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져가는 '미니북' 유행 속에서 돌아보는 옛 향수
미니북(minibook), 말 그대로 작은 책을 나타내는 말이다.
전국적으로 미니북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등을 통해 미니북을 찾는 이들 또한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영웅문' 등의 밀리언셀러소설들이 미니북으로 재판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의 추세는 대부분학습·참고서 위주이다.
또한 크기만 작았지 가격 면에서는 큰책과 별반 차이가 없는 편이다.
이렇듯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미니북의 유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과거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의 미니북 열풍이 떠오른다.
지금의 미니북코드는 질과 편리함이지만 당시에 미니북을 찾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싼가격 때문이었다.(물론 작다는 편리함도 있었겠지만)
80년대 후반에 중학교시절을 보냈다는 이재욱(29·상업)씨에 따르면 "다들 알다시피 당시까지도 대부분의 반 친구들은 용돈은 둘째치고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참고서조차 구입하기 빠듯했다"며 "그런 가운데 나온 500원짜리 미니전과 치크는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필수서적이었다"고 말했다.
'치크'라는 이름으로 각서점과 문방구에서 팔려나갔던 이 500원짜리 참고서는 교과서의 진도에 맞춰 수학풀이와 영어해석이 되어있을 정도로 내용이 튼실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당시로서는 폭팔적인 인기를 누렸었다.
같은 시기에 J중학교를 다녔던 김성용(30·회사원)씨는 치크가 아닌 다른 미니북에 푹 빠졌었다고 한다.
"드래곤볼, 북두신권, 공작왕, 프래쉬맨 등 손바닥보다 조금 큰 500원짜리 일본만화책을 날이면 날마다 탐독했던 기억이 납니다. 싼가격도 가격이지만 작다는 이점까지 있는지라 수업시간에 참고서 밑에 숨겨놓고 친구들과 몰래 돌려보기도 했었지요"
당시는 지금처럼 일본만화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인지라 몰래 들어온 해적판만화가 득세했었고 이 미니북들은 그런 만화들이 자생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식을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했던 이 미니북들은 언제부터인가 각 서점과 문구점에서 비치량이 적어지는 듯 싶더니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구하기 힘든 골동품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해적판에 따른 당국의 규제와 제조업체 측의 수지타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했겠지만 당시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의 추억을 잊지 않고 있다.
D중학교출신 백재승(28·영업)씨는 말한다.
"요즘의 신세대를 뜻하는 용어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당시의 우리들도 사회에서는 X세대로 불렸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고 용돈도 넉넉치않았던 때인지라 당시의 우리들에게 치크나 해적판만화 같은 미니북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거리중 하나지요. 어떤 면에서는 우리 지나간 X세대의 흔적중 일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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