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황소와 도깨비, 1999
저자 : 이상
그림 : 한병호
출판 : 다림
작성 : 2011.01.22.
“우리네 도깨비는 참 착하구나?”
-즉흥 감상-
열심히 일하고 있던 어느 날. 독서지도사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던 책을 한 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원작도 한번 찾아 읽어봐도 하나?’라는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았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하는군요.
작품은 배가 불룩이 부풀어 올라 누워있는 소와 그런 소의 배를 감싸 안고 있는 남자의 표지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는 남자의 이름이 돌쇠라며 홀로 살고 있는 게으른 나무꾼이라는 소개가 이어지는군요.
그렇게 여느 날과 같이 장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눈깨비를 만나 귀가시간이 늦어지게 되고, 그래도 서둘러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던 둘은 ‘산오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도깨비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처지를 구구절절 말하는 도깨비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는데요. 그렇게 두 달의 계약기간동안 황소의 뱃속에 들어가 있게 된 도깨비와 그 조건으로 황소의 힘이 열배나 강해지게 되지만, 약속된 두 달째. 도깨비는 그동안 너무나도 잘 먹고 잘 지내 살이 쪘기 때문에 도무지 황소의 뱃속에서 나갈 수가 없다고 말하는데…….
와우! 어느 정도는 알고 만난 작품 이었다보니 별다른 감흥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살짝 맛보기보다는 일단 전체를 즐기고 싶다고 생각한 것 치고는 몇 번을 읽어도 마음에 드는군요.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이번 작품을 어떤 기분으로 만나셨을까나요? ‘천재 작가 이상’이라는 꼬리표는 이제 뺄 때도 되지 않았느냐구요? 그림이 마음에 드는 것 까지는 동감하겠는데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구요? 네?! 좋은 게 다 좋은 거다라구요? 으흠. 아무튼, 이상.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처음 그의 존재를 마주했을 때는 그저 짜증났었습니다. 비록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The Mystery Of The Cube, 1998’을 만난 후부터는 관심을 가졌었지만, 선생님들도 과연 이해했을까 의문인 난해하기만 한 시와 소설을 가지고 저를 괴롭혔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인데요. ‘천재’보다는 ‘미쳐버린’으로 친숙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애도를 표합니다.
햇수로만 12년. 원본에 해당하는 동화는 1937년 3월의 매일신보에 발표되었다고 하는데요. 음~ 그거야 어찌되었건 ‘도깨비는 불행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자 했던 이상 선생님 자신이라고 하지요.’라는 언급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 동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저도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존의 동화공식으로 바라본다면 이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권선징악적 대립구도는 물론 주인공이 최소한 사람이 되었어야 할 것인데, 거기에 어떻게 게으른 인물이 끝까지 잘되고 보는 이야기란 말인가?와 같은 계속되는 의문이 저의 감상회로에 과부하를 걸기 시작했는데요. 조금 전에 언급한 주인공의 실체에 대한 언급을 발견하면서는 그런 고민이 해결되어버리고 말았으니, 으흠. 이렇게라도 다시 이상 선생을 만나봤다는 점에서 감동에 빠져볼까 합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원작가 뿐만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신 한병호 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이번 책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그림을 그리신 걸로 되어있으니, 기회가 되는대로 즐겨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럼, 동화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The True Story of the 3 Little Pigs,1989’의 감상문에서 언급한 ‘다른 동물친구들이 개입’된다는 책을 소개해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TEXT No. 1415
[BOOK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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