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에 앞서 저는 파이널판타지(이하 파판)를 지난 20년간 즐겨왔기에 어느 정도 선입견이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임을 밝힙니다.
1. 그래픽
파판은 항상 출시될 때마다 타게임을 압도하는 그래픽으로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이 점이 파판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그래픽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바로 소니 퍼스트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언차티드2와 갓오브워3 때문입니다. 게임 중 어떤 단면들만 본다면 분명 언2와 갓3의 그래픽보다 부족한 부분도 보입니다. 즉, 그래픽으로 타게임의 추종을 불허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유일무이하다는 건 사실입니다. 왜냐면 파판의 장르는 RPG입니다. 일자진행과 동영상 어드벤처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분명 RPG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미션이라고 불리는 클리어이후의 특전을 제외하고도 정상적으로 적들을 적당히 죽이면서 엔딩까지 가려면 50시간 정도는 소요가 됩니다. 여기서 파판은 그 50시간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배경과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하루만에 클리어가 가능한 언2와 갓3와 비교하여서 비슷한 그래픽으로 50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래픽의 볼륨이 상당하다고 평가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래픽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제 기억으론 8탄 때 처음으로 나온 젓가락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픽의 볼륨이 이토록 훌륭한데 어째서 주인공들의 몸매는 볼륨이 없는 겁니까? 자고로 전사라면 춘리와 같은 꿀벅지를 가진 것이 리얼하다고 생각하기에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50시간동안 옷 하나만 입고 싸웁니다. 이유는 동영상만 45기가이고, 그 영상에 맞춰서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겠지만, 지난 10일 동안 그녀(라이트닝, 팡, 바닐라)들을 보면서 게임을 하는데 이 녀석들은 목욕도 하지 않나? 혹은 왠지 땀내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그래픽 점수는 과감하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겠습니다.
혹 오해를 하실까봐 드리는 말씀인데, 그래픽이 부족하다는 건 손가락의 디테일정도와 같은 아주 미세한 부분입니다. 정상적인 게임플레이 중에는 거의 느끼지 못할 겁니다.
2. 사운드.
할 말이 없습니다. 게임의 분위기는 기존 파판하면 떠오르는 ‘스팀펑크’가 아니라 ‘네오네츄럴’입니다. 음악도 분위기에 맞춰서 조금은 다른 듯 하지만 분명한 건 20년째 들어온 파판의 음악이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점에서 가장 놀랐습니다. 내가 지금 즐기고 있는 이 게임이 파판이라고 말해주는 기분이 들더군요. 사운드는 만점인 10점을 주겠습니다.
3. 스토리.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가장 문제점이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는 걸까요? 일단 상당히 유치한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열혈바보라던가, 열혈바보라던가, 열혈바보라던가, 아무튼 이 녀석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정말로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특히나 조금 쿨하던 최종물공병기 그녀마저도 비꼬듯이 말했지만 ‘기적은 우리의 특기가 아니냐?’라는 말을 할 때면 ‘아! 좀!’,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의도가 뻔히 보입니다. 처음부터 부족함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자들이 그것을 메워가는 가정이 전형적인 사고와 움직임에서 비롯됩니다. 즉, 수백 번도 더 쓰인 인물들의 성격으로 인해서 처음으로 접하는 작품인데도 식상한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작위적인 모습들도 제법 보입니다. 유동적인 인물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작가라는 한 사람이 만든 인형들이 노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훌륭한 그래픽연출과 사운드에 빠져서 플레이를 했습니다만, 예전 파판을 할 때처럼 캐릭터성에 빠지진 못했습니다.
아, 물론 라이트닝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빠져들더군요. 낯익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공의 경계 료우키 시키성우더군요. 어쨌든 스토리만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6점을 주겠습니다.
4. 밸런스
파판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3, 5, 6, 7, 8, 9, 10, 10-2, 그리고 이번 13번째 정식 타이틀을 하면서 느낀 건 상당히 흡족했습니다. 턴제롤플레잉이 가진 궁극의 진화가 바로 액티브와 이번 시리즈에서 나온 옵티마가 아닐까합니다.
