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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9 che
작성
03.11.20 00:5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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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천성산 관통 반대' 단식42일째 지율스님

  

▲ 경부고속철도의 금정산 천성산 통과계획에 반대하며 41일째 부산시청앞에서 단식중인 지율스님. /김성철기자  

  

“수행인은 죽고 사는 문제에 매이지 않습니다”

앙상하게 마른 얼굴의 지율(知律) 스님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스님이 부산시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지 14일로 42일째를 맞았다. 경부고속철의 경남 양산시 천성산 관통을 반대하는 스님의 단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도 38일에 걸친 1차 단식을 감행했었다. 그 다음달 정부의 ‘고속철 노선 재검토’ 선언으로 스님은 단식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고속철 기존 노선 확정’ 결정으로 스님은 또다시 음식을 끊었다.

스님의 공양은 간장을 탄 물이 전부다. 1차 단식 때는 소금과 물을 함께 먹었지만 20여일 전부터 스님은 메뉴를 바꿨다. “소금을 계속 먹었더니 입안이 다 헐었다”는 스님은 하루에 간장을 탄 물을 5ℓ남짓 마시고 있다.

신장 160여㎝의 스님은 현재 41㎏의 체중을 간신히 넘기고 있다. 올해초보다 체중이 10㎏ 이상 줄어들었다. 스님은 천성산 살리기 홈페이지(http://www.cheonsung.com)에 매일 단식일지를 남기고 있다. 지난 3일 단식일지에서 스님은 “걸을 때마다 뒷발꿈치가 신발에서 빠져나간다. 바지춤도 적삼도 자꾸 흘린다”고 밝혔다. 단식이 계속되면서 스님은 점차 평온해지고 있다. “전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잠이 듭니다. 매일 눈 뜰 때마다 또 다시 주어진 하루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스님은 2차 단식이 시작된 이래 밤이면 부산시청 근처에 세워둔 승합차에서 잠을 잤다. 최근 건강이 악화되자 시청 로비의 쇼파로 숙소를 옮겼다. 스님은 “이제 노숙자나 다름없는 신세”라면서도 “중은 나무 밑이라도 들어가서 잠만 자면 된다”고 미소지었다. 늘 시청에 머무르다보니 정식으로 법당에서 예불을 드린지도 오래됐다. “때와 장소에 맞는 것을 찾는 것 역시 수행입니다. 만가지 일을 하고 그 중 한가지를 쌓아올리는 것이 만행이며 만덕입니다.”

불교계와 시민단체 등 주위에서는 스님의 건강을 걱정해 이틀에 한번꼴로 의료진을 보내 건강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사람들이 찾아와도 다 돌려보냅니다. 오신 분들에게 죄송해 혈압 정도는 재는데 아직 별 이상은 없답니다. 아직 한 20일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의료계에 따르면 일반인은 음식과 물을 다 끊었을 경우 5~7일 이상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를 유지하는 전해질을 포함한 소금과 물만을 섭취할 경우에도 30일을 넘기기 어렵다. 열량 섭취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기아 상태가 계속되면 근육과 간에 축적된 포도당이 1차로 소비되고 다음 단계에서는 신체내 지방이 분해된다. 또 근육이 파괴되면서 생명유지에 필요한 열량을 얻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오는 질소 등 유해성분들로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동아대병원 한성호 임상교수는 “일반 성인의 경우 하루 2500㎉의 열량을 소비하지만 참선을 오래한 스님들의 경우 그 절반 이하로 열량을 소비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며 “그렇다해도 단식 40일을 넘기면 생명이 위급한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최후로 구조된 박승현 양은 15일 17시간 동안 음식없이 견뎠고 2000년에는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22일 동안 단식을 했었다. 40일을 넘긴 단식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기 기록인 셈이다.

힘이 부치는 듯 나지막하던 스님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불교계를 상대로 고속철 천성산 관통 백지화를 약속해왔습니다. 식언(食言)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합니까?” 스님은 단식 40일째부터 ‘노무현 대통령님께’라는 글을 천성산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이미 접었지만 제가 죽든 살든 천성산과 모든 생물들은 살아야 합니다.”

스님은 주위의 단식 중단 권유에 못 이겨 최근 하나의 조건을 새로 내걸었다.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웹상에서 모집중인 ‘도롱뇽 소송인단’이 10만명에 이르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것. 스님은 지난달 15일 부산지법에 천성산 계곡 도롱뇽을 원고로 하는 고속철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도롱뇽’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할 인간 소송인단 ‘도롱뇽의 친구들’이 10만명이 되면 이번 일의 취지를 충분히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천성산 살리기 홈페이지의 온라인 서명과 오프라인 서명을 합쳐 4만명이 넘는 도롱뇽의 친구들이 소송인단으로 참여했다. 각종 인터넷 메신저의 아이디 앞에 도롱뇽을 상징하는 ‘&’ 아이콘 붙이기 운동 역시 함께 전개되고 있다. 불교단체 정토회(http://www.jungto.org/kor.html)는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서, 그보다도 지율스님만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소송인 10만명 서명이 시급하다”며 온라인 홍보에 팔을 걷어부쳤다.

스님은 “고속철 공사는 900여종의 동식물과 화엄늪 등 13개의 고층 습지가 있는 생태계의 보고(寶庫) 천성산을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회 노선 건설시 발생할 추가비용 문제와 운행시간 초과문제에 대해 스님은 “도롱뇽이 진화하는데 3만년 이상이 걸렸고 지금의 천성산이 이루어지는데도 무수한 세월이 걸렸다”며 “우리 인간의 시간만을 기준으로 할 때 몇십분의 운행시간이 문제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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