 믿는다.

때때로 노란 튤립 다발이나 금가루가 들어간 아이크림을 사기도 한다.


말싸움이 벌어지면 그대는 토라져 입을 다문다.

여자의 화장품 값을 아까워하는 인색한 남자에게 그대는 깊이깊이 실망한다.

실상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이크림에 있지 않음을 그대는 깨닫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대는 애써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그대는 그대의 지성 뒤에 숨어 있던 비합리적인 면을 드러낸다.

그토록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도 그대는 그 분석을 진정한 자기 통찰로 연결하지 못한다.


이런 분쟁이 두어 차례 거듭됨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절감한 그대는 내게 취직을 종용하기 시작한다.

한번 마음을 굳힌 그대는 돌연 가장 냉혹한 현실주의자가 된다.

이제 그만 현실을 인식하라고, 써지지도 않는 소설은 포기하라고 그대는 내게 간곡하게 타이른다.

생활을 도외시하는 문학이 가치가 있을 성싶냐고 사뭇 견고한 논리로 나를 몰아세우며, 소설을 쓰겠다는 내 꿈을 폄하하기까지 한다.

이미 두 사람의 집안에서 더이상의 생활비 원조를 중단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터에 타조처럼 자기 털 속에 코를 파묻고만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고 다그친 끝에 결국 그대는 내게서 취직을 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야 만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 되는지 그대 자신이 직접 나서 이리저리 취직 자리를 알아 본다.


마침내 내가 친지의 연줄을 타고 어렵사리 보험회사에 들어가게 됐다는 말을 듣고, 그대는 사뭇 눈물까지 글썽여 가며 기뻐한다.

그 숨김없는 안도의 빛을 통해 그 동안 그대가 내심 얼마나 조바심을 쳐 왔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내가 다른 남편들처럼 아침에 출근을 하게 되자 그대는 행복해 한다.

첫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그대는 미소짓지만, 그러나 그 미소 속에 숨은 실망의 빛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한다.

그것이 내가 그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초라한 생활 수준임을 그대는 깨달은 것이다.


갑자기 그대는 이전에 자신이 속물적이라고 비웃던 생활양식에 선망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다.

모든 상품 구입에서 항상 최저 가격을 찾아내려 무진 애를 쓰면서, 그대는 씁쓸한 패배감을 맛본다.

매사에 절약을 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옹색한 세계에 갇힌 그대는 정신마저 옹졸해진다.

그대는 이전의 예리한 지성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대는 데리다를 잊는다. 마르쿠제도 잊고 바슐라르도 잊고 레비스트로스도 잊는다.

고작 허접스러운 에세이 류, 서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무더기로 쌓아 놓는 베스트셀러 류의 소비적인 독서만을 한다.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는 미학 이론서, 사회과학서는 말없이 상자에 담아 다락으로 옮겼다가, 장마철을 거치면서 눅눅해지고 곰팡이가 피자 폐신문지와 함께 분리수거함에 내놓는다.


이제 그대는 별수 없이 평범한 동네 아줌마다.

새로 이사 간 신개발 주택단지에서 그대는 온종일 시간을 보낸다.

가까운 슈퍼, 대형할인점, 구청 도서관, 시민공원 산책로 들을 오락가락하며, 그대는 전형적인 전업주부의 생활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동네 이웃들과 잘 융화되지 못한다.

동네 여자들 사이에 자리잡은 우스꽝스러운, 그러나 확고한 서열에 선뜻 수긍하지 못하는 그대는 그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그대보다 고작 몇 살 더 연상일 뿐인데도 우스꽝스러운 권위의식에 빠져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그대는 몇 해 뒤의 그대 모습을 상상하며 지레 두려움에 몸을 떤다.


집주인 여자와도 그대는 불화를 일으킨다.

질질 새는 수도관 문제로 그녀와 날이 선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대 쪽에서 조금만 굽히고 들어가면 그녀로 하여금 집주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만들 수 있으련만, 그 천박한 여자의 비위를 맞추느니 차라리 불이익을 감수하는 쪽을 그대는 선택한다.

여자가 돌아간 뒤에 그대는 비로소 분통을 터뜨린다.

내가 보기에는 평범한 아낙에 불과하던 그녀를 마치 속악스러운 물욕의 화신인 양 매도하는 모습을 통해, 그대는 누적된 금전난이 그대의 냉철하던 이성을 허물어뜨린 정도를 여실히 보여 준다.


