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마이 프린세스

작성자
Lv.18 박춘옥
작성
09.10.18 21:16
조회
837

연재합니다

의사의 말을 듣는 장지훈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었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죠?”

“백혈병입니다. 따님은 앞으로 2개월 정도의 시한부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는 장지훈의 부정어린 물음에 의사가 확실한 병명을 지훈의 귓가에 새겨주었다.

“하,하하 농담 마십시오. 제 딸은 건강하다구요. 제가 얼마나 소중해 키운 딸인지 아십니까!”

쾅!

떨리는 입술을 떼던 지훈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책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지훈의 나이 이제 겨우 27살이었다. 아직 세상물정을 다 알만한 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 27살의 나이. 그런 청년이 18살에 애를 낳았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지훈의 행동을 무모하다하였지만 지훈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꿋꿋하게 애를 낳아 키울 것을 부모님에게 뜻을 굽히지 않고 말하였다. 결국 혼인신고를 하고 아기를 낳았다.

아기는 무척이나 건강 하였으며 아빠인 지훈과 엄마인 지혜를 꼭 빼닮았었다. 비록 제대로 된 직장하나 갖고 있지 않은 지훈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무척이나 행복하였다.

그런 지훈에게 하나의 불행이 찾아왔다. 아내인 지혜의 교통사고로의 죽음. 술에 취한 트럭 운전기사로 인한 죽음이었다.

그때 지훈의 나이가 22살의 나이였다. 아내가 죽고 지훈은 홀로 5년이란 시간동안 딸인 희진이를 키웠다. 희진은 지훈의 맘고생을 알 듯 어린나이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철이 든 아이였다.

지훈은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가정에 잃었던 미소를 다시 피워 올리며 희진이를 바라보는 재미에 세상을 살았다. 아직 자식 키우는 재미에 살 나이는 아니었지만 희진이만 곁에 있다면 세상을 준대도 거절할 수 있는 그였다.

그런데 바로 어제. 희진이 갑작스럽게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가끔 픽픽 쓰러지기는 하였던 희진이었다. 하지만 지훈은 자신이 못 먹인 탓에 빈혈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였었고, 결국 어제 일이 터진 것이다.

“진정하세요. 장지훈씨! 지금 당신이 이런다고 아이의 병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의사가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은 지훈의 모습에 말하였다. 의사의 말에 가쁘게 몰아쉬던 지훈의 숨이 점차 차분해지기 시작하였다.

“사,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

지훈의 울음 섞인 소리에 의사 장태춘이 침묵하였다. 장태춘은 지훈을 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자신 또한 아이가 있었다. 자신의 아이도 3년 전 뇌종양이라는 몹쓸 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해보지 않은 것은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였었다. 하지만 장태춘은 결국 자신의 아이를 잃고야 말았다.

“제,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희진이 저렇게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이 못난 아빠 만나서 저렇게 죽어가는 거 보기 싫다구요!”

지훈의 눈가에서 눈물이 흐르었다. 장태춘이 침묵을 유지하였다. 자신도 할 수 있다면 무료로도 좋으니 희진을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말기인 희진의 병을 고칠 수 는 없는 일이었다.

“하아.”

장태춘이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고는 한 개 피를 자신의 입에 물고는 지훈에게 담배를 권하였다.

“돼, 됐습니다. 끊었어요.”

지훈이 태춘이 내미는 담배를 거절하였다. 희진을 낳기 전만하여도 학생의 신분임에도 꼴초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지훈이었다. 하지만 희진의 건강을 생각해서 담배를 입에 대지도 않은지가 5년이란 시간을 훌쩍 넘었다.

“하아. 장지훈씨. 당신의 딸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태춘이 폐부 깊숙한 곳까지 담배를 빨아들이고는 길게 내뱉었다. 뿌연 연기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1% 단 1%의 가능성밖에 없습니다.”

“..!”

1%로라는 말에 지훈의 얼굴에 더욱더 절망이 떠올랐다.

“당신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저 또한 아이를 병으로 잃었으니 말이죠.”

아이를 잃었다는  태춘의 말에 지훈의 눈가에 떨림이 더욱 강렬해졌다.

“강해져야합니다. 지훈씨. 당신은 아직 젊지 않습니까.”

태춘이 애써 미소 지으며 지훈에게 말하였다. 태춘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었다.

푸욱

“한가지 제안을 하죠.”

태춘이 담배를 재떨이에 끄고는 말하였다.

“당신의 딸.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

희진을 살릴 수 있다는 태춘의 말에 지훈의 눈에 희망이 생겨났다.

“그, 그게 뭐죠!? 뭐든 다 하겠습니다. 제, 제 이 심장이라도 드리겠어요!”

지훈이 굳은 의지를 보이며 말하였다.

“혹시 가상현실 뉴 월드라는 게임 들어보셨습니까?”

