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복합 서술 시점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소설도 복합 서술 시점이지요. 이것은 꽤 흔치 않은 서술 방법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책도 드뭅니다.(유명한 책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도 있다, 하는 걸 알리고자 짧디 짧은 식견으로 몇 줄 적어봅니다.
먼저 각 시점별로 특징을 알아봅시다.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인공과 일체화된 느낌을 받을 수 있지요. 대신 서술하는 시야폭이 매우 좁아지므로 서술면에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작가는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에서만 서술해야 하지요. 가장 쓰기 편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1인칭 관찰자 시점
극 중 인물의 시점이기는 하나 사건을 한 발쯤 뒤에서 관찰하고 서술합니다. 사건에 대한 개입성이 낮은 편이고 역시나 1인칭이기 때문에 서술에 제한이 많은 편. 가장 쓰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인칭 관찰자 시점
이것 또한 제법 난해한 시점. 작가(신)의 입장에서 등장 인물들을 관찰하여 서술합니다. 등장 인물의 심리 묘사를 위해선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묘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마음대로 서술합니다. 등장 인물의 행동은 물론 심리 상태까지 자세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보여 주고 싶은 곳을 마음껏 서술할 수 있으니 서술 시야가 넓습니다. 단, 너무 많은 걸 서술하면 오히려 인물의 행동이 무슨 의미를 가졌는지 생각하는 걸 제한할 수 있으니 약간의 주의가 필요. 가장 무난한 서술 방법.
그럼 이번엔 복합 서술 시점을 볼까요?
복합 서술 시점은 위의 4가지 서술 방법들을 작가의 임의대로 혼용하는 걸 말합니다. 하나의 장면에서 하나의 시점을 사용하되 장면이 전환될 때 시점 또한 바꿀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공의 경계]가 있습니다.
복합 서술 시점을 사용할 때에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지금의 시점이 어떤 시점인지 독자에게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독자들이 글을 읽을 때에 '아, 지금은 누가 말 하고 있구나.'하는 걸 바로바로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작가가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지요. 이렇게 되면 이 서술 방법을 사용하는 의미가 퇴색됩니다.
복합 서술 시점을 이용할 때 좋은 점은 한 사건을 여러 구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극 중에서 어떤 오해가 생겼다고 할 때 처음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해서 한 사건을 어떻게 어떻게 보았다, 라는 걸 독자들이 잘 알도록 만들고 그것에 동화되도록 합니다. 그 후에 3인칭 관찰자 등으로 사건을 다시 보면 독자들은 유쾌한 웃음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복합 서술 시점의 단점은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약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시점이 자주 바뀔수록 정도가 심해집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점이 바뀐다는 표시를 분명히 하고(특정 기호로 은연 중에 약속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점 변환 시 누가 서술하고 있는지를 바로바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합 서술 시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서술 방법입니다. 문체의 단순함을 벗을 수도 있고 사건을 조금 더 다양하게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서술 방법이 읽기 힘들다고 기피하기만 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