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ant
J.S. Mill
F. Hegel
T. Adorno
A. Gramsci
L. Wietgenstein
K. Marx
..................그리고 老子.....
그람시의 옥중서한으로 글은 출발합니다.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 서울의 약간 외곽에 자리잡은 가상의 도시 도천시. 米國 영화 batman의 Godam city와 같은 곳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안정감을 풍기는 곳입니다.
주인공 은결은 강함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외적소외로부터 오는 쓸쓸함이 정서적으로 혼재되어있는 캐릭입니다. 가족애,가치혼란,회의,임무,운명론 뭐 이런 것들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그의 직업은 세상을 암묵적으로 침탈하려고 하는 악의 근원을 퇴치하고자 하는 숙명을 지닌 현대의 전사라고 불러야겠군요.
현대의 전사!
모든 퇴마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종교에 기대어 있습니다만 은결은 이성에 기대어 있습니다. 사유체계가 독특한 퇴마전사라고 할까요! 이것은 아마도 수행이라고 이름지워진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라고 볼 수밖에....
이성에 기대어 있다!
이 말은 이 글을 끌어가는 상당히 중요한 These 즉 운동이념입니다. '읽지 않을 수 없다'라는 이 글의 소제목을 보면서 제가 '사유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울부짖은 R. Descartes의 'cogito, ergo sum'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음도 무리가 아니더군요.
작가는 근대와 초기현대의 사유체계를 주름잡았던 많은 이성철학자들의 말들을 자연스럽게 원용시키면서 글을 끌어 나갑니다.
사실 서양의 지적인 전통에서 보자면 이 시기는 기하학과 해석학이 철학을 뒷바침해주던 맹렬한 시기였지요. 물심이원론이니 물심일원론이니 하는 철학적인 문제들이 이 시기의 중요한 특징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글은 아주 자연스럽게 칸트의 이성론으로 옮아갑니다.
근대 이성체계를 집합시킨 이성론의 완성자 칸트의 물자체론이 등장하면서 판타지의 중심은 오롯이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짊어진 사유에 근거한 기하학적인 기호와 수학적인 배열, 그리고 순수하고 독립적인 인간의 독자성을 신봉하는 은결과 그의 아버지가 추구하는 이성론적인 접근이 '카미'라는 신적 능력을 지닌 악마와의 싸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지요.
신적존재에 의지한 인간이 그 반대편에 서있는 악마를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인간의 독자적인 사유와 능력으로 신적인 존재와의 싸움을 벌이는 겁니다.
아주 충격적인 장면임괴 동시에 대담한 시도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찬사를 쏟아내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위대한 영웅보다는 작은 소금이 되고 싶었다!
은결은 끓임없이 고뇌하고 슬퍼합니다.
세상에 대해, 집단화된 우월적 지위의 폭력에 대해, 가족에 대해, 자신의 본능에 대해....세상에 관한 은결의 일정한 거리감은 고고함으로 나타나지 않고 은밀의 행동으로 표현되는군요.(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작가님께 찬사를^^)
이 지점에서 저는 돌연 J.P. Sartre나 M. Heidegger가 왜 생각이 났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더군요.(은결의 실존적인 고뇌를 더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작가의 시점은 다양하게 부챗살처럼 퍼졌습니다.
곧바로 헤겔이 등장하고, 맑스주의자들의 주장이 깔리는가 하면, 저 유명한 Frankfurt학파의 아도르노가 주장했던 사회주의적인 예술론이 튀어 나왔으니까요.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다시 글의 내용으로 돌아가볼까요?
은결은 전사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합니다.
집에서는 알뜰한 주부겸 요리사요, 좋은 오빠요, 상냥한 아들이요, 손자인 그는 현실에서 담담하고 평범한 고교생의 일상을 살아갑니다.(사실 이부분도 상당한 재미를 유발시킴. 동생인 미래, 여자친구인 세연,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일본의 여술사 쿠로사카 등등 미소녀들의 등장이 진부한 것 같으나 각각의 성격이 살아서 움직이고 은결을 중심으로 잘 조합되어 있어 전혀 어색하지 않음)
이런 평범한 일상과는 다르게 어둠이 몰려오면 그는 전사로서의 역할을 다합니다. 기를 다루고, 가공할 마법진을 펼치며, 범인은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무예로 사념체들이나 고렘들과 일전을 벌이며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지요. 독자들은 이런 것에 매료됩니다.
뭐, 어떻게 보면 자신을 감추고 선을 위해 어둠 속에서 분전하는 주인공은 모든 판타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야둠둥,
은결은 현재 신적인 악마와의 싸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네요.
인간이성이 탄생시킨 마지막 구조체 '현자의 돌'
그것을 향해 점점 다가가는 은결.
무언지 모르지만 현자의 돌에 다가가는 아들을 원천봉쇄하려는 은결의 아버지 수행.
힘이 봉인된 영혼의 악마 '카이'와 세연의 운명.
은결의 동생 미래의 진정한 정체와 그녀가 갖고 있는 팬던트의 숨겨진 이야기.
쿠로사카와 이세의 진정한 실체.
이 모든 것들이 아직 수수께끼처럼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판타지인 것 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모두 가볼까요?
작연란 카이첼님의 "희망을 위한 찬가"
우리의 주인공 은결이 부르는 끝없는 인간을 향한 노래에 같이 동참해 봅시다.
음!
너무 길군요^^
그럼 저는 이만 천변을 써야하기에....휘리릭~~~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