가상현실 게임 뉴 월드. 미국에서 제작해낸 게임으로 현실을 완벽 구현한 가상현실게임이었다. 대한민국에서의 이용자만 400만을 넘어갔으며 전 세계 이용자라고 치면 그 수가 억을 넘어갔다.

“알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물론 지훈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해본적은 없었다. 가상현실게임 뉴 월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년 전이었다. 일을 하기에 바빴던 지훈이었기에 게임을 할 여유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혹시 그곳의 인공지능들이 무슨 원리로 움직이는지 아십니까?”

“그건 왜 물어 보시는 거죠?”

심각한 상황에 갑자기 게임이야기를 꺼내는 태춘이 의아하기만 한 지훈이었다.

“그곳의 인공지능들이 움직이는 원리. 그건 바로 그곳의 인공지능들이 현실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원리. 현실의 사람이라는 말에 지훈의 눈에 약간의 놀라움이 일었다.

“그,그건 무슨 뜻이죠?”

“알다시피 사람은 꿈을 꿉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움직이는 생명체는 꿈을 꾼다고 하여도 과안이 아니죠. 가상현실 뉴 월드라는 게임은 사람의 꿈을 이용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꿈을 꾸는 것과 같죠. 그런데 말이죠. 꿈을 꾸는 것이 게임 접속자들만이 그런 것만이 아닙니다.”

태춘이 잠시 말을 멈추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인공지능들 또한 현실의 사람들. 그들 또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죠. 게임속의 인공지능들이 현실에서는 어떠한 사람들인지 아십니까?”

태춘의 진지한 물음에 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바로 당신의 딸. 희진과 같이 죽음의 앞에 놓인 자들. 혹은 식물인간들입니다.”

“..!”

태춘의 말을 들은 지훈의 눈동자가 크게 떨리었다.

“호, 혹시 제 딸을 그곳의 인공지능으로 만들겠다는 말인가요?”

태춘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자신의 딸의 죽음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게임 속에서 살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그였다.

“이미 인공지능의 삶을 택한 사람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납니다. 그 수가 거의 유저들과 맞먹는다 하여도 과안이 아닙니다.”

태춘이 고민하는 지훈을 위해 도움의 말을 건네었다.

지훈은 쉽사리 답을 내지 못하였다. 가상현실에서만이라도 딸을 만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죽일 것인가.

“만약 저희 희진이가 인공지능이 된다면 저를 기억할까요?”

오랜 침묵을 유지하던 지훈이 태춘에게 물음을 던졌다. 태춘이 고개를 저었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 밸런스가 어긋나는 일이죠.”

“그, 그렇군요.”

태춘의 말을 들은 지훈이 아쉬움의 감정을 표출하였다. 자신과 함께하였던 희진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는 말이었다.

“그 제안 받아드리겠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지훈은 태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비록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희진이겠지만 그곳에서라도 짧은 행복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10여 분 정도를 태춘과 이야기를 더 나눈 지훈이 상담실을 빠져나와 희진이 누워있는 302호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옮기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였다.

“아빠!”

병실로 들어서자 깨어있던 희진이 지훈을 보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희진아 아빠하고 여행갈까?”

“응? 여행?”

지훈의 손가락을 이용해 장난을 치던 희진이 여행이라는 말에 의문을 띄었다. 지훈은 태춘에게 한 달여 정도를 여행을 떠날 것을 권유받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현실에서라도 딸인 희진과 즐겁게 보내라는 뜻에서였다.

“그래. 여행. 바다도 보고, 놀이공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자. 어때 좋지?”

“응!”

지훈이 미소를 띄우며 말하자 희진이 밝게 웃어 보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 희진을 꽈악 끌어안았다. 희진이 지훈의 품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연신 웃음을 띄웠다.

다음 날, 지훈이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캠핑카를 빌렸다. 태춘이 지어준 진통제와 신경안정제, 그리고 수면제를 잔뜩 챙겼다.

“잇차!”

지훈이 차문을 열어 희진이를 앉히고는 운전석에 앉았다. 그렇게 그둘의 짧은 한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벌써 지훈과 희진이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닌 지 28일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곳을 가봤는지 기억조차 안날정도였다.

촤아악

시원한 바닷바람이 지훈의 얼굴을 강타했다. 지훈이 몸을 앉혔다.

“아빠아!”

희진이 밀려오는 바닷물과 장난을 치며 지훈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훈이 웃으며 맞주어 손을 흔들어주었다.

지훈이 손을 턱에 짚고는 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계속하여 멍하니 희진을 바라보던 지훈의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아. 왜 이러지. 희진이 앞에서는 울면 안 되는데.“

지훈이 빠르게 눈물을 닦아냈다. 혹여 라도 희진이 이 모습을 본다면 큰일이었다.

“..!”

