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욱
작품명 : 무령전기
출판사 :
글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평어체를 사용함을 이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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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좋은 글은 상대적인 것이다.' 라는 주장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준에서 볼 때 적어도 무령전기는 나에게 좋은 글이다. 그 뜻은 나에게 좋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에게 좋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의 '완벽함'은 가지지 못했다. '완벽함'은 절대적인 것이니까.
우선 무령전기를 비평함에 앞서 좋은 점부터 언급하겠다. 본시 나쁜 점부터 이야기하고 좋은 점을 말하는 것이 비평자로써 작가에 대한 예의이겠으나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의미에서 좋은 점보다 나쁜 점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이글의 장점은 우선적으로 작가 스스로 허무맹랑하지 않은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현재 많은 작가들이 장르문학이라 하여 많은 설정을 고개를 갸우뚱하게 설정하는 것에 비해 정욱이라는 초보작가는 최대한 실제 역사의 지식을 통해 인물을 설정하고 사건을 진행시켜 나간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대저 습자지 같은 지식을 통해 어설픈 사건의 나열인데 무령전기는 작가 스스로 가지는 역사적 지식이 얕지 않아 독자들로 하여금 어슬픔을 느끼지 않게 한다. 이에 관련되게 주인공이나 주위의 이들이 사용하는 무공 역시 검강이니 허공답보니 하는 상상으로만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육신의 극대화를 통해 가능한 무공들을 사용한다는 것 역시 글의 장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글이 가지는 최대한의 장점은 바로 협과 의에 대한 고찰이다. 기실 현재의 무협소설이 가지는 아이러니란 바로 협이란 단어이다. 기존의 대의에 맡추어 협과 의를 설정하자니 진부한 이야기가 되고 그렇다고 소위 신무협의 개인주의로 가자니 이기주의로 흘러 가벼워지기 일수이다. 그런면에서 있어 무령전기의 주인공인 원무령이 협과 의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그것이 비록 개인적인 결론에 도달할지라도- 무로 치우쳐 있는 대개의 무협소설 중 무보다는 협과 의를 중시하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글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리얼리티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실재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까닭에 이 글은 '역사무협소설'-굳이 분류하자면- 중에 무협보다 역사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그러니까 실제 전투의 양상이 글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데 이러한 전투 양상은 흡사 역사소설을 읽는 느낌을 주게 된다. 비록 이러한 전투들이 실제 주인공의 행보를 결정하고 주인공의 협과 의를 고민하게 하고 성장시켜 나가게 하는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겨움을 느끼게 한다. 물론 최소한의 지면할애를 하고 있지만, 전투의 양상이나 그 전투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지면 역시 적을 수는 없다.
둘째로 이 글이 가지는 두번째 문제는 작가 스스로가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김용에 대한 '오마주'라 생각한다. 보통 오마주란 한 작품 내에서 존경하는 다른 이의 장면을 삽입하는 것을 뜻하는데, 물론 무령전기에서 어떤 특정 장면이 오마주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찾자고 하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김용에 대한 오마주가 없는 무협이란 찾기 어려울 것이니까.- . 헌데도 오마주라는 단어를 내뱉는 이유는 무령전기 자체가 소위 김용작가풍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김용작가의 무협은 -예를 들어 영웅문- 격동하는 시대 속의 무인들이 수많은 인간군상을 잘 표현하고 있기에 대하역사소설이란 말을 붙인다. 그런 측면에서 이 무령전기 역시 격동하는 시대-또한 전혀 변화없는 사실적 사건 속에서- 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소위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다른 역사무협소설은 어떠한가 하고 반분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어떤 작가도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하게 되어있으니까. 마음 속에 이미 각인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이글의 등장인물은 대규모 전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정말 의외로 적다. 그러니까, 주인공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한해서이다. 간간이 등장하는 전투씬에 등장하는 이름을 제외하고 직접적으로 주인공과 연관되는 인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2권의 말미에 천웅회를 조직하였으니 앞으로 많은 인물이 등장할 테지만 큰 스케일에 비해 그렇다 하겠다.
넷째로 대규모 전투씬에 대한 묘사인데 대부분이 숫자에 의해 주도된다. 즉 8천명, 30만명 이런 식의 군사를 나타나는데, 사실 8천명이나 30만명에 다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음으로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즉 실제 엄청난 병력이 움직이는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좌우되어 큰 스케일을 곰씹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만일 앞으로도 전투씬이 거듭될 경우 흡사 어느 역사서의 기록을 요약한 것마냥 쓸 것이 아니라 보다 면밀한 묘사를 한다면 지루한 전투씬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섯째로 시점에 관한 것이다. 무령전기는 1인칭 주인공 시점과 -평소- 전지적 작가 시점-전투에 관한 것-이 혼합되어 있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1인칭 시점이다. 아마 내 생각에 작가는 독자가 최대한 주인공에 몰입할 수 있도록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택한 것 같다. 그 선택이 나쁘지 않은 것이 이 글 자체가 무라는 것보다 협과 의을 통한 개인의 성장에 그 촛점이 더욱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헌데 굳이 이것을 문제로 삼느냐 하면 주인공과 주연들의 부조화가 일어날 수 있는 까닭이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조연들의 성격을 주인공의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데, 주인공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좋은 사람이고 아니면 아닌 것으로 받아드리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이 실제로는 배반할 생각을 가졌으나 주인공 앞에서 착한 척 한 후에 뒤에 뒤통수를 친다고 하자. 3인칭의 글에서는 이러한 조짐이 쉽게 드러남에 비해서 1인칭에서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3인칭에서 한 줄로 쓸 수 있는 것이 1인칭에서는 길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에서 판단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그러니까 어떠한 조짐-즉 복선-을 구비하기 위한 장치의 등장이 요란하거나 아주 사소하여 쉽게 눈치채거나 아주 눈치채기 어렵다는 뜻이다. 뿐 아니라 조연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주인공의 눈을 거친 다음에 전달된다는 점에서 앞의 스토리를 알기가 어렵다. 물론 글 자체의 호흡을 주인공과 동반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이지만.
많은 점에 대해 비평을 하였으나 나의 애닮음 때문이다. 글을 쓰는 작가의 열정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묻어 나온다면 글을 읽는 독자의 열정은 작품에 대한 애닮음으로 묻어 나온다 믿는다. 그런 면에서 아마 무령전기가 앞으로 더 좋은 글이 된다면 나는 더 심한 독설로 내 애닮음을 표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여기서 접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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