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버츄어 파이터에 매료되었었군요.
실제 물리 엔진을 이용한 3d격투 게임의 등장은...
정말 기술적으로 엄청난 진보였거든요.
그림이 움직여서 싸우는 2d격투 게임과 달리...
오브젝트가 움직인다는 것은 감동이었지요.
주로 잭키와 사라를 하면서, 버파에 몰입했었군요.
그리고 2의 등장과 철권의 등장.
전 철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3d게임인데 카메라 연출이 꽝이라 2d게임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접했고...
두팔, 두다리라는 방식도 마음에 안들었고, 10단콤보란 시대착오적인 기술까지 들어있었거든요.
그게 되려 먹힌 듯도 싶지만.
수려한 그래픽에 타격감 좋은 버파2에 비하면 철권은 쓰레기다 하면서 한두번 해보고 외면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버파 2의 성공이 애를 망친걸까요. 스즈키 유라는 꼬꼬마가 삽질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도취라고 해야 하나...
온갖 개드립을 토하면서 신작을 제대로 내주질 않는 겁니다.
(아주 콧대가 하늘을 찔러서 세가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하더군요. 업무방해에 말바꾸기, 다른 직원들 무시하기 등)
결국 버파 3는 제대로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철권은 차근차근 신작을 발표합니다.
음...이야기가 좀 애매하게 흘렀나요.
수원 역앞에 꽤 큰 오락실이 있었는데, 어느날 가보니 거기에 철권3가 있는 겁니다. 막 나온 따끈따끈한 놈이었지요.
'젠장. 또 철권이냐. 짜증나게.'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나가려는데 아주 특이한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에디였지요. 카포엘라 캐릭터.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근방의 철권 매니아들이 갓나온 철권3 하겠다고 잔뜩 모여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다렸다가 돈을 넣고, 에디를 골랐습니다.
신캐릭들이 좀 많았던 탓인지, 로테이션은 꽤 빨랐군요. 아니면 실력 좋은 사람이 많아서 연승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 발버튼 두개만 대충 누르는데도 기술이 계속 이어지더군요.
미칠듯한 발공격의 폭풍.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다가 게임 오버.
기술을 외울 생각도 안하고 적당히 레버를 흔들면서 발버튼을 연타했기 때문에 상대는 제 공격 패턴을 읽지 못했습니다.(있어야 말이지)
그리고 순식간에 10연승을 넘어섰고, 사람들의 감탄성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연승을 지났나? 약간 못미쳤나..그럴 무렵...
상대가 폴을 골랐습니다. 붕권 캐릭터.
첫판 그냥 발랐습니다. 붕권쓰면서 접근해 오다가 하단 중단이 마구 섞인 발차기 공격에 날라갔군요.
두번째 판도 거의 피를 다 깎아가는데, 갑자기 폴이 좀 떨어진 곳에서 붕권 폼을 잡는데 붉은 오라가 퍼져 나오더군요.
엄청 딜레이가 긴 기술이었습니다만, 제 에디는 제가 마구 눌러놓은 버튼들 덕택에 폴 근처에도 못간 상태에서 혼자 춤을 추며 발광하고 있었습니다.
작렬한 가드 불능기.
오락실 내가 갑자기 썰렁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세번째 판.
상대 폴이 제게 10단 콤보를 쓰더군요. 그거 한방도 안남기고 다맞아 줬습니다. 그리고 게임 셋.
20연승 안팎의 연승이 순식간에 날아갔습니다.
사람들이 절 보는 눈빛이 좀 이상하더군요.
다음날 다시 그 오락실에 갔습니다.
에디를 골랐습니다.
상대는 시작하자마자 십단 콤보를 썼습니다. 다맞고 죽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락실에서 철권을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니, 그 오락실을 다신 안갔습니다.)
왠지 뿌듯하면서도 쪽팔린 기억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기너스 럭이라는 것은 확실히 있는 듯.
전 철권 아직도 싫어합니다.
버파 3보다는 차라리 데드 오어 얼라이브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격투 게임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만...
폴리곤 게임들의 대두는 올드 게임 매니아에겐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되는군요.
실피드같은 게임은 정말 뚝떨어지는 듯한 충격적인 화면 연출이..
이제 와서야 다들 익숙해져서 폴리곤 그래픽으로 입체감 잘 못느끼겠습니다만...
플스용 초기 게임들 같은 경우에 점핑 게임으로 아찔함을 제공하기도 했었지요. 점핑 플래시 같은 게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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