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선수들이 대거 인터넷 도박 사건에 연루되어 20여 명이 형사 입건된 상태더군요.
다들 이 사건 알고 있었나요?
전 TV를 보지 않아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사촌의 지인 아들이 입건되어 검사의 기소 판단을 앞두고 있다더군요.
하여 부모로서 탄원서를 썼는데, 사촌이 읽어보니 워낙 가관이 아니고 대책이 없어서 제게까지 도움을 청하여 모처에서 함께 만나 그들의 탄원서를 읽어보았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문장 구성이 아예 안되더군요. 감동도 설득력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사촌도 오죽하면 너한테 도움을 청하겠냐며 탄원서를 수정하지 말고 다시 써달라더군요.
일단 언론에서 워낙 크게 터뜨렸고, 상황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데다가 빙신연맹도 더이상은 욕 얻어처먹는데 지쳤는지 일벌백계론을 들고 나와 그야말로 제대로 걸린 상태입니다.
그런데,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하는 반사회적 범죄도 아니고 승부조작도 아니고 개인들이 인터넷으로 도박에 참여했다는 건데 이 정도까지 커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사자 되는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순위 안에 여유있게 들어 태릉선수촌 입촌이 사실상 거의 확정된 상태. 이번에 된서리를 맞아 거의 선수 종결 분위기.
저는 탄원서가 무언지도 모르겠고, 써본적도, 심지어 본 적도 없는 터라 좀 난감하기는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탄원서가 무엇인가 보았더니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적은 글’이라더군요.
해서 두 가지 논점으로 접근해 글을 써 주었습니다.
하나는 엘리트 선수들의 1등 제일주의 이면의 경쟁 시스템과 또래집단을 통한 사회화 과정 없이 오직 훈련에만 올인하고 여가 문화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 이상한 시스템.
다른 하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묻되 반 사회적인 무거운 범죄는 아니니 다시 삶을 일으켜세울 수 있게 수위을 조절해달라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좀 무겁더군요.
부모도 당사자도 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 보다는, 경쟁자가 찔러 재수없게 걸려들었고 인생 종쳤다는 원망만 가득차 보였습니다.
절대 우연한 사건으로 보이지 않더군요. 부모와 사회가 낳은 필연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학과 공부는 어려서부터 하지 않았고, 알콜중독이나 게임중독 같은 것을 피해 인터넷 도박에 빠진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 어느 것이었든 이상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부모와 이 시스템에서는 그 모든 것을 모조리 피해 건강한 마음을 지켜간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게 국가대표, 국제대회 메달에 근접한 엘리트 체육의 현주소였습니다.
제가 탄원서를 써 주었으니 불기소는 바라지 않더라도 기소유예 정도를 희망해 보지만, 사회적 반향이 워낙 컸다고 하니 그것도 참 기대가 난망하고...
그들에게 갖은 칭찬을 들으며, 내 글솜씨라는 게 그런 데에나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작품은 언제 인정받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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