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여행을 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즐겁지 않습니다. 뜻이 잘 맞지 않는 친구인 탓입니다. 이 친구와 제법 잘 맞는다 생각해서 이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같이 왔었습니다만... 생각만큼 잘 맞는 친구가 아니었었나봅니다.
여러모로 제가 항상 더 많이 받아주던 그런 친구였어요. 제가 이야기 듣는것도 좋아하고... 그러다보니 여러모로 많이 들어주고 리액션도 보이며 대답해주곤 했었거든요.
물론 듣다 보면 아니다 싶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태클도 많이 걸지 않았었답니다. 그러다가 이제 그 친구의 생일이 되어 같이 바다에 놀러오는데 정말 부딫치는 점이 많더군요.
이 친구는 언제나처럼 제가 반 ' 시녀 ' 또는 ' 하녀 ' 마냥 자신을 ' 공주님 ' 대접 해줄것이라 생각했나봅니다.
이제 돌아 생각해보니... 제가 그동안 좀 많이 공주님 대접 해주었던건 사실이네요.
제가 최근 나름 적지않은 일이 생겨서 성격이 살짝 바뀐것도 문제였나봅니다. 저는 좀 더 자신감 넘치고 자존감을 가진 상태였지만 , 그 친구에게 필요한건 그런 친구 빙루화가 아닌 그냥 자기 말 잘 듣는 그런 친구가 하나 필요했던걸지도 모르죠.
어제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더군요.
여행이 2박 3일이었던 탓에 더이상 함께 1박을 더 보낸다는건 서로에게 치명적인 시간 낭비에 정신적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에게 전혀 배려심 없이 신경전만으로 보낸 1박이 지겨웠던 탓이겠지요.
그래서 가방을 싸고 전 이야길 했어요.
제가 아프다고 누워있다고만 생각했던 친구는 저에게 신경 끄고 밖에서 큰소리로 티비 보고 담배 피우며 잘 놀고 있더라구요.
뭐....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그냥 하루 정도는 사람의 마지막은 잘 장식해야한다 는 맥락 하에 더 지내기로 했답니다.
대놓고 이야기 했거든요. 배려심이 모자란다고. 우리 둘다 배려심이 이렇게 없이는 여행은 더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고. 소통 없는 너와 한 공간에 있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그랬더니 나름 잘 이야기가 풀렸습니다만...
사실 서울에 돌아가서 다시 잘 지낼 생각도 계획도 없다는게 현실입니다. 이 친구 입장에서도 저한텐 이제 눈치 봐야 할것 같다며 불편하다고 해오네요.
일이 이렇게 되다보니 예전 제 친구 생각이 납니다.
지금과 같은 관계였어요.
저는 언제나 어리광 부리고 제 힘든일만 이야기 했죠. 그 친구의 힘든 일은 묵살해버리던... 어린 철부지 같았던 저의 20대 초반...
물론 지금 제가 이 친구의 손을 놔버릴것 처럼 그 친구도 제 손을 놔 버렸답니다. 그땐 정말 원망이 심했죠......
이제 이해가 간답니다.
제가 너무 아이를 힘들게 했었었나보다 싶어서..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이래서 사람 사이란건 어찌 될지 알수 없는 일인거 같아요.
인연이 끊길수 밖에 없을 정도였던 제가 이젠 누군가와 연락을 끊는 친구가 되는 날이 올줄은 저도 몰랐지요...
이래서 사람 사이란건 알수 없는것이고 항상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는 옛말이 있는가봅니다 ^^;
글이 많이 긴데 다 읽어주신 당신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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