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남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여자의 처녀는 굉장히 중요했어요. 순결을 빼앗긴 여자로서는 그 남자에게 시집가거나 혹은 더 나이 많은 남자 등..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선택을 해야만 했죠.
그런면에서 리게인에 나오는 히로인은 그렇게 나쁜 선택을 한 건 아닙니다. 황제에게 강간당했고, 황제가 또 받아주니까.. 뭐 후궁이라면 나쁘지 않죠.
강간범에게 단순히 강간당해서 시집갔다고 여자를 모른다거나 하는 건 오히려 현실을 외면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진호전기에서도 강간이기는 하나 애를 배었다면 결국 강간한 남자만이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테니 결국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은 자기를 강간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었죠.
사실 현실에서는 더 참혹한데, 강간하고 나서도 여자를 그냥 버리는 경우죠. 더어버빌의 테스라는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데 위의 경우는 사실 여자에게도 꽤 운(?)이 좋은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여자는 시집가지 않으면 도저히 혼자서 자립할 수 없고 주변인물들에게 천덕꾸러기로 전락한다는데 생기는 문제죠.-현대 시점으로 소설을 쓴다면 일반적인 환경에서 강간범에게 시집가는 여자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긴 하네요.- .
문제는 이거죠.
1. 여주가 비중이 너무나 적다.
여주가 어떤 심경으로 이런 행동을 했고 어떤 피토하는 심정을 가지고 있었는가? 이런 묘사를 하면 독자들이 봐줄텐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주는 그냥 들러리고 남주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하는 구운몽적 전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대여점 소설의 한계..
2. 캐릭터가 망가진다.
사실 이게 큰 문제입니다. 캐릭터가 망가지는 걸 어떻게 수습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꽤 무리한 전개를 하게 되고 독자분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서 대부분의 영미 중세 혹은 근대 로맨스소설에서는 SM소설이 아닌 한 남자가 여자한테 매를 드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실제로는 남자가 여자를 때린다고 해도 그당시 사회통념상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만약에 매를 들면 그대로 남주의 캐릭터성이 박살나기 때문입니다. 도저히 수습하기 어렵죠. 이렇게 되면 여성 독자들을 계속 보도록 설득하기가 매우 힘이 들죠. .
강간범과 여자가 결혼한 것이 좀 말이 안된다고 보는 작품 중에는 녹정기가 있는데요.
사실 제가 이런 문제 때문에 녹정기를 김용 작품 중 최악의 쓰레기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소피아공주와 위소보 관계는 정말 지나치게 중화중심주의적이고.. 가장 큰 문제는 홍부인이죠. 소전.. 그녀는 홍교주에게 강제로 시집간 여자긴 한데 홍교주가 죽자마자 자신을 강간한 위소보에게 시집갔습니다. 아무리 임신중이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전개였어요. 위소보를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더니.. 그리고 홍부인의 경우는 무공이 고강해서 단순히 여자라는 위치로 얍잡아 볼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어요. 김용의 묘사는 단 이런식의 한 줄이었어요. 홍부인은 어째서인지 위소보를 따랐고,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작가분들이 자신의 필력을 과신하여 지나치게 무리한 전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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