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와 한 소설에 대한 순정을 끝마치는 순간은 언제나 괴롭다. 첫만남의 풋풋함과 설렘은 시간과 같이 사라지고 언제부터인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아니게 된 당신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프다.
문피아에서 감글동그림의 글을 봤을때 이런 재미도 있구나 감탄을 했었다. 현대물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이 살아있으면서도 에피소드에 극적긴장감이 잘 살아있었고 에피소드와 에피소드가 이어지는것이 매끄러워 억지스럽거나 지루한 점이 없었다. 특히 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작가만의 고유한 시그니처였고 별미였다. 그런 그가 인기를 얻으면서 뒤늦게 장르소설 글쟁이가 된다고했을때 우선 든 생각은 걱정이었다. 이 바닥 사정이야 다 알겠지만 어지간해서는 자기 간수하기도 힘든데... 안쓰러움, 그래도 이런 글이라면 충분히 성공할거라는 믿음, 이런 좋은 글을 안정적으로 볼수있겠다는 자기욕심.
나만의 원칙을 깨트리면서까지 완결권을 보기 전에 계속 사서볼까 말까 고민할 정도로 기대감이 유별났다. 어쩌면 판타지에서 피를 마시는 새, 무협에서 악마전기와 같이 좋은 글을 소장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 아니나 다를까 결국 안사고 보기를 잘했다.
가끔 차카게 살자 비평글이 올라오면 눈에 밟혀 읽어보고는하는데 다들 여린이 문제만 걸고 넘어지더라. 나는 그거야말로 전혀 쓰잘대없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보기 마련이고 그 독자들에게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설득시키지 못한건 물론 작가 잘못이다. 그렇지만 백명의 사람에게는 백명의 이상형과 연애관이 있기 마련이다. 주인공의 이상형 혹은 독자들이 그렇게 원망하는 작가의 이상형은 여린이다. 그럼 남자의 입장에서 연애를 하면서 중요한건 나의 입장이 아니다. 그게 사랑이라면 이성적인 문제와 별개로 세상의 중심이 그 사람이 되는거다. 뭐가 옳고 그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상처 받을까 기쁠까의 문제다. 잘못을 해서 화내고 밀쳐내도 결국 사랑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원해서 다시 만나게되고 용서하게된다. 그게 사랑이다.
왜 여린이 같은 여친을 계속 만나냐 성토하는 독자 제현들은 혹시 여자친구를 살면서 반드시 달고 다녀야하는 장식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사랑을 해보았다면 주인공의 답답한 모습을 보면서 짜증을 낼지라도 그걸 이해못할리는 없다.
정작 진짜 문제는 따로있다. 이 글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처음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계기가 뭐였나? 분명히 다시 살면서 자기의 업보를 돌아보고 착하게 살라는(그래 환생물에 그딴게 어디 있겠냐마는 적어도 명분은 그렇지 않은가) 지엄한 명령에 따라 이 세상에 다시 살게되었다. 우여곡절도 겪고 과거 자신이 변호사 시절 뿌렸던 업보를 마주하면서 그걸 뒤틀려고도한다. 그런 주인공은 몇권을 지나더니 무술 배워서 군대 가더니 여기저기 깽판 치기 바쁘다. 사업 일으켜서 규모를 키우더니 주식작전에 개입한다. 어처구니없는건 작전에 편승해서 작전세력의 목표금액을 방해하고 이득을보더라도 주인공이 갈취한 그 몇십억의 돈은 결국 개미들의 돈이라는거다. 주인공이 돈 벌었다고 좋다고 자축하며 독자들에게 자랑하면서 수집한 코르크 따고 마시는 그 와인은 한강에 몸 던진 개미들의 피눈물이다.
그렇게 번 돈과 단련한 몸으로 뭐하냐고? 여기저기 자랑질하기 여념이 없다. 오해를 산다, 무시를 받는다, 짜잔~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잘난 놈인지 돈지랄이건 몸지랄이건 지랄을 해댄다. 그럼 묻자. 도대체 이 글의 제목인 차카케 살자는 왜 가져다 붙인건가?
정말 내가 어처구니가 없고 화나서 몇번이나 집어치려다가 그래도 완결까지는 보자고 붙잡고있다 포기를 한 클라이막스는 15권 끝부터 16권까지 이어지는 내용이다. 그래 주인공이 100명을 죽였다. 백명을 죽였다고. 뉴욕에서.