그대는 꿈꾼다.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욕실을 꿈꾸고, 노루발이 달린 욕조를 꿈꾸고, 캐노피가 늘어뜨려진 침대를 꿈꾸고, 갤러리 도어가 달린 드레스룸을 꿈꾸고, 라벤더가 우거진 정원을 꿈꾼다.

그대는 아름다운 생활을 꿈꾼다.

자신이 마땅히 아름다운 생활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그대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점에서 그대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대는 그대의 남편이 제공해 줄 수 없는 것들을 원했고, 적절한 시점에서 그 불가능한 소망을 스스로 접는 지혜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그대는 하혈을 한다.

유산이라는 진단에 그대는 눈물을 삼킨다.

간신히 충격을 추슬리고 나자, 이번에는 그대 쪽에서 아이가 들어서는 것을 거부한다.

이제 우리도 아이를 가질 시기가 되지 않았느냐고 몇 차례 종용하는 나에게 그대는 매번 거부를 표하여 나를 서운하게 만든다.

그대는 우리의 결혼 생활을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렇게,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으로 그대는 남으려 든다.

그런 생각을 시선과 표정을 통해 감추지도 않고 드러낸다.

입덧을 하고도 그대는 아니라고 잡아뗀다.

그리고 나와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중절 수술을 받는다.

그로 인해 냉랭해진 집안 분위기에도 그대는 끄떡하지 않는다.

사랑은 책임을 수반하는 거라고, 충분히 사랑해 줄 수 없는 아이를 낳는 것은 무책임이라고ㅡ그렇게, 그대는 책임을 거부하는 자신의 무책임을 변명한다.


길에서 그대는 성공한 고교 동창생을 만난다.

그대와는 달리 케리어우먼의 길을 선택한 그녀의 모습에서 그대는 그대가 포기하였던 또다른 삶의 가능성을 본다.

그대는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었다고 여기게 된다.

그 반발로 차값을 자신이 내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벌써 후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차값 몇 푼에 바들바들 떠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이제 그대는 열등감에 시달린다.

패배감에 허덕인다.

나로서는 속수무책인 우울증에 빠지고 만다.

목구멍까지 재가 차오르는 듯한 느낌에 시달리던 그대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욕구를 도저히 억제할 길이 없어지고, 실제로 어느 날 문득 소리를 지르고 만다ㅡ집을 험하게 쓴다고 종알종알 잔소리를 늘어놓는 집주인 여자 앞에서.


다음 순간, 그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전세를 옮겨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음을 깨닫고 그대는 겁에 질린다.

혼자서 속을 끓이던 그대는 그 동안 줄곧 연락을 끊고 지내다시피 하던 친정에 구조 요청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유산 문제로 그대와 의가 상해 있던 그대의 친정 오빠로부터 약간의 모욕을 감수한 끝에 그대는 얼마간의 자금 원조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새 전세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그대는 또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대가 확보한 자금으로는 턱도 없는 수준의 집들을 보러 다니는 것이다.

어두운 반지하 집들을 그대는 경멸의 시선을 던지며 그냥 지나친다.

햇빛이 쏟아지고 온수가 펑펑 나오고 수도관 문제로 집주인과 다툴 필요가 없는 집들, 인테리어 잡지에 실리는 아름다운 집들은 우리의 재정 능력으로는 넘겨다볼 수조차 없다는, 어린애라도 알 수 있을 자명한  사실에서 그대는 굳이 눈을 돌린다.


그러나 전망이 기가 막힌 아파트를 계약하기 직전까지 가서는 그대 역시 정신을 차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련한 그대! 결국 그대는 또다시 현실 앞에 굴복한다.

가장 합당한 선택으로 보이는 반지하를 한사코 거부한 대신, 마찬가지로 어둑어둑하고 습기까지 낀 서향집을 그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대 자신이 고른 이 집을 그대는 내가 그대에게 강요한 궁색한 삶의 상징으로 여기고 증오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대도 얼마간은 싸워 보려고 애쓴다.

습기로 눅눅해진 벽 위에 새로 벽지도 바르고, 무엇보다 곤란한 문제점이던 거실 벽의 세로로 길쭉하게 난 균열 위에는 핸디코트를 덮기도 한다.

