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찬
작품명 : 대장장이 지그
출판사 : 파피루스
문피아 내에서도 꽤 인기가 좋았던 강찬님의 대장장이 지그가 출판되었다. 대장장이를 주제로 한 소설은 「대장장이 성공기」라는 소설도 있었지만, 도입부만 대장장이일 뿐 나중에는 -_-...이 되어버려 욕 많이 먹었다. 그래서 대장장이 지그도 그런 소설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현재까지는 대장장이라는 직업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대장장이 지그는 '해킹'이 소설의 큰 줄기가 된다. 해킹이라는 부분은 우리 주변에서도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경우이기 때문에 (필자도 해킹당한 게임이 있다) 주위의 공감을 받기 쉬운 소재라고 생각된다. 또한 랭커였던 아이디를 해킹당하여 모든 것을 날려버린 주인공이 해킹범을 추적하여 날려버리겠다! 라는 의도는 우리에게 있어서 대리만족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설정도 좋았다고 생각된다.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람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사소한 행동 하나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게되는 불행한 일을 겪어 우리의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또한 소심하면서도 나름 강단있는 모습은 필자와 같이 소심한 사람에게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게임 속 모습과 현실의 모습을 번갈아 비추어 이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평범한 현대인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끊임없는 우연으로 사건을 이끌어가고 있다. 짧게 줄여 보자면
'대장장이 직업과 극악의 상성', '그로 파생되는 퀘스트', '필드보스에게 쫓기는 여성', '구해주나 싹수 노란 주인공', '길가에서 마주치니 소꿉친구', '밝히기로 유명한 놈들과 소꿉친구. 그리고 나', '사냥터가 내가 처음 발견한 곳', '이점을 이용해 놈들 격퇴', '보스에게 생활스킬 썼더니 우연히 통함' ……
이 것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소꿉친구 아버지가 나하고 싸운 용병단의 단장이라던가 드워프의 이단아 라던가) 말했다가는 2권까지 스토리 모두를 요약하는 일이 되기에 여기서 줄이겠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우연으로 이야기는 진행이 되는데 그로 인해 불거지는 개연성과 작위성의 문제를 이 소설은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주인공을 보이지 않는 손이 이리저리 이끌고 다닐 뿐 주인공의 능동적인 행동은 처음 해킹을 당했을 때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은 그때그때 주어지는 일에만 충실할 뿐이다. 이는 주인공이 해킹범을 잡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말도 안되는 일들도 일어난다. 주인공은 히든피스도 아닌 보통의 평범한 대장장이로 출발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물의 결을 볼 수 있다. 이 장점은 주인공만을 위해 준비된 두 스킬(그레인 스킬, 암 브레이크)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는다. 또한 주인공은 '드워프의 이단아'라는 놈을 통해서 억지로 퀘스트를 떠맡는데 그게 또 다른 대장장이는 배우지도 못하고 있는 스킬을 주는 퀘스트다. 작가님의 작위적인 개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때때로 주인공은 레벨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보여준다. 용병단장을 구해주고 오우거를 물리치고 암살부대를 없애는 행위는 주인공의 레벨에서는 불가능한 행동이다.
이러한 행위는 게임상에서 존재하는 레벨의 존재유무를 의심케하고 개연성을 무시한 행동들이 계속 나올수록 독자들은 어색함을 느끼게 되며 종국에는 개연성을 문제로 책을 손에서 놓게 된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장장이 지그는 재밌다. 흔한 소재를 이용하여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였고, 시원시원한 전개도 대중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장장이 지그는 범작이라고 평할 수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개성이 살아나지 않는 평면적인 인물들이며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건의 전개과정은 너무 뻔하게 드러나 있어 뒤에 나올 이야기를 예측하기 쉽게 한다. 재미있다고 작품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권이 끝나갈수록 왠지 주변 이야기에 더욱 더 치중하는 느낌이다. 주인공이 해커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는 점점 사라지고 주변 인물들과 노닥노닥 거리면서 게임사에서 준비한 메인 퀘스트를 깨나가는 이야기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녀라던가 메카 드래곤이라던가) 화살이 날아가야 하는 것이지 과녁이 달려오면 안 된다. 부디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사건을 이끌어 나가길 바라며, 제목에서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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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써보는 비평이다. 이런 비평을 쓰면서 나의 글솜씨가 향상되고 안목이 향상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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