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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인위
작성
04.06.23 14:42
조회
1,132

  불환무위, 종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압박감.

  작가가 밑밥은 많이 뿌려 놓았는데 아직 건져낸 고기는 많지 않다. 소설의 시작부터 2권의

끝까지 불환무위엔 많은 중요인물들이 배치되었지만 어느 하나 명명백백해지지 않는다.

비난이 아니다. 서인작가는 배치한 모든 등장인물을 사용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 필요해서 등장시킨 인물이고, 뭔가를 느끼라고 만든 신분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문제가 생겼다. 독자와 작가의 체감거리가 달라서 생겼다.

작가가 보는 위치는 마치 산 정상에 서있는 것과 같아 소설이 어디에 이르렀는지 어디서 길

과 길이 엮이는 지 알 수 있지만, 독자는 자신이 이제껏 걸어온 길은 볼 수는 있어도 얼마

나 남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불환무위는 8권 완결이다. 독자는 2권까지 걸어왔다. 작가의 시선으론 막 발단을 넘어 전

개로 들어온 셈이다. 하지만 독자의 시선에선 현재까지 나온 두 권이 전부다. 읽으며 길은

많이 보았는데 어느 하나 완결된 것이 없으니, 감정이 제대로 해소 될 리가 없다.

  과연 그런가 살펴보자.

첫째, 개방방주 그리고 아삼. 이들은 아직 쓰일 날만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다.

둘째, 신녀문과의 사건. 이들 또한 아직 쓰일 날만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다.

셋째, 홍만보와의 사건. 마치 이것은 이미 응징된 듯해도, 화무위의 손에 이루어진 것도 아

닐 뿐만 아니라 이 후 사공(邪功)을 잠재시켜 불씨를 남긴다.

넷째, 수신문에서의 재판. 문주와 수석총관의 불화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고, 재판에서 공

정치 못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처벌이 없다.

다섯째, 장철두의 도망. 주적의 등장이지만 이것 또한 미완이다.

여섯째, 수신문을 떠난 것. 채영령과의 인연과 홍만보, 장철두와의 원한을 생성시키기 위해

수신문을 만들었지만 독자에겐 수신문의 의미가 그 이상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수신문이

이 후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지 예상 불가.

일곱째, 홍의문과의 전투. 이 또한 제대로 벌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 인연이 이어진다.

여덟째, 혈지문으로의 납치와 유희, 유란 사이의 오해. 혈지문은 화무위의 손에 벌해지지도 않

았고 아직 남아있을 뿐더러 유희는 유란과 새로운 오해를 만들었고 이는 풀어지지 않는다.

아홉째, 식인노파의 등장. 이 또한 이 후 사용될 것이지만 해결은 멀다.

열 번째, 사영과 유희의 사랑. 이 또한 종결 없이 비산한다.

열한 번째, 백삼십 노파의 등장. 그녀의 현재 처지에 의미가 담겨 있지만 노파가 아들을 상

대로 가진 불씨마저 소설 안에 들어앉는다.

열두 번째, 산적 황숭과의 만남. 이 후 사용될 것이지만 이 역시 잠들어 있다.

열세 번째, 초중기의 짝사랑. 초중기가 화무위에게 무슨 일을 벌일 지 아직 모른다.

열네 번째, 장철두의 도적질. 무엇을 꾸미고 있는 지 역시 아직 모른다.

  작가는 분명 이 모든 것을 잘 엮어낼 것이다. 하지만 2권까지 자잘한 사건들 하나하나가

제대로 종결되지 않으니 독자로선 감정이 정체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해소가 안 되고 순환이

안 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먼 길을 바라봐 달라는 건 좋은데 너무 많은 패가 등장하니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레지스트리 최적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는 사용치 않는 레지찌꺼

기가 남아 있으면 계속해서 시스템 리소스를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메모리를 최적화

하는 이유도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메모리를 뺏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인간의 머리도 그와 같다. 해결하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은 흔히 그에 대해 생각을

안 하면 끝난 거라 여기기 쉽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영원히 남는다. 어릴 때 받은 상처

를 해결치 않으면 비록 자신은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심층심리엔 끝까지 남아 행동이나 사

고방식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화기를 불러온다. 어른이 되

어 생성된 성격에서 많은 가부(可否)가 나오는 것도 어릴 적부터 얻은 여러 가지 종결되지

않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자극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치료를 할 때 환자의 옛 상처를 들춰내고 이를 아물게 하여 제대

로 종결시킨다. 마음수련을 하는 사람들도 해결치 않고 꾹 눌러놓은 악감정을 끄집어내어

그에 시선을 집중하고 몸 밖으로 뱉어내려 한다. 격렬한 몸동작으로 이를 해소하려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소설 속의 사건 해결에서 홀가분함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환무위에선 많은 것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차곡차곡 쌓여가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많아졌다. 불환무위에서 많은 것을 설정한 것은 좋지만, 중간 중간에 몇 가지 사건

을 등장시키고 이를 제대로 해결시켜 독자에게 감정해소의 기쁨을 안겼다면 좀 더 활기차게

소설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감상을 읽으며 자칫 들 수 있는 오해에 대해 말하고 넘어가겠다.

나는 불환무위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비평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 보라. 3권이 나온 다면 위의 내용들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총 여덟 권 중

에 아직 두 권이 발간되었을 뿐이다.

  단지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에 대한 갈망. 3권에서는 독자의 감정을 잘 해소시켜 주길 바랄 뿐이다.


Comment ' 4

  • 작성자
    용호공자
    작성일
    04.06.23 18:19
    No. 1

    흠흠..조회수가 낮은것은 괜히 낮은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돈오공
    작성일
    04.06.23 18:19
    No. 2

    요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 "장"씨가 유행인 것 같다.
    만약 여기 주인공이 "장철두"라면 말이다.
    "철두"라.. 머리가 나쁜 사람은 도둑질도 못한 다던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7 삼장
    작성일
    04.06.23 19:52
    No. 3

    주인공 장철두 아니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서비
    작성일
    04.06.25 06:31
    No. 4

    좀더 롱테이크로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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