내 서투른 붓질 솜씨에 혀를 차면서도 그대는 모처럼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그렇게 칠을 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벽에 금이 가는 사태 앞에서 그대는 도로 웃음을 잃는다.

그 균열을 그대의 꿈과 그대가 처한 현실 간의 괴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해석한 것일까, 나와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그대는 한사코 금이 간 벽에 시선을 주지 않으려 애씀으로써 나를 무던히도 괴롭힌다.

도대체 문제점이 뭐냐고 따지는 나에게 그대는 스산한 얼굴로 침묵을 고수한다.


장마철이 되어 새로 바른 벽지 위로 곰팡이까지 번지기 시작하는 것을 본 그대는 그만 절망하고 만다.

여기에 화장실 변기까지 막히자 그대는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다.

집안에 고인 악취에 시달리던 그대는 어느 날 반란을 감행한다.

집 부근 재래시장으로 가던 길에, 집안에서 입던 옷차림 그대로, 장바구니를 들고 비닐 샌들을 신은 채로, 눈앞에서 멈춘 고속 터미널 행 버스에 최면에라도 걸린 듯이 오르고 만 것이다.


나흘 뒤, 부산에 사는 그대의 대학 동창의 전화 연락을 받고 찾아간 나를 그대는 냉랭한 얼굴로 맞는다.

별 수 없이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그대는, 그러나 대문 앞에서 돌연 발을 멈추고는 황소처럼 버틴다.

간신히 집안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그대는 금방이라도 다시 튀어나가고 싶은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집안의 안주인인 그대가 마치 손님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먹서먹하게 군다.

그대는 다시금 거실벽의 균열을 피해 이리저리 눈길을 돌린다.

그리고 일 주일 뒤, 그대는 핼쑥한 얼굴을 하고 내게 와서는 더이상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고 선언한다ㅡ이미 막혔던 변기는 수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이해해 달라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나 자신의 삶이 막다른 길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것을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ㅡ그렇게 두서없이 늘어놓는 말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초췌해진 얼굴을 통해 그대는 나를 납득시킨다.


이제 그대는 짐을 싸고 친정 오빠네 집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잠시 동안의 별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대는 주장하지만, 그러나 택시를 타고 떠나기 전에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듯한 눈길을 내게 던진다.


그렇게 한번 내 곁을 떠난 그대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그대에게 그다지 살갑게 대하지 않는 오빠네 집에서 결코 마음 편할 리 없는 더부살이를 하면서도 여러 차례 복귀를 거부함으로써 그대는 나를 어처구니없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고, 차츰 슬프게 만들고, 그리고 마침내는 허무하게 만든다.

그대가 거부하는 것이 그 집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 자체임을, 나와 함께 영위해야 하는 초라한 삶임을 결국 깨닫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대의 박정함을 비난하는 내게 그대는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나를 사랑하지만 그대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그대 자신의 삶이라고,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래도 나의 추궁이 계속되자 그대는 떨리는 음성으로 다시 말한다.

어쩔 수 없다고 하지 않느냐고, 어쩔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느냐고, 그렇게 이기적인 자신이 그대도 싫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러다가 그대는 그만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대가 운다. 그대가 운다. 그대가 운다....


결국, 그대는 나를 거부한 것이다.

결국, 나와의 생활이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그대는 판단한 것이다.

결국, 이제야말로 그대는 현실감각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대는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두 발로 우뚝 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차츰 단호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묵히고 있던 생활력을 갑자기 발휘하여 그대는 학생 시절에 하던 번역일을 다시 시작한다.

시시껄렁한 추리소설 둘, 그리고 로맨스 소설을 하나 번역한 다음, 그대는 친구의 연줄로 잡지사와 인연을 맺는다.

처음에는 자유기고 일을 맡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정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바닥에 잘 적응해 나간다.


그렇게도 까탈스럽던 그대가 그 계통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죽이 척척 맞는다.

동료들로부터 그대는 능력을 인정받는다.

승진도 하고 신망도 얻는다. 승승장구 한다.

그러다가 그대는 그대의 심미안을 높이 평가한 주부들 대상의 생활정보 월간지에 스카우트 된다.

그곳에서 그대는 인테리어 코너를 담당하며 아름다운 생활을 향한 평소의 갈증을 충족시킨다.

