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광천광야(옛날필명)
작품명 : 더세컨드
출판사 : 미정
단순한 구성이 흠은 아니다. 여기서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소설의 구성을 단순하게 짜더라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장르문학이라고 한다면 이점은 더욱 분명합니다. 장르문학에서 단순함은 흠이 아닙니다.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오히려 단순함은 장점이 됩니다. 더세컨드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구성이 캐릭터들의 행동의 원인을 충실히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주인공의 양극단에 놓인 인물인 가르얀에 대해서 불공평하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소설의 처음 의도가 양판소설, 이고깽에 대해 까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가르얀의 찌질함"이 소설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종보스로서의 카리스마는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 외에 주인공과 주인공의 사부간의 관계에 관한 에피소드, 주위 인물과 얽힌 이야기들도 많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속도감있는 전개는 긴박감을 주지만, 생략된 부분이 늘수록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거죠. 특히 사부의 과거, 사부와 로아돌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좀 더 있었더라면 좋을 뻔 했습니다. 그러면 사부를 찌를 수 밖에 없는 로아돌의 심정과 기껏 키운 제자의 칼에 몸을 던져야 하는 사부의 심정 같은 것들이 더 잘 와닿았을 겁니다. 사부와 로아돌의 관계는 이 소설의 중반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소재인 만큼 더 자세히 쓰여져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고깽을 까려는 시도는 항상 있어왔습니다만, 정말로 멋지게 이고깽을 까내리거나, 이고깽을 까는 독자들을 까내리는 소설은 흔치 않습니다. 사나운 새벽아시죠? 이수영씨 작품인데 처음엔 이수영씨 아들내미인 윤석진(씨?)이름으로 나왔지요. 뭐 무슨 의돈지는 잘모르겠습니다만, 그거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들죠. 소재가 중요한게 아니구만. 더세컨드가 이고깽을 까려는 시도에서 나온것은 알겠습니다만 그 의도에 의해서 소설의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져서는 안되는 겁니다. 아무 노력없이 모든 것을 얻은 이고깽과 소질하나 없지만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여 강해진 로아돌의 이야기는 훨씬 재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설정도 신선했을 뿐더러 로아돌의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가르얀이 너무 찌질해져 버려서 로아돌이 죽어버렸어요. 가르얀이 마왕과 싸우는 장면이 그려져야 했습니다. 가르얀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가르얀을 살림으로써 오히려 로아돌이 부각될 수 있었을 겁니다. 어떤 대의명분도 없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노력하고 싸우는 로아돌의 모습이 말입니다. 왠지 무지 매력적이지 않나요..나만그런가.. 가르얀을 그냥 길에서 주운 로또가 당첨되어 떼돈번 인간처럼 묘사해버리니 문제가 생기는 거죠. 지금까지의 이고깽의 전형적인 주인공들을 비판하자는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그 의도가 너무 부각되서 캐릭터들이 굉장히 단순해졌습니다. 노력하는 로아돌과 운좋고 찌질한 가르얀으로요. 그래서는 재미가 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전 어쨌든 이소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쨌든 색다른 시도였고,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뭐 이작가님 글들이 다 색다른 면이 있기는 합니다. 농부부터 시작해서 충룡왕기도 그랬고요. 어쨌든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보이기에 지적해봤습니다. 소설로 나왔을 때는 여러 모로 살이 붙어서 훨씬 재미있는 글이되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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