이는 전투 후반에 이르면 빛을 발합니다. 대쉬슈즈(헤이스트효과)와 섬광의 스카프(전투개시시 액티브 풀, 공속 10%상승)을 착용하고 전투를 하면 바가 끝에 차기 전에 원하는 코멘드를 넣는 것은 정말로 웬만한 액션게임의 콤보를 넣는 것과 흡사합니다.
무엇보다 옵티마시스템과 연동되는 12초률은 번뜩이는 요소였습니다. 즉, 전투가 재미있었습니다. 나오는 몹마다 대응법이 달라서 여러 캐릭터를 번갈아가면서 공략하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흔히 턴제는 동그라미버튼만 누르면 되는 게임이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겠지만, 공콤(공중콤보)를 위해서 공캔(공격캔슬) 이후 옵티마변경으로 세모도 많이 누르게 될 것입니다. 특히나 저 같은 경우에는 라이트닝을 고집해서 최종물공병기 그녀가 공격이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같이 공격을 끝내고 12초률로 공중에서 바로 몰아치는 스타일을 선호해서 세모를 많이 누르게 되더군요.
다만 여기서도 한 가지 아쉬운 건 소환수의 역할이 미비했다는 것이겠지요. 파판의 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소환수였습니다. 특히나 7탄의 클라우드가 쓰는 대기권 돌파베기에 맞서는 바하무트 영식의 대기권돌파 퐈이아는 가장 큰 충격으로 남아있죠.
비단 바하무트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서 하나하나 얻는 소환수의 재미는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점이 사라진 것이 13탄의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시바가 마음에 들었지만 열혈바보를 쓰지 않는 까닭에 딱 한 번 밖에 구경해보질 못했습니다. 다른 소환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환수고정의 문제점으로 참철검의 카리스마는 어디가고, 장밋빛 오딘만 구경하게 되더군요-_- 의도가 뭡니까? 밸런스는 8점을 주겠습니다.
5. 총평
우선 이번 파판은 한글판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일본어를 회화와 독해가 곁들어지면 80~90%이상은 알아듣습니다. 작문이 상당히 취약해서 회화가 없이 독해만 한다면 50%로 뚝 떨어집니다. 그런 제가 만약 일본어판을 즐겼다면 아마도 하나도 이해를 못했을 겁니다.
처음부터 성부, 펄스, 팔씨, 르씨, 퍼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한글판으로 나와도 모르는 말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일본어판로 접했다면 가타카나로 떴을 테니 사전을 찾아보든가 과감히 스킵-_-입니다.
다행히도 한글판인 덕분에 ‘친절한 클립씨’에서 확인을 할 수가 있지요. 저는 한글판이라는 이유만으로 변신마법소녀삼총사물인 10-2도 재미있게 했기에(정말입니다) 이번 파판을 상당히 높이 쳐주게 되더군요. 2회차 요소가 적다, 멀티요소가 전무하다, 이런 단점들이 한글로 나왔다는 하나로 전부 커버가 되더군요.
간단하게 말해서 플3의 대표적인 타이틀인 언2보다 재미있게 즐긴 것 같습니다. 언2가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이틀동안 플레이하고 엔딩을 보고 난 뒤로는 심심할 때 멀티(온라인모드)로 데스매치나 협동아레나를 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데스매치나 협동아레나에서 컬렉션적인 재미가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바이오하자드5나 로스트플래닛2에 비교를 하면 한참은 부족합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장르특성상 50시간은 후회없이 달릴 수 있는 파판이 더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을 내리면 파판 13탄은 플3 최고의 롤플레잉은 아닙니다. ‘데몬즈소울’이라는 악마의 게임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페르소나의 신작조차 나오지 않은 플3이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데몬즈소울만 없었어도 파판13은 분명 최고의 롤플레잉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아래 비영운님, 분명 파판13만 보고 플3을 사는 건 사실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왜냐면 곧 밴퀴시(바하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의 신작), 아머도코어5와 그란투리스모5, 파판13베르서스, 메탈기어솔리드 라이징이 나오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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