눈물을 빠르게 훔쳐낸 지훈이 다시금 희진을 바라보았다. 희진을 바라본 지훈이 빠르게 희진을 향해 뛰어갔다. 희진이 또 다시 정신을 잃은 것이다.

촤아악

차가운 바닷물이 희진을 감쌌다. 지훈이 희진을 끌어않았다.

희진을 캠핑카로 옮긴 지훈이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는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입에 물렸다. 입에 약 두 알을 넣은 지훈이 희진의 입안으로 물을 흘려보내었다. 희진의 식도를 타고 두 알의 약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다.

“하아.”

희진을 따뜻한 곳에 눕힌 지훈이 한숨을 크게 쉬며 희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젠 돌아가야 할 때인가?”

이젠 희진의 몸이 약해 질 때로 약해진 때였다. 만약 이러다 희진이 죽기라도 한다면 가상현실로서의 생활조차 불가능이 될 것이다.

지훈이 희진을 데리고 태춘이 있는 병원으로 돌아왔다. 희진을 병실에 눕히고 생각에 잠긴 지훈을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사내 한명이 찾아왔다.

“전 (주)푸르다의 박태성이라고 합니다.”

사내가 자신이 (주)푸르다의 직원임을 밝히고는 명함을 내밀었다. (주)푸르다. 가상현실게임 뉴 월드를 미국에서 개발할 당시 함께 동참했던 회사였다. 현재는 대한민국 게임사업의 1위라고 볼 수 있는 회사였다.

“내일 이곳으로 저희 직원들이 와 희진이를 운송해 갈 것입니다.”

“후. 그런가요?”

지훈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젠 드디어 보낼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여기.”

태성이 지훈에게 봉투하나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1억 원이라는 돈이 들어 있었다.

비록 희진이 시한부 삶을 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훈이 희진의 양육권이나 모든 점을 이제는 (주)푸르다에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억 원은 그 대가라 할 수 있었다.

“확인 안 하시나요?”

“뭐. 맞겠죠”

지훈이 봉투안의 금액을 확인도 하치않은 채 품속으로 넣자 태성이 의아함을 느끼며 물었고, 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답하였다. (주)푸르다는 이름 있는 회사였다. 그만큼 신용도는 최고치를 달리고 있었다.

“저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침묵만을 유지한 채 태성이 알려주는 지시사항을 듣던 지훈이 입을 뗐다. 태성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알기로는 뉴 월드라는 게임에서도 엄연히 신분차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희진이는 그곳에서 무슨 신분으로 태어나게 되는 거죠?”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그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카오스와 코스모스이니까요.”

카오스와 코스모스. 뉴 월드를 제작해낸 슈퍼컴퓨터라고 봐도 과안이 아니었다. 이 슈퍼컴퓨터 두 대가 뉴 월드의 모든 것을 제작해내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역시 그렇군요.”

평소 해주고 싶었던 모든 걸 해주지 못한 지훈이었기에 게임 속에서 만이라도 귀족이라는 높은 신분을 얻음으로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지훈의 마음이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럼 또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희진이는 어디에서 태어 나는거죠?”

“하아. 글쎄.. 태어나는 것이라..”

태어난다는 말에 태성이 말끝을 흐리었다.

“어떻게 보면 희진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희진의 현재 나이가 아직 10살도 채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희진은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원래 존재했던 사람처럼 그곳에 생겨날 뿐입니다.”

“원래 존재했던 사람이요?”

“예. 쉽게 표현해서 업데이트라고 말을 하죠. 처음 존재하지 않았던 npc인 희진이 어디에서 태어나든 또 무슨 신분을 갖게 되든 희진이 그곳에 나타나는 시점부터 희진의 부모가 될 자들이나 주위사람들은 모두 희진이 본래 존재했던 사람으로 머리에 인식이 될 것입니다. 그래야만 밸런스가 맞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아마 희진은 이론제국의 어딘가에서 그 생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지금 슈퍼컴퓨터 코스모스의 행동을 보아 거의 확실한 것과 같죠.”

“이론제국이요?”

“네. 이론제국. 강대한 제국이죠. 이론제국의 황제의 서재에는 강한 비급이 있다고도 하죠.”

이론제국. 뉴 월드에 존재하는 4개의 제국 중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는 제국이었다. 금이나 은, 혹은 지하자원이 많이 매장되어 있어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는 제국으로도 알려져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한 시간여 정도를 이야기를 더 나누자 태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성을 마중 나갔던 지훈이 병실로 돌아와 자고 있는 희진의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으음.”

지훈이 이불속으로 들어오자 희진이 몸을 움직였다.

“괜챃아. 아빠야.”

잠에서 깨려는 희진을 안정시킨 지훈이 희진의 머리를 자신의 팔에 눕히고는 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렇게 희진과의 현실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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