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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1 한혈
작성
16.05.17 17:17
조회
1,912

빙상 선수들이 대거 인터넷 도박 사건에 연루되어 20여 명이 형사 입건된 상태더군요.

다들 이 사건 알고 있었나요?

전 TV를 보지 않아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사촌의 지인 아들이 입건되어 검사의 기소 판단을 앞두고 있다더군요.

하여 부모로서 탄원서를 썼는데, 사촌이 읽어보니 워낙 가관이 아니고 대책이 없어서 제게까지 도움을 청하여 모처에서 함께 만나 그들의 탄원서를 읽어보았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문장 구성이 아예 안되더군요. 감동도 설득력도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사촌도 오죽하면 너한테 도움을 청하겠냐며 탄원서를 수정하지 말고 다시 써달라더군요.


일단 언론에서 워낙 크게 터뜨렸고, 상황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진데다가 빙신연맹도 더이상은 욕 얻어처먹는데 지쳤는지 일벌백계론을 들고 나와 그야말로 제대로 걸린 상태입니다.


그런데,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하는 반사회적 범죄도 아니고 승부조작도 아니고 개인들이 인터넷으로 도박에 참여했다는 건데 이 정도까지 커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사자 되는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순위 안에 여유있게 들어 태릉선수촌 입촌이 사실상 거의 확정된 상태. 이번에 된서리를 맞아 거의 선수 종결 분위기.


저는 탄원서가 무언지도 모르겠고, 써본적도, 심지어 본 적도 없는 터라 좀 난감하기는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탄원서가 무엇인가 보았더니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적은 글’이라더군요.


해서 두 가지 논점으로 접근해 글을 써 주었습니다.


하나는 엘리트 선수들의 1등 제일주의 이면의 경쟁 시스템과 또래집단을 통한 사회화 과정 없이 오직 훈련에만 올인하고 여가 문화는 전혀 제공하지 않는 이상한 시스템.


다른 하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묻되 반 사회적인 무거운 범죄는 아니니 다시 삶을 일으켜세울 수 있게 수위을 조절해달라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좀 무겁더군요.

부모도 당사자도 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 보다는, 경쟁자가 찔러 재수없게 걸려들었고 인생 종쳤다는 원망만 가득차 보였습니다.

절대 우연한 사건으로 보이지 않더군요. 부모와 사회가 낳은 필연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학과 공부는 어려서부터 하지 않았고, 알콜중독이나 게임중독 같은 것을 피해 인터넷 도박에 빠진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 어느 것이었든 이상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부모와 이 시스템에서는 그 모든 것을 모조리 피해 건강한 마음을 지켜간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게 국가대표, 국제대회 메달에 근접한 엘리트 체육의 현주소였습니다.


제가 탄원서를 써 주었으니 불기소는 바라지 않더라도 기소유예 정도를 희망해 보지만, 사회적 반향이 워낙 컸다고 하니 그것도 참 기대가 난망하고...

그들에게 갖은 칭찬을 들으며, 내 글솜씨라는 게 그런 데에나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내 작품은 언제 인정받을까 싶기도 하고...


Comment ' 8

  • 작성자
    Lv.99 이통천
    작성일
    16.05.17 17:29
    No. 1

    에휴. 야구선수 도박과 마찬가지로 승부조작으로의 가능성이 생기는것이 문제겠죠. 안타깝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6.05.17 17:33
    No. 2

    이번 사건은 승부조작은 아니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경쟁 선수들끼리 서로 고발에 고발이 얽키고설킨 다소 꼴사나운 모양새더군요. 물론 그게 논점일 수는 없지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이통천
    작성일
    16.05.17 20:20
    No. 3

    걸리지 않았으면 도박업자들에게 약점이잡혀서 결국 이용당할가능성이 생긴다는거죠.문제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흑색숫소
    작성일
    16.05.17 20:24
    No. 4

    일단 기본 전제가 불법 도박이라는 점이죠. 허가받은 한게임 맞고 같은게 아니니까요. 운동선수에게 특히나 깨끗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나라에서 괘씸죄도 적용된 거 같구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6.05.17 20:28
    No. 5

    적절한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 정도로 여론이 가동될만큼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핵심 주동자 몇 명에게는 벌금형, 나머지는 기소 유예 정도가 무난할 것 같은데 거의 일벌백계의 분위기로 흐르고 있으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2 흑색숫소
    작성일
    16.05.17 22:02
    No. 6

    운동선수라 그런거에요. 희안하게 운동하는 사람한테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제이v
    작성일
    16.05.17 23:13
    No. 7

    불법 스포츠 도박이면 강경처벌 받아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일반인도 아닌 선수인데요, 프로야구 첫 이닝 볼넷가지고도 내기를 거는 애들이
    국가대항전 순위로 도박을 안하리라는 확률도 없고 당연히 일벌백계처분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터넷 불법 스포츠 토토 같은 경우는 피해자도 많고 거기에 약점이 잡혀 선수 마저도 불법의 유혹에 빠져들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강하게 처벌해서 손을 못대게 만들어야되요.

    빙상연맹 자체가 욕을 먹는 중이고, 선수 관리에 실패한걸 본인들 입으로만 인정하지 못할뿐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론에서 때리는걸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봐요. 비오는데 우산이 없으면 어떻게합니까. 맞고 걸어갈 수밖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6.05.18 04:02
    No. 8

    언론에 흘리는 건 대부분 검찰측입니다. 모래알만한 일을 바위처럼 부풀려서 터뜨려 이슈화를 시키죠. 검사에게 사건은 실적과도 관련이 있으니까요. 커다란 사건일수록 실적도 높아집니다. 게다가 이목이 집중될수록 판사도 형을 무겁게 때릴 수밖에 없습니다. 판사가 하는 일이 판례보고 적당히 방망이질 하는 거라지만 세간의 이목에도 매우 신경쓰니까요. 탄원서나 반성문 경우도 아무리 잘 써봐야 크게 효과는 없다더군요. 그래도 후회 남지 않게, 탄원서도 내고 해볼건 다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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