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김백호 님의 글을 보고 적는 것입니다만.
판타지를 쓰니까 조아라로 갔었다…?
그런 경향이 조금 있긴 합니다.
조아라의 무협 1위 '독왕전설' 의 선호작이 연중 하기 전에 7800이었던 반면, 판타지 1위인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경우 10000이 넘었으니까요.
반면 고무판은 어떻습니까?
맨 처음 '고무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런 경향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10위권 안의 선호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협소설들.
판타지 소설은 단 두 작에 불과하더군요.
판타지와 함께하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무협이 남기는 여운 같은 게 아직까지 건재하나 봅니다.
안개같다고 해야겠지요. 계속해서 머무르고 있으니까요.
제가 쓰고자 하는 것은 판타지입니다.
판타지의 조아라.
무협의 고무판.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제가 처음 조아라에 갔을 때, 글을 올린 적이 있지요. 그때는 처음 제대로 된 소설에 손을 대 지금에 비하자면, 아니, 누구에 비하든!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묘사란 묘사는 모조리 박아넣은, 초보티가 물씬 풍기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계시다시피, 조아라에 올라오는 글의 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선작수도 그렇고, 글이 올라오는 속도는 정말 돌풍, 그 어떤 홈페이지와도 비교를 거부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아아아! 그때 제가 느낀 그 실망감이란!
1편, 조회수 0.
…….
그 상태에서 순식간에 1페이지에서 2페이지로 글이 넘어갔습니다. 다음번에 올라온 글들에 의해서요.
순간 저는 깨달았죠. 아아! 이름있는 작가가 아니면 조아라에서 활동하긴 힘들구나!
차근차근 이름을 얻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 엄청난 글들의 양으로 볼 때 무척이나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입니다. 그래서였습니다.
저는 글을 올리려는 걸 그만두었고, 노트를 몇 개 사 볼펜으로 끄적이며 일단 필력 쌓기에 열중했지요.
쓰고, 쓰고 또 쓰고,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8개월입니다. 맨 처음 일주일 정도, 무협에 도전하려다가 포기하고, 다시, 다시!
판타지에 손을 대, 어수룩한 실력으로 글을 써 나가다가, 그것을 붙들고 8개월에 걸쳐 수정에 수정만을 거듭한 건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이었습니다. 12월 6일 20시.
그동안 모아뒀던 글을 짊어지고 고무판 정규연재란 신청을 했습니다.
두근두근, 초조한 마음을 부여잡으며, 그렇게, 그렇게 말입니다.
4일 후.
…….
양식에 맞춰 다시 신청해주십시오.
…….
다시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지요. 6일째입니다.
연재한담란과 소모임을 오가며 잡담이나 하고 있지요. 지금처럼요. 휴케바인님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 그동안 휴케바인님이 올려주셨던 그 소중하고도 소중한 자료들로 시간을 때우면서요.
어서, 어서 게시판이 생성되길.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마치, 마치, 신을 바라며 기도하는 신도의 마음처럼, 그렇게.
그런데 문득 눈에 띄었습니다. 김백호님의 글이.
판타지를 쓰려 했기에 조아라로 갔었다.
…….
다시 떠오르더군요. 그때의 그, 팔개월 전의 상황이.
잊은 줄 알았건만. 사라져버린 줄 알았건만. 시간이라는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떠나가 버린 줄 알았건만.
그때의 그 아련한 기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두 눈 가득 들어오는 밤의 어두운 장막처럼 그렇게, 생생히 말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뿐일까요?
인기도 얻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댓글도 보고 싶습니다. 출판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꾸며낸 이야기, 저와 함께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습니다.
보따리를 풀어내듯이, 그렇게, 그렇게.
여기는 고무판이야. 판타지로는 힘들지 않겠어?
조아라에서는 힘들 거야. 읽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파도처럼 몰려오는 글들의 해일에 치여서.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이런저런 생각들이요.
이런 광오한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8개월 동안 수정만 해 온 글이잖아? 다른 작품들과 함께 봐가며 수준도 충분히 체크했어. 몇 번 수정도 없이 쓴 걸 바로 올리는 인터넷 연재글들쯤은 충분히 제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럴 거야. 분명해! 고무판의 대세를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른다구!
하지만 잠깐 든 생각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터무니없더군요. 광오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성심껏 쓰시는 작가분들께도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내가, 장르소설에 입문한지 3년도 채 안 된 내가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올린 댓글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내 글을 출판해 소중히, 품에 꼭 안아보고도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조아라, 고무판. 어느 쪽으로 가는 게 좋을까요?
물론 이미 신청 했으니 물릴 생각은 없지만서도.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건 또 왜일까요?
답변 부탁합니다!
p.s 연재한담에 이런 거 올려도 되나요? 안 된다면 삭제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렵니다아!
그리고 쓰다 보니 너무 감정이 개입된 것 같은데요,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는 말아 주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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