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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기화九奇話 >, 추리무협

작성자
SanSan
작성
08.01.02 09:53
조회
1,955

작가명 : 해밀

작품명 : 구기화

출판사 : 청어람(뿔)

               Attached Image

   *     *     *     *     *     *     *     *     *     *     *     *     *

   의문의 석실 안에서 깨어난 아홉 명의 사람.

   이제, 그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서 움직이려 한다.

   길 없는 곳을 걸어본 적 있는 자!

   대답없는 질문을 던져 본 적 있는 자!

   혼돈 속에 버려진 적 있는 자!

   이 모든 자여, 이곳으로 오라!

   천하를 울리는 고수, 신의라 불리는 이,  

   명문가의 후계자, 그리고 백면서생까지…….

   각자의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 함께 걸어가게 되는 의문의 행로!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진실!

   *     *     *     *     *     *     *     *     *     *     *     *     *

'구기화九奇話'는 추리무협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읽어본 바로는 추리무협이라기보다는 무협형식의 스릴러물 같은 느낌이다. 수수께끼는 던져주지만 독자가 추리해낼 수 있을 만한 틀을 제공해주지 않으며 실마리를 던져주지도 않는데 추리무협이라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구기화를 보게된 건 순전히 독특할 것 같다는 호기심, 그리고 청어람의 깔끔한 편집 때문이었다. 청어람에서 내는 장르소설은 종이질도 좋고, 미묘하게 읽기가 편해서 좀 더 점수를 주는 편이니까. 덕분에 눈은 편했지만, 뇌까지 편한 글은 아니었다.

처음 몇장을 읽으며 금새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친절해서 눈으로 슥 한번 훑으면 내용이 파악되는 대다수의 요즘 소설과 달리, 구기화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글이었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난해했고, 그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은 더욱 복잡했다.

A를 A라 하지 않는다. A는 B도 아니며 C와는 유사하지만 다른, D의 역에 위치하는 A였다는 식으로 서술한다. 중요한 사실은 가장 뒤편에 놓아두고 앞에서는 변죽을 울린다. 이렇게 꼬고 저렇게 비틀어서 한번에 핵심을 꿰뚫지 않는다.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간다. 게다가 문체가 꽤나 고전무협틱해서 더욱 갈길은 멀어진다.

여타 무협에서 이런 문체를 구사하면 짜증내며 놓아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이 글은 추리무협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꽤나 작품과 어울리며,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처음엔 한시간에 한권씩 대충 읽고 처리해버리려 했지만 이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천천히 정독하며 즐기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구기화를 읽으며 영화 큐브Cube를 떠올린 분이 많은 것 같다. 난 큐브를 보지 않았기에 그런 감상을 공유할 수는 없다. 대신에 내가 떠올린 것은 설봉님의 작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마야가 떠올랐고, 딱 집어 이야기하자면 멸신구관 파트라 할 수 있다. 제한된 시간,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극도로 디테일에 집중한 전개는 설봉님 작품 최대의 묘미다. 최근 그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 마야의 멸신구관 파트였고, 그때 받은 감동을 구기화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배우는 아홉, 무대는 인간이 만든 지옥, 표면적인 목적은 탈출. (시간제한은 아마도 굶어죽기 전까지?) 주인공들의 눈앞에는 차례로 난관이 닥쳐오고, 일행 사이에서도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시공간이 분명하게 제약되어 있고 주요인물도 고정되어 있기에 작가는 섬세하고 밀도있게 묘사할 수 있다. 동시에 독자들은 그 작은 세계를 머리 속에 담고서 함께 추측하고, 의심하며 이야기에 동참할 수 있고.

이것이 가장 큰 묘미가 아닐까. 구기화에는 많은 의혹의 씨앗이 뿌려져있다. 어느것 하나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으며 의심가는 것은 천지사방에 널렸다. 대체 무엇때문에 이들이 갇힌 것인지, 각자가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배신자는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그 자체로 작품에 깊이 몰입하게 해준다.

게다가 순수하게 무협적 요소만 보더라도 이 글은 뛰어난 작품이다. 작중인물들이 구사하는 무예는 파격적이고 강렬하며, 그 묘사방식이 무척 신선하다. 이리저리 꼬여있기에 머리 속에 착착 그려지는 맛은 없으나, 언제나 그게 그것같던 무협의 격투씬에 작가만의 색깔을 입힌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화살 한대를 쏘더라도 느낌이 다르니 좋지 아니한가.

다만 다급한 순간을 묘사할 때조차 사설이 길어지는 점은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꼬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꼬고, 속도감이 필요할 때는 속도를 올려야 하는 법이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5916526


Comment ' 9

  • 작성자
    Lv.65 케이크
    작성일
    08.01.02 09:57
    No. 1

    흥미는 있는데 내용도 새롭운데 너무 앞서나간 느낌이 들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雪風1st
    작성일
    08.01.02 14:10
    No. 2

    산산님 글쓰기 방식이 바뀐듯한데 아주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놈팽
    작성일
    08.01.02 18:08
    No. 3

    산산님의 말처럼 사설이 길어 쪼금 지루한감이 있지만
    일단 읽고 나면 뒤가 궁금하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lo*****
    작성일
    08.01.02 19:23
    No. 4

    읽고 싶어지네요.구기화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흑오조
    작성일
    08.01.02 19:24
    No. 5

    추리 무협이라는 새로운(?) 낯선 장르의 정착을 위해서도
    이 작품의 의의가 있는것 같았던 새로운 재미였습니다;;
    (뭔말인지.. 먼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8.01.03 07:55
    No. 6

    제가 읽고난 다음 날 반품되어버린 비운의 작품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LongRoad
    작성일
    08.01.03 11:34
    No. 7

    초반 밀실공포물 분위기에서 갑자기 전투씬으로 넘어가면서 탈바꿈한게 좀 아쉽네요. 추리무협이라고 명명했으면 적어도 두어단계는 밀실을 탈출하고 갖히고 탈출하고 갖히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았을런데 말이죠.
    각각 인물의 쓰임새가 하나의 키가 되는 장면이 앞으로 소설내용일듯한데 나름 기대는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황금달걀
    작성일
    08.01.03 13:20
    No. 8

    저도 큐브가 생각나더군요.
    무협에서는 와룡생의 금검지에서 유사한 장면을 찾을 수 있죠.
    금궁에서 이해관계가 서로 얽힌 쟁쟁한 인물들이 합종연횡하는 장면이었는데 서로 눈치를 보는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박진감이 넘쳤죠.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구기화는 그런 살떨리는 긴장감이 좀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각 장의 서설마다 군더더기도 좀 많아보였구요.
    하지만 신인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차기작을 기대해봐도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3권을 지켜봐야겠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瀣공작
    작성일
    08.01.03 16:06
    No. 9

    산산님 감상보고 오늘 빌렸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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