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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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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을 풀다가 든 생각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6.06.28 00:36
조회
2,093

유투브에 여러 수학/퍼즐 관련 채널들을 구독해서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꼬박꼬박 챙겨보는 편입니다. 최근에 그중 한 채널에서 퍼즐이 하나 새로 올라왔기에 간단히 재미삼아 한번 풀어보려 했습니다. 문제를 형식화시켜 종이에다 끄적인 후 그 수식을 이리저리 가지고 놀면서 몇가지 특징들을 관찰한 다음, 머릿속에 떠오른 한두개의 직관과 가설들을 시험해보고 그랬죠. 그러다 그것들이 나름 정확한 것 같단 확신이 들자 답을 계산해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산해낸 답은 오답이였습니다. 저는 제 풀이과정에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분명히 오류가 들어있던 것이지요. 아무리 노력해봐도 제 혼자 힘으로는 그 오류를 발견할 수 없었기에 결국 영상의 나머지 부분에 담긴 풀이과정도 봤습니다. 그리고 그 풀이과정을 보자마자 제 논리의 오류가 어디에 담겨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의문이 들더군요. 대체 왜 내가 이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던걸까? 내가 어떻게 했어야 이 오류를 스스로 힘으로 발견해냈을까? 매트리스에 누워 눈을 감고 머릿속에 퍼즐을 계속 복기해보다보니 불현득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전제를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했던게 아닌가? 그 전제 때문에 이런 오류가 발생했는데, 나는 내가 그런 전제를 머릿속에 담고 있다는걸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그 전제로부터 흘러나온 오류 역시 발견하지 못한게 아닐까?

그 생각을 떠올리고나니 그게 얼마나 위험한건지가 느껴졌습니다. 나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일종의 편견이라 할 수 있는 잘못 된 전제를 머릿속에 담고는, 그걸 가지고 잘못 된 결론을 유추해내어 그 결론이 옳다고 확신하는 것이요. 그런 전제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왠만해서는 깨닫지조차 못하니 더더욱 섬뜩하게 느껴졌고요. 어떻게 해야 그런 ‘암묵적 전제’를 잘 발견해낼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봤는데 딱히 만족스러운 답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귀무가설을 떠올려봤지만, 귀무가설도 결국 일단 암묵적 전제를 발견한 다음에 그게 옳은지 틀린지를 검증할 때나 유용하겠지 정작 암묵적 전제를 발견하는 것 자체에는 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고... 결국 그런 습관을 들이려 노력하는 것 말고는 별 왕도가 없나 싶습니다.

걍 함 끄적여봤어요.

Comment ' 4

  •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6.06.28 01:22
    No. 1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수학과 철학은 활용하는 문자만 다를뿐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문, 이과적 사고를 구분짓는 일은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6.06.28 01:39
    No. 2

    수학과 과학이 가까운 만큼이나 수학과 철학도 매우 가까운 편이지요. 수학자와 철학자가 그래서 같이 잘 지내냐면 그건 또 다른 얘기지만.... 철학은 어떤 면에서는 과학보다 수학과 더 가깝기도 합니다. 과학이 실제 현실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추상적인 모델을 구축한다면, 수학은 현실세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채 그냥 추상적인 관계들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니까요. 물론 철학은 다양한 학파가 있고, 어느 학파는 바로 동일한 이유 때문에 수학보다는 과학과 더 가깝기도 하지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6.06.28 01:54
    No. 3

    물론 그래도 수학, 철학, 과학 이 3가지 학문은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실제 현실세계와의 연관성 대신 공리로 구축 된 추상적 세계에서의 논리적 엄밀성과 무모순성을 중요시하고, 과학은 수학을 이용해 이론을 구축하되 결국 그 이론이 실제현실과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가를 중요시하고, 철학은 수학처럼 논리적 엄밀성을 중요시여기고 용어의 엄밀한 정의를 신성시하지만 그것은 독자적인 우주를 창조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여러 난제들을 답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6.06.28 01:58
    No. 4

    p.s. 수학은 예술과 매우 비슷하기도 하죠. 논리적 엄밀성과 번뜩이는 창의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학문이 수학이니, 예술하고 아주 흡사하다 할 수 있을겁니다. 예술 하는 사람들 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거의 못 봤지만... 그래도 수학에 재미 들리면 왜 사람들이 수학을 가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지를 느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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