놀랍게도, 그대는 그 바닥에서 이제 거물로, 적어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인물로 행세한다.


이제 그대는 자그마한 아파트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한다.

중형 자동차도 한 대 중고로 구입한다.

느긋한 몸가짐, 한 톤 올라간 목소리, 반짝이는 눈....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사람이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징표를 그대는 나타낸다.

가끔씩 나와 만나는 자리에서는 자신이 식사대를 내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레드와인을 마시면서 그대는 내게 쓰고 있는 소설이 잘 돼 가냐고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대답을 얼버무리는 내게 관대한 미소를 보낸다.

너무 초조해 하지 말라고, 그렇게 초조해 하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라고, 모든 이가 작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문학을 향한 내 열정에 항상 감탄해 왔노라고, 하지만 지금 이렇게 문학을 사랑하는 내 현재 모습만으로 그대에게는 충분히 아름답게 보인다고, 언제고 내 노력이 결실을 얻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과가 생기지 않더라도 문학에 대한 열정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열정이라고 그대는 나를 위로한다.
그렇게, 내 지지부진한 상태에 그대는 관용을 보인다.

그렇게, 내 재능에 대한 기대를 버렸음을 그대는 드러낸다.


어느 날 밤늦게 그대의 아파트로 찾아간 내게 그대는 회식 후에 그대를 데려다준 직장 후배를 소개한다.

그 젊은 남자의 눈을 통해 다시 바라본 그대는 미혼처럼 싱싱한 모습이다.

술이 취한 여자 상사가 걱정돼서 아파트까지 바래다 주었으면 그대로 돌아갈 일이지 눌러앉아 차를 받아마시는 건 무슨 심보냐고 내가 이죽거리는 말에 그대는 자기를 의심하는 거냐며 조금 불쾌해 한다.


그러나 이 일이 있고 나서도 그대는 또다시 같은 남자를 야심한 시각에 아파트에다 들임으로써 나를 역정나게 만든다.

따지고 드는 나에게 그대는 좀 세련되게 굴 수 없느냐고, 왜 그리 통속적인 반응을 보이냐고 되려 짜증을 낸다.

그러면서 우리 둘의 관계가 이미 붕괴되었으며, 따라서 그대의 생활에 내가 관여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언급한다.

그 남자와의 관계가 단순한 직장 선후배 관계를 넘어선 관계임은 시인하지만 엉뚱한 상상은 하지 말라고, 그저 직장 일을 떠나서도 서로 얘기가 통하는 연하의 남자친구일 뿐이라고, 어디까지나 플라토닉한 관계라고도 말한다.

그리고는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어 보겠답시고 독신인 내가 어떻게 성욕을 해소하는지 농담투로 물으며, 내가 다른 잠자리 상대를 구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그대의 마음이 내게서 결정적으로 떠났음을 재삼 확인시킨다.

그렇게, 그대는 조금씩 조금씩 나를 떠나기 시작한다.


어느 날 만취한 채 그대의 아파트를 찾아간 내 앞에서 그대는 문을 걸어잠근다.

다음날 사과하는 나를 그대는 관대하게 용서한다.

그러나 그런 부드러움 앞에서 충동적으로 내가 꺼낸 재결합 제의에 대해서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살래살래 고개를 흔든다.

그리고 정식으로 재결합을 거부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일방적인 결정이 스스로도 미안한지 굳이 부부로 남지 않아도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촌스럽게 굴지 말자고 나를 달래려 든다.

그대는 항상 나를 높이 평가해 왔다고, 그러나 우리 둘은 서로에게 플러스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서로에게 구속이 되는 결합을 계속 이어가느니 차라리 멀리서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를 보내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제발 그대가 내게 호감을 간직한 채 헤어질 수 있게 해 달라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대는 결국 우리의 재결합이 불가능함을 내게 납득시키는 데 성공한다.

나로 하여금 그대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대가 옳다. 그대가 옳았다. 그대는 항상 옳았다.

그대는 내가 차지하기에는 지나치게 섬세하고 까다로운 여인이었다.

그대는 내 곁에서 행복하지 않았고, 이제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리듬을 되찾고 있다.

나를 떠나서야 비로소 그대다운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와 연결되지 않고서야 그대는 자유로울 것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상태에서만 그대는 아름다운 존재로 남을 것이다.

