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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1.04 08:32
조회
827

제목 : DMZ, 1997

저자 : 박상연

출판 : 민음사

작성 : 2005.01.20.

DMZ ― DeMilitarized Zone비무장 지대

JSA ― Joint Security Area공동경비구역

  박찬욱 감독님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아십니까? 비록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을지 몰라도 제목은 다들 한 번씩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병헌 씨와 송강호 씨가 각각 남과 북의 병사로 출연했던, 그리고 그 당시 놀랍도록 충격적이고 깔끔하고 아름답다는 기분으로 접했었던 영화. 어렴풋이 그 작품의 원작이 따로 있었다 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그 영화의 원작소설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DMZ’. 그럼 DMZ에서 있었던 사건을 살짝 알아보기로 할까요?

  브라질 이름 에스또네라, 스위스 이름 지그 베르사미, 한국 이름 이 강민. 그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벌어진 남북한 병사의 총격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중립국 감독 위원회NNSC에서 파견―공동수사를 목적으로 남한으로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총격살인사건의 암묵적 상황의 미스터리이며, 또 한 가지는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조국의 이야기입니다.

  남한으로 떠나기 전에 아내가 쥐어준 파란표지의 노트. 그것은 그가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물건입니다. 잊으려고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가며, 그는 남한으로 행하는 비행기에 앉아있습니다.

  50년의 분단의 시작 6․25전쟁. 인민군이었던 아버지는 전쟁 속에서 포로가 되었고 결국 제 3국행을 선택. 조국을 상실한 망명생활 중 브라질에서 만난 스위스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신. 비록 반쪽의 피가 흐르지만 그런 자신을 한국인으로 키우고자 했던 아버지. 그리고 현재의 그는 분단되어버린 아버지의 나라에서 사건을 조사하며, 그 과정 속에서 변해 가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어둠을 가르는 총성. 그것은 서로 50미터정도 떨어진 남측 B-2초소와 북측 가-1초소에서 벌어진 사건. 그리고 두 초소 사이에서 부상을 입은 체― 국방한계선에 배를 깔고―쓰러진 모습으로 발견된 남측 군인과 북측 초소에서 발견되는 한 구의 시체와 부상병. 하지만 남과 북측에서 제시하는 진술은 서로 엇갈리기만 합니다.

  북측의 오경필 상등병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슬픔의 암시. 쇼크 상태에서 벗어난 남측의 김수혁 상병의 입에서 듣게 되는 사건의 전모. 하지만 취조의 내용은 이미 짜여 진 각본대로 흘러가고, 주인공은 수사 임무에서 제명당하게 됩니다.

  분단의 역사. 휴전의 상황. 그 속에서 벌어지는 거짓말 같은 남과 북의 만남. 하지만 사회적․역사적 이데올로기는 진실을 은폐시키려 하는데…….

  처음 이 작품의 영상물 ‘공동경비구역 JSA’가 나왔을 당시에 언론이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시간의 흐름 앞에서 잊어버리고 만 것 같습니다. 그렇듯 반세기가 지난 민족역사의 아픔 또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저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작품 안에 있는 김수혁 상병의 말을 통한 작가의 열변은 전쟁 불감증에 걸린 현 세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가심 깊은 ‘뜨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대하기 전까지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환상 같은 이야기로만 느꼈지만, 군 생활 중에 읽게 된 원작 ‘DMZ’는 영화에서 차마 다 말하지 못한 과거와 현재의 전쟁에 대한 정신상태, 교육, 문화에 대해 뒤돌아보게 했습니다. 이때까지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에 대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을 되찾아준 좋은 작품 이었다 랄까요?

  그럼 감상문을 접기 전에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혹시 예전에는 ‘통일’이라고 말하진 않았습니까?”

Ps.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자수사관 소피 장(이영애 분)이, 이 작품의 주인공 지그 베르사미 소령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원작도 처음 등장했을 때 꽤나 시끄러웠다고 그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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