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윙
KIA 타이거즈 비시즌 최대 화두는 '불펜 보강'이다.
선발 마운드는 지난 시즌 막판 드러난 위력이라면 명실상부한 리그 최강이고, 타선 역시 부상자 없이 정상 가동만 할 수 있다면 뒤질 것이 없다. 핵심 한둘이 빠져도 줄부상만 없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역시 불펜. 양과 질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년간 사이드암 라인 에이스로 활약했던 손영민은 불미스런 일로 임의탈퇴, 우완 파이어볼러 한기주는 부상으로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 없다. 유동훈-최향남 등 노장투수들은 미지수 전력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충격적인 ‘사건’까지 터졌다. 지난 시즌 박지훈과 함께 불펜의 젊은 피로 잠재력을 뽐냈던 홍성민을 잃고 만 것.
50억을 들여 FA(자유계약선수)로 김주찬을 데려온 KIA는 전 소속팀 롯데가 타선보강이 절실할 것으로 파악, 홍성민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 하지만 롯데는 쓸 만한 야수가 없다고 판단, 강점인 불펜을 더 보강하는 쪽으로 선회하며 홍성민을 낙점하기에 이르렀다.
홍성민을 잃은 KIA의 충격은 상당하다. 가뜩이나 불펜이 약한 어려움 속에서 차기 마무리 후보군으로 기대할 수 있는 젊은 자원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격분한 KIA 팬들은 구단 공식홈페이지 등에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성토하는 글까지 올리고 있다.
물론 KIA의 불펜 보강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불펜의 중심축이 된 박지훈을 중심으로 한승혁이 아마시절 이름값 회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2011시즌 깜짝 신데렐라로 등장했던 심동섭이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전우엽(개명 전 전태현)에 박경태-진해수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자원들이 담금질에 한창이다.
하지만 확실한 카드가 없다. 신생팀이나 리빌딩을 선언한 팀이 아닌 KIA는 당장 다음 시즌 성적이 중요하다. 선발-타선 전력이 상위권이라 더 급하다. 불펜 운영에 일가견이 있는 선동렬 감독이 지휘한다 하더라도 중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검증된 두 외국인선수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더라도 마무리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진우 마무리 전향설’이 돌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유동훈-정대현 등 특별 케이스도 있지만 특급 마무리로 이름을 알린 대부분의 투수들은 강력한 속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이다. 박빙 상황에서 장타 위험을 줄이고 탈삼진 확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이런 유형의 대표 격이다.
안타깝게도 KIA 불펜에는 몸상태를 장담하기 어려운 한기주를 제외하곤 이런 유형이 없다. 따라서 선발진에서 하나를 빼 보직을 변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검증된 선발투수를 불펜투수로 돌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성공사례도 많지 않고, 자칫 큰 효과도 보지 못한 채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시즌 부활에 성공한 김진우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에 역대급으로 통하는 폭포수 커브를 장착했다. 힘으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르는 것은 물론 삼진을 잡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마무리도 어울려 보인다. 한때 마무리로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마음가짐이나 경험 등에서 그때와는 분명 다르다.
김진우는 "시켜만 주면 영광이며 만약 맡게 될 경우 최선을 다해 보직을 수행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무리 전향에 대해 흔쾌히 승낙의사를 밝혔다고는 하나 김진우가 팀 내에서 자신의 주장을 내놓을 입장도 아니다.
팬들의 반응도 다르다. 그의 최대 매력은 강인한 체력과 파워를 바탕으로 9회에도 강속구를 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마무리 투수로 잘할 수 있다 해도 검증된 완투형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돌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제 겨우 풀타임 복귀 1년차. 무리했다가는 몸 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과연 마무리 투수 문제는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뒷문 단속에 여념이 없는 KIA 행보에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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