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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01.02 11:10
조회
7,645

작가명 : 이루마 히토마

작품명 :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 난 마짱 2권 - 선의의 지침은 악의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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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했다. 나는 살인미수라는 피해 끝에. 마유는 자신의 머리를 꽃병으로 내리치는 자해 끝에.

우리 두 사람이 입원한 병원에서 환자가 한 명 행방불명되었다.

그 사건은 당초, 내게 큰 문제가 될 만한 사태가 아니었다. 며칠 후에 일어난 사건이 훨씬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마유의 머리는 꽃병과 다시 재회했다. 이번엔 자해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마유는 병실에서 피투성이가 되었고, 이번에도 역시 기절하지 않고 자기 발로 걸어가, 의사에게 치료를 의뢰했다.

그리고 치료를 받고 돌아온 마유는, 본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를 내게 시작했다.

시체를 발견했다, 라고.

또, 시작이니? 응, 마짱?

----------------------------------

1권에 이어 2권. 조금 늦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서점에 2권만 없었거든요. 할 수 없이 인터넷 구매를 클릭.

일본에는 9권까지, 한국에는 7권까지 나왔습니다. 그 외에 매우 많은 책을 쓰며 한때는 전격문고 최속전설의 일인에도 올랐었다는 것 같은데, 어차피 수입된 책이 이 미군마짱 밖에 없으니까 넘어가고. 하여간 2010년 한 해동안 라이트노벨 작가 중에서 3번째로 많은 페이지를 쓴 작가라고 합니다. 1위는 사사키 이치로(스트레이트 재킷, 폴리포니카 크림슨 등). 2위는 아키라(광란가족일기, 안타카의 괴조학 등).

2권 후기에서 "1권 띠지에 적힌 '문제작'이란 표현의 뜻은 '이딴 걸 우리한테 보내지마!'라는 전격문고 편집부의 의지표명입니다."라는 글이 나옵니다만, 그 말이 정말 공감이 되네요.

이 소설 원고를 받아 든 전격소설대상 심사위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작가인 이루마 히토마는 스스로 니시오이신, 오츠이치, 이사카 코타로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합니다만, '잘린머리 싸이클'로 데뷔한 니시오이신도 '잘린머리 싸이클'에서 병신력(...)이 빛나기는 했지만, 글 자체는 솔직히 애매했거든요.

그런데 이루마는 비록 그의 영향을 인정합니다만, 데뷔작일 '미군마짱' 1권부터 니시오가 좀 시간이 걸려서야 획득한 '병신같은 문장(...)'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어요. 창조보다 카피가 쉽다곤 해도 1권에서부터 이야기 구성력도, 캐릭터 조형력도, 문장력도 대학생이 쓴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의 힘과 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런 병신력(... 어감이 너무 않좋으니 조금 순화해서 '똘끼'라고 하겠습니다)은 누군가의 영향이라던가 그런것만으로 나올 수 있는게 아닙니다.

니시오이신은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에서 학을 땐 뒤, 최근에야 다시 읽기 시작한 터라, 그의 문장 센스에 경탄한 것도 최근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책 읽는 취향도 상당히 바꼈지요. 비록 나스체를 좋아하긴 해도, 문장 자체를 주목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똘끼'도 거북해 했거든요. 예전에 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나 '전파적 그녀' 감상문을 찾아보시면 대강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그런게 좋아졌어요.

오히려 일반적인 소설을 읽을때 영 문장이나 캐릭터들의 감성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군마짱 읽고 나서 다른 책 읽으려하니 문장도 대사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왜?"라고 물어도 답할 말이 궁한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니시오이신의 문장이 시도때도 없이 만담과 말장난을 날려대고, 거기에 적절히 중2병적 문체로 독자를 끌어드리는 스타일이라면(헛소리꾼 시리즈는 위에 적었듯 '목조르는~'까지 밖에 안 읽었기에 중2가 극으로 향한 버젼의 니시오 문체는 모르겠습니다), 이루마 히토마의 문체는 그냥 문장 자체를 장난감 취급 하는 느낌입니다.

일반적인 서술 하나하나를 말장난으로 비틀고 틀며 한 문장 한 문장을 그야말로 읽는 맛이 있게 만들어요. 스토리만 주욱- 훑어버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냥 사이코 미스테리 드라마겠지만, 이 책을 진짜 재밌게 읽을려면 문장의 맛을 음미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문장이 무슨 시적이라던가 큰 의미를 담고 있다던가 하는건 아니고, 한마디로 똘끼적으로 익살맞고 유머러스해요. 그것도 따로 튀는것도 아니고 화자인 주인공의 심리상태라던가 주변 인물들의 성격, 주변의 상황 모든것이 어우러져 이 서술이 펼쳐지는 화면상을 기괴한 색으로 물들입니다.

스토리 면에서도 정신나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튀지 않고 진지하게 펼쳐지는게 꽤나 좋은 느낌입니다.

1권에서 끝에서야 튀어나온 '반전'때문에 조금 불명확했던 인물들의 관계나 목적도 2권에서 재정리해주는 것으로 인해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철저하게 망가져버린 사람들이, 망가짐 속에서 손에 넣은 작은(하지만 망가진) 빛을, 거짓말을 덧발라가며 처절하게 지켜가는 이야기입니다.

장면 장면의 묘사가 매우 똘끼있고 재밌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의 끔찍함과 충격은 살짝 뒤로 밀쳐지는 느낌입니다. 허나, 그 이야기 하나하나가 그 인물들을 어떻게 망가트렸나를 쫒아가면 그게 또 한 재미를 합니다. 작가도 독자도 모두 함께 작 중 인물 괴롭히는 세디스트가 되는 기분.

본문 외의 '히다리'의 일러스트도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1권에서는 그다지 못느꼈는데, 2권 컬러일러스트에서 나가세의 다양한 표정을 보고 있으니 확 끌리네요. 차분하면서도 장면의 분위기와 인간미를 잘 뽑아내는 느낌.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한 일러스트라면 '블러드 링크'의 일러스트레이터 HACCAN을 거론할 수 있겠네요. '일러스트와 작품의 조화가 인상적인' 일러스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람 '흑백 일러스트'를 제대로 그릴 줄 안다는게 호감입니다. 대강 컬러 칠해놓고 출력만 흑백으로 한 것 같은 떡칠 일러나, 채색이 없으니 선이 흐려지거나 망가져버리는 각종 라이트노벨 일러스트들을 보다보니 이런 '흑과 백의 대비'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그나저나 마짱이라던가 이츠키라던가 나가세라던가, 하여간 주인공이 여자아이들과 함께 있을때의 묘사가 진짜 다른 곳에서는 못 볼 수준으로 화려하게 똘끼맞던데(...), 이 작가, "닭살 커플의 변태 행각"만을 한 권 내내 써재낀 그런 한권짜리 작품이 있다더군요. 진짜 읽고 싶은데 정발 안해주려나....

이번 달에 영화가 개봉한다고 합니다.

마짱은 그렇다 쳐도, 미군이 저렇게 생겼었다니! "그럭저럭 잘 생긴 얼굴"이라고 나오지 않았던가...

사이코드라마가 아니라 러브스토리 색이 과한 것 같은데, 어떻게 나올지... 그다지 기대는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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