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나 어순은 순전히 우리의 안에서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까서 살아오면서 듣고 보고 느낀 것들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문장은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문장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충고나 비판에서 비론된 것일수도 있으며 친구들과 말다툼을 벌이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우리의 삶, 경험 자체가 글에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아직 미숙한 글쟁이여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제 글만 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나 어투, 문장이 존재합니다. 특히 부모가, 스승이 자식이나 제자에게 충고하는 장면에선 더욱 그렇더군요. 자세히 생각해보면 저희 아버지께서 자주 쓰시던 말이더군요. 귀에 딱지가 들 정도로 듣고, 그 당시에는 쓰잘 때기 없는 소리라 치부했던 잔소리가 이런 식으로 드러나니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는 자신의 삶속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어휘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알지도 못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적습니다(이건 위험의 여지가 있는 말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무에서 유를 생각해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수가 적은 게 현실이죠. 우리는 상상조차 현실에 매여있고 그것을 깨는 것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그러한 재료를 늘리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일 것입니다.
글이란 혼자서 보는 것이 아닌 교감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작가와 독자간에 공통된 분모, 말하자면 경험이 있어야 겠지요. 현판이나 판타지 장르가 많이 읽히는 것은 환상의 측면보다는 '답답한 현실'이라는 공통 분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만인에게 공통된 분모를 찾는 것은 어렵고 찾았다 해도 식상한 것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그러한 보편적이면서도 참신한 공통분모를 찾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히트를 친 서적이나 이야기에는 그러한 공통 분모가 녹아있을 것이니까요.
즉 독서는 삶을 대체하는 경험 축적의 수단이며 불특정 다수와의 교감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독서를 꼭 강제해야 할 이유는 없고 다독자의 글이 꼭 훌륭해야 할 필요도 없지만, 아무래도 글을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한 사람의 손에서 좋은 글이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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