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같은 문학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비평가는 있습니다. 곧, 비난과는 달리 적합한 논리와 합리성에 의거하여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문학 비평에 대한 글을 조금 쓴적도 있고, 다른 비평가들의 글도 자주 읽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공감도 하고 반대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러다보면 조금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영화 비평에서 자주 보는 현상인데, 비평가와 관객들의 의견이 전혀 다른 경우입니다.
예를들어 어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비평가들에게선 점수가 한없이 낮았습니다. 그리고 비평가들의 의견은 타당했습니다. 스토리는 우연적인 전개가 너무 많고, 어디서 본듯한 내용에, 그저 CG에만 돈을 쏟았을 뿐 내용은 형편없다는 의견이었죠. 개인적으로 다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비평가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비록 이 영화는 비평하기에는 형편없지만, 머리를 비우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에는 좋은 영화다, 라고.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영화 자체는 꽤나 흥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영화를 몇번이나 보면서 위 말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죠.
즉, 처음부터 비평할 목적으로 작품을 접하면 아무래도 단점이 눈에 띌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오류는 있기 마련이고, 이런 점을 예로 들어 비평하자면 꽤나 엄격한 평가를 내릴 수 있죠.
좋은 예로 만화 '드래곤볼'이 있습니다. 드래곤볼의 스토리는 사실 앞뒤가 잘 안맞거나 혹은 중간에 설정이 마음대로 바뀌기로 유명하지요. 심지어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스스로 인정한 오류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은 재밌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즉, 드래곤볼을 비평하고자 스토리의 헛점을 찌른다면 상당히 많이 집어낼 수 있지만, 그것은 드래곤볼을 즐길때와는 조금 다른 시야가 됩니다.
위에서 예로든 헐리우드 영화도, 역시 비평할 목적이 아니라 그냥 때리고 부수는 장면을 즐기며, 그냥 어이없는 장면에 웃으며 보면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그렇기에 흥행에 성공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러한 점에서, 비평하는 자세와 즐기는 자세는 조금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비평가와 일반 관객의 반응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게 그 반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자세를 적당히 섞거나 혹은 작품을 여러번 고찰하면서 각기 시선을 달리하여 작품을 평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에서 이러기도 사실 쉽지 않지요.
그렇지만, 세상만사가 언제나 그렇듯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치는 것은 확실히 작품 평가에 있어서 편협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아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영화를 별로 못봤군요. 시간 날때 한번 극장에라도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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