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 문학성? 저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창작의 궁극적인 목적은 감상자를 감동시키는 것입니다. 감동.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마음이 움직이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입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은 반드시 문학성이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대중성에 조금 더 가까울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중성은 감동보다는 감각적인 쾌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영도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 아주 뛰어난 글입니다. 문학성과 재미의 양면을 추구하는 데 있어 이영도님처럼 성공을 거두신 분도 쉽게 꼽기 힘들 것입니다. 권수가 쌓여갈수록 문학성이라 일컬어지는 테크닉은 눈부시게 빛을 더해갑니다. 그러나 이영도님의 글은 드래곤라자 이후 감동이라는 측면에서, 작가의 내면적 성숙이라는 측면에서 단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고 저는 감히 단언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영도님의 모든 글들 중에서 드래곤라자를 최고로 꼽습니다.
문학성이 높아도 감동이 없는 글은 한푼 값어치도 없습니다. (이영도님 글을 점찍어서 하는 말이 아니니 태클 사절.) 그런 글은 글쓴이의 자위를 위한 글입니다. 저는 문학성을 거론하는 글엔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문맥에서 '교만'이 느껴지면 가차없이 책을 덮어버립니다.
작가들이 크게 성공하는 것은 주로 처녀작이라고 합니다. 그때까지 가슴 속에 쌓여있던 모든 말들을 쏟아부어 빚은 글이니 감동이 풍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첫 작품의 성공 이후 거의 예외없이 작가들은 방황합니다.
한 번 비워버린 마음의 옹달샘이 다시 차기 위해서는 시간과 여유와 많은 사색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마음의 샘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눈만을 의식하게되기때문입니다.
다음 작품은 더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작가들이 선택하는 안전빵이 바로 '문학성'입니다. 문학성이 높다고 인정되면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더라도 '자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어떤 글이 독자에게 먹힐까 그것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건가?'하고 자문해 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수한 작가님들 계신 연담란에서 건방진 말씀 올려서 송구합니다. 저의 평소 생각이일 뿐이니 좀 마음에 들지 않으시더라도 '저 인간은 저러고 사는구나'하고 마음 넓게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