그대는 자유롭게 뻗어갈 것이고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


아니, 내가 납득하건 말건 그대는 이미 자유롭다.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그대는 내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그대는 세상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하였고, 앞으로도 세상에 그대 몫을 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요컨대, 그대는 자유롭다.

정녕 자유로운 것이다.


그대는 남자들을 만난다.

그대는 밤새도록 마시고 춤춘다.

그대는 재즈바에서 칵테일을 시킨다.

그대는 발레, 오페라, 뮤지컬, 판토마임, 오케스트라 공연들마다 빠지지 않고 객석에 가서 앉는다.

그대는 문화 생활을 누리고 고담준론을 즐긴다.

그대는 요가를 배우고 명상 서적을 읽는다.

그대는 인사동에서 떡살을 고른다.

그대는 비 내리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향에 취한다.

그대는 회색빛 도시의 우수를 맛보며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버린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어느 날 그대는 황금빛 가을 속으로 차를 몰 것이다.

간단없이 낙엽이 흩날리는 어느 고목 아래 차를 세우고, 그대는 시낭송 테이프를 들으며 담배를 피울것이다.

그러다가 그대는 그대의 가벼운 실존의 허무 앞에서 눈물 한 방울을 떨굴 것이다.

그러면서 그 허무감 속에서 역설적으로 발견되는 살아 있다는 쾌감에 진저리를 칠 것이다....


자, 이제 그대는 만족하는가?

행복한가, 그대는?
그렇다면 계속 곧바로 나아가도록.

지나간 날들에 얽매이지 말고.

나는 잊어도 좋다.

내게 가책을 느낄 필요 없다.

그대는 잘못이 없다.

그대는 그대가 가야 할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 그대는 처음부터 내게 어울리지 않는 여인이었다.


그렇지만 그대도 한 가지 위안만은 내게서 앗아가지 못한다.

그대는 나를 사랑했다. 지금도 얼마간은 나를 사랑한다.

아마 앞으로도 나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ㅡ 내 그대를 원망하지 않으니 부디 행복하도록. 부디, 행복하도록....


아, 저기 그대가 들어선다.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그대는 나를 발견한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그대가 통로를 걸어온다.

가벼운 걸음걸이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서.


이 마지막 순간에 그대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 미소로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들면서도 그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늘 내가 그대를 불러낸 이유가 우리의 혼인 관계를 공식적으로 파기하는 문제를 상의하려는 데 있다는 사실 역시 짐작하지 못한다.

그저 탁자에 놓인 새빨간 장미 다발을 발견하고 미소를 떠올릴 뿐이다.


  ㅡ나 주려고 산 거야?
  ㅡ마음에 들어?


카페에 오는 길에 있던 꽃가게에서 충동적으로 산, 그대에게 바치는 마지막 숭배의 표시로 내가 내미는 그 꽃다발에 그대는 흐뭇한 시선을 던진다.
그대에게 장미를.


Comment ' 10

  •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09.10 14:08
    No. 1

    눈에 띄는 것은 2인칭 시점이라는 것. 나머지는... 글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0 14:16
    No. 2

    거의 정답에 근접하셨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거기서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세요.시점은 여전히 일인칭 시점이잖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그림자.
    작성일
    13.09.10 14:45
    No. 3

    일인칭인 화자와 이인칭인 그대가 공존한다는 점인가요a 추후에는 답을 공개해주시겠죠?ㅎ 마지막 장면이 참 인상깊네요. 숭고했던 그녀가 장미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장면이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0 15:02
    No. 4

    위에서 녹필 님이 거의 다 맞추셨는데.... 거기서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정답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영비람
    작성일
    13.09.10 15:22
    No. 5

    1인칭인데 전지적 작가처럼 묘사 하는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말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새벽)
    작성일
    13.09.10 16:54
    No. 6

    상품이라도,,걸려있음,,맞출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0 16:59
    No. 7

    시점은 일인칭이지만 문법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0 20:53
    No. 8

    알아맞추시는 분이 없으니 그냥 답을 공개해야겠군요.
    이 소설은 마지막의 '그대에게 장미를'만 제외하면 모두 이인칭 문장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아라짓
    작성일
    13.09.10 21:52
    No. 9

    하아..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11 01:34
    No. 10

    읽어 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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