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지로 1권, 씁쓸함에 혀가 굳다.
쾌활한 분위기로 시작된 소설이 끝까지 행복감을 줄 것 같았다.
뱀에 의해 마차가 달려 나간 사고도 그 은원이 없기에 복수 또한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끝내 반목이 생기고 악감정이 빚어졌다.
유익현을 끌어들인 것은 인연이었다. 유익현은 결국 유운장을 떠나게 될 운명을 품고 있었
음에도, 그리 만든 도구에 모든 원한이 쏟아졌다.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유익현이 있을 수
없으니 화가 복이 된 격이고 떠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유익현은 화소미에게 가치가 없는 존
재였을 테니 뒤늦게 화소미가 후회할 이유도 없다.
결과론적인 시선이지만 결국 그렇게 짜여 진 운명이었다.
선인지로엔 작가가 많이 개입했다. 작가가 짜 놓은 스토리엔 그리 긴 여유가 존재치 않았
다. 분명 금적신에서 비롯된 여러 아이디어가 새로운 주인공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상황증거가 유익현의 빠른 무공상승에 있다. 노도사와의 빠른 만남과 헤
어짐 그리고 유성천의 빠른 사고사, 반선동에서의 빠른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2년 남짓한
시기 내에 이루어지는 무공수련은 모두 시간을 아끼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빠른 무공상승과 함께 기연을 두 곳이나 넣은 것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인연’과 ‘운명’ 그
리고 ‘길’에 연결되어 충분한 납득을 가져다주지만 이것이 양날의 검이란 사실은 무협 작가
라면 이젠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재미가 통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혐오를 일으킬 수도 있
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행한 것과, 소설의 시작부터가 현음교와 마지막 대결을 펼쳤던
북합봉 전투보다 몇 년 이르다는 것은, 단순히 2부로서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금적신과
스토리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 한다. 금적신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어 이에
맞추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독자로서 금적신을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
만 단지 유익현의 성격에 칼과 같은 끊음과 냉소가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미 많은 복선과 암시가 화산파와의 오해를 예고하고 있고 유익현의 앞날은 그다지 평탄
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천사지인, 칠정검칠살도, 기문둔갑. 조진행님의 소설엔 부드러운 느낌이 있어 좋아한다.
유익현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돌과 같아서 이 후 많은 일을 겪으며 성찰에 이를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조진행님이 어떠한 메시지를 전할 지 두근거린다. 작가의 말을 통해 이미
드러낸 목적이 과연 소설에 어떻게 풀어 넣어질지 벌써부터 2권을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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