사건의 발생부터가 아주 어처구니가없다. 어떤 얼빠진 범죄조직이 대낮 뉴욕 한복판에서 중화기를 갈겨댄단 말인가. 주인공의 신고를 받은 NYPD에서조차 이게 대체 뭔 개소리야 장난전화인가하면서 어처구니없어할 정도니 말다했지. 심지어 이 미친 놈들은 혹시나싶어 부랴부랴 달려오는 경찰차에다가 알라의 요술봉을 갈겨버리는 미친 짓까지 저지른다. 아니 세상에 대낮에 총질만 하더라도 백악관에 직통으로 보고되고 국가기관들이 이악물고 달려들판에 경찰차에 알라의 요술봉이라니. 엉클샘이 무섭지도 않은가? 나는 지금 이 차이니즈 마피아들이 미친건지 작가가 미친건지 모르겠다.
이 와중에 주인공은 대피시킨 학생들이 모인 강당에 날라들어온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서 막고는 일약 영웅이 되었다. TV쇼에 나와서 시시덕대고 자기가 사랑하는 자랑질하기 바쁘다. 차이니즈 마피아는 어떻게 되었냐고? 9.11테러 때문에 테러라면 치를 떠는 엉클샘 콧등에다 알라의 요숭봉까지 휘둘러 환한 대낮 뉴욕 한복판에서 사망자 17명, 부상자 23명인 초대형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차이니즈 마피아 조직에는 사건발생후 5일+@의 시간 동안 아~무런 일도 없다.
그리고는 주인공이 숙식하는 체육관에 폭탄을 보내 폭탄테러를 일으킨다. 세계 각국 정부들은 저 차이니즈 마피아들을 당장 포섭해야한다. 어떻게하면 이렇게 유능할 수가 있는가?
여기서 주인공이 한다는 생각이 차이니즈 마피아들은 몰랐겠지만 이 체육관은 정부 요인들이 다니는 곳이라서 여기서 일을 터트렸기 때문에 미국과 미합중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될거란다. 슬슬 육두문자를 내뱉고 싶어서 입이 간질거린다. 아니 그 전에 일으킨건 그럼 미국에서 일상다반사로 일어나서 신경 안써도 되는 일이었나?
더 어처구니 없는건 작가입으로 미국 정부의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되었을거라했는데 이런 초대형 사건의 곁가지라도 차이니즈 마피아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실마리인 실종된 케이시 행방을 어디서 수사하느냐 하면 그건 NSA도 아니오 국토보안부도 아니오 바로 NYPD다. 이쯤되면 정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용감한 조직은 NYPD소속 특별수사팀에 폭탄테러를 가해 수사팀 전원을 순직시켜버린다.
그리고 분노한 주인공은 단신으로 조직에 처들어가 백명을 도륙했다. 재판결과 자력구제 정당방위 무죄.
나는 글쟁이를 글쓰는 기계로 여기는 사람들을 몹시 싫어한다. 글을 써보면 알겠지만 그게 그렇게 시간을 쏟는 만큼 그대로 결과물이 나오는 작업이 아니다. 자기 일기도 정해진 시간 안에 제대로 쓰지 못할 것들이 돈주고 계약한 것도 아니면서 다음편 언제 나오냐 돈꿔준것처럼 닥달하는 것보면 화가 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글쓰는 기계가 된 글쟁이들을 싫어한다. 그런 기계들이 쓴 글을 보노라면 이건 그냥 시간과 자원을 들여 만든 똥덩어리다. 앞뒤가 꽉막혀 답답하고 지루하고 의무감에 늘려쓰고 늘려쓴 그 불쾌한 폐지덩어리들. 똥이 길가에 있으면 보고 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꽃이라 생각했던 화분에서 나오면 어떻게 피하란 말인가. 진짜 정말 욕을 한바가지 써놓고 싶다. 차카게 살자가 얼마나 똥같은 글이고 이게 왜 이렇게 되었나 욕하고 싶다.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시골에 살아봐라. 똥은 내가 먹은게 내 몸에서 나오는거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거다. 이건 그냥 폐기물 같은걸 지칭하는 친근한 표현이다. 적어도 내게는. 정말 하고싶은건 X발 X같아서 XX같다라고 하고 싶지. 그렇게 변해야만했던 주변환경 때문이건 혹은 마지막 정 때문이건 그런 말만은 남겨둔다.
저는 우리가 만난 첫날을 기억합니다. 그 재기발랄한 문장과 참신한 소재는 제 마음속을 헤집어놓았지요. 저는 언젠가 님이 쓴 글이 피를 마시는 새 정도는 아니어도 악마전기와 비견될 수작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님은 갔습니다. 그래 님은 아주 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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