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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
13.08.26 20:42
조회
2,051

5년 넘게 사귄 첫 사랑과의 실연 직후 근 1년 동안은 맡고 있던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을 놓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다가, 회복을 하겠다고 일을 그만 둔지 거의 반 년.

회복은 커녕 정신 붕괴로 오락가락 했죠.

일을 놓자마자 미칠듯이 우울증이 왔습니다.

대인기피에 자살 충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치유의 목적(&후회, 되새김)으로 글을 쓰면서 겨우 겨우 가느다란 정신줄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길 열 달.

주머니의 구멍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서 내핵까지 들어갈 지경이라, 어쩔 수 없이 지인을 통해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너무 쉬었던 나머지 익숙하지 않더군요.

거디가 평소보다 많은 사람의 얼굴과 마주치면서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겨우겨우 참고 이렇게 집에 돌아와서 저녁 먹으면서 글을 써 보네요.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면은, 일단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부분도 있지만, 글을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생겼습니다.

사실상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었고, 하루의 즐거움도 더 줄었지만, 반발심이랄까, 역효과(?)랄까, 글에 대한 생각이 더 잘 떠오르고 더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네요.

이 때문에라도 다시 마음 잡고 일을 계속 해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여자들의 얼굴에서 내가 알던 사람의 파편, 흔적들을 보게 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다르지만 조금은 비슷한 모습.

눈이라던가 머리 스타일, 입술 모양, 목소리.

조각조각 모자이크가 되어 기억에 하나 둘 맞춰질 때 마다 느끼는 상실감..

만약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군대를 갔다온게 아니었다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길 바닥에서 뚝뚝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내일 출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겁이 나네요.

뭐 이러다가 자고 일어나면 조금 나아질 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좀더 나아지기를.

내일은 더 꿈이 있기를.

내일은 더 행복하기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봅니다.


Comment ' 14

  • 작성자
    Personacon 교공
    작성일
    13.08.26 20:54
    No. 1

    보통 일에 파묻혀서 슬픔을 잊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하셨었군요. 하긴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 것도 맞겠죠.
    잘 극복해내시길.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8.26 21:46
    No. 2

    실연에 있어서, 일이 원인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쉬면서 회복하자고 했는데, 회복은 커녕....
    죽지 않으려면(돈으로든 우울증으로든) 어떻게든 극복을 해야죠. 어떻게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Bibleray
    작성일
    13.08.26 20:57
    No. 3

    저도 오랜 기간동안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저는 글조차 못쓸 정도로 망가져 있었거든요;;; 키가 161인데, 몸무게가 38kg까지 빠졌었죠. 진짜 인간 몰골이라곤 말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저는 몇번 걔랑 데이트 갔던 곳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걔인줄 알고 붙잡았던 적도 있었어요. 어렸지만 그만큼 사랑했었거든요. 이렇게 살 바엔 죽자고 해서 제법 문학적인(?)유서도 써놨었는데, 그럴 시기에 남동생이 태어나고 저 좋다는 여자도 막 연락해주고 그래서 여러 사람의 관심 덕분에 잘 살아 있답니다.
    저는 그때 소설은 쓰지 않았지만, 시는 수백편 썼을 거에요. 굉장이 유치하긴 한데, 제가 만약 등단해서 유명해 진다고 하면 꽤나 평가받을만한 좋은 시라고 장담해요. 그 슬픔을 글로 뱉어내니 살 맛이 나더군요. 숨쉬는 향이라고 할까요, 그런게 코끝에서부터 전해지고.
    그 아픔을 글로 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심한 말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경험은, 특히 아픈 경험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에너지가 됩니다. 그것이 곧 명작 탄생의 시작이지요.
    아픔을 알기 때문에 그걸 공유할 수 있다. 이건 엄청난 메리트가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8.26 21:50
    No. 4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제가 알던 그 아이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가족 내력부터 해서 제 삶의 첫 단추부터 단단히 꼬였거든요. 그런 와중에 찾아온 사랑인데, 전 온 마음을 쏟았죠.
    절대 놓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는데, 가장 필요한 순간에 등을 돌렸을 때, 제가 느낀 상실감은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사실 감당하기 힘들어서 숨겨만 놓고, 가끔 봐도 괜찮겠지? 하고 들춰보다가 다시 무너지는 일의 반복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축복이라면 차라리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시 그때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요.
    그 만큼 잃어버린게 작지 않네요.
    더 힘든 건, 다시 오지도 않을 것이고, 회복도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제가 알던 세계가 사라졌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리얌
    작성일
    13.08.26 21:50
    No. 5

    가끔은 힘들어 해도 됩니다.
    억지로 잊으려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힘들어 했으니,
    내일은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이 되시길 바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8.26 21:53
    No. 6

    문젠, 그 힘든 감정이 물이 가득한 댐 같아서,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눈을 감고 머리를 흔들어서 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글을 쓴 상황에서 설득력은 없지만요.
    오랜만에 많은 사람과 마주치는 건 역시 용기가 필요하네요.
    과거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도 살아남은, 그리고 이겨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정말 어떻게 이걸 견뎌 낸 것인지.
    전, 평생을 가도 버텨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3.08.26 22:04
    No. 7

    아이고 지옥같은 열 달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스스로가 참 대단해보입니다. 오래 사귈 수록 정리하는 게 참으로 어렵지요. 잘 극복하시길 빌어봅니다.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8.26 22:08
    No. 8

    사실 지금도 어중간하게 그 지옥에 발을 걸치고 있죠.
    눈을 질끔 감고 의식하지 않으려고요. 그런데 오늘처럼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면 필연적으로 떠올릴 수 밖에 없네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게 답인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청안청년
    작성일
    13.08.26 22:22
    No. 9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8.26 22:55
    No. 10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93 청안청년
    작성일
    13.08.26 23:26
    No. 1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68 과거의소년
    작성일
    13.08.26 22:43
    No. 12

    딱 한마디만 해주고 싶네요.

    " I am infinity"

    -나는 무한하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藍淚人
    작성일
    13.08.26 22:57
    No. 13

    솔직히 말씀하시는게 너무 막연합니다.
    전 지난 2년간을 한계에만 부딛쳐왔거든요.
    그때보다 지금이 더 했음 더했지 못하진 않을 겁니다.
    단지 삶의 문제에 겁먹고 밖에 나온 거지만요. 만약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될 나이었다면 계속 스스로 갖혀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세상에 감사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리얌
    작성일
    13.08.26 23:21
    No. 14

    나의 세계라는 것이 결코 한사람으로만 지탱되어 온 것은 아니더라구요.
    저는 주위를 둘러보라고... 藍淚人님을 소중히 여기고 걱정하는 분들이 분명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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