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에 여러 수학/퍼즐 관련 채널들을 구독해서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입니다. 최근에 그중 한 채널에서 퍼즐이 하나 새로 올라왔기에 간단히 재미삼아 한번 풀어보려 했습니다. 문제를 형식화시켜 종이에다 끄적인 후 그 수식을 이리저리 가지고 놀면서 몇가지 특징들을 관찰한 다음, 머릿속에 떠오른 한두개의 직관과 가설들을 시험해보고 그랬죠. 그러다 그것들이 나름 정확한 것 같단 확신이 들자 답을 계산해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산해낸 답은 오답이였습니다. 저는 제 풀이과정에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분명히 오류가 들어있던 것이지요. 아무리 노력해봐도 제 혼자 힘으로는 그 오류를 발견할 수 없었기에 결국 영상의 나머지 부분에 담긴 풀이과정도 봤습니다. 그리고 그 풀이과정을 보자마자 제 논리의 오류가 어디에 담겨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의문이 들더군요. 대체 왜 내가 이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던걸까? 내가 어떻게 했어야 이 오류를 스스로 힘으로 발견해냈을까? 매트리스에 누워 눈을 감고 머릿속에 퍼즐을 계속 복기해보다보니 불현득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전제를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했던게 아닌가? 그 전제 때문에 이런 오류가 발생했는데, 나는 내가 그런 전제를 머릿속에 담고 있다는걸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그 전제로부터 흘러나온 오류 역시 발견하지 못한게 아닐까?
그 생각을 떠올리고나니 그게 얼마나 위험한건지가 느껴졌습니다. 나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일종의 편견이라 할 수 있는 잘못 된 전제를 머릿속에 담고는, 그걸 가지고 잘못 된 결론을 유추해내어 그 결론이 옳다고 확신하는 것이요. 그런 전제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왠만해서는 깨닫지조차 못하니 더더욱 섬뜩하게 느껴졌고요. 어떻게 해야 그런 ‘암묵적 전제’를 잘 발견해낼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봤는데 딱히 만족스러운 답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귀무가설을 떠올려봤지만, 귀무가설도 결국 일단 암묵적 전제를 발견한 다음에 그게 옳은지 틀린지를 검증할 때나 유용하겠지 정작 암묵적 전제를 발견하는 것 자체에는 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고... 결국 그런 습관을 들이려 노력하는 것 말고는 별 왕도가 없나 싶습니다.
걍 함 끄적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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