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기 1권, 계단을 뭉치로 뛰어넘다.
거침없는 실행력. 두려움을 모르는 호기. 용담호혈도 마다않고 뛰어들길 즐겨한다는 점에서 석웅비는 죽을 준비가 다 되었다. 1권에서 보여줄 것 다 보여줬으니 2권에선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리라.
석웅비의 불타오르는 투지와 맺집의 상관관계는 어쩌면 자기최면에 가까운 호승심에 있는 지 모른다. 1권에서 그는 그보다 강한 사람에게 많이 맞았고 그를 견뎌냈다. 살아남지 않으면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이치를 더할 나위 없이 보여주는 석웅비. 벌써부터 죽는다면 어찌 소설의 재료가 될 수 있었겠는가.
소설 초반에 호탕한 잡배의 모습으로 음흉한 계획을 세우지만 곧이어 가출에 이르러선 용맹호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비와의 비무에서 석웅비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는 직후 그를 강호에 갖다 버렸다. 도대체가 끌지 않으니 통쾌 시원하다. 석웅비의 행보는 무조건 그날 결정된다. 생각이 떠오른 그날 계획을 세우고 눈앞의 것 이외엔 취소한다.
사건이 일어나는 템포도 빠르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듯싶더니 어느새 검결을 쥐고 있다. 검결을 열심히 익히는 가 싶으면 어느새 고수를 상대하고 일취월장을 보인다.
석응비의 발전엔 막힘이 없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검결에서 파생된 효능이지만 그 상승 자체가 파격적이다. 작가는 상승으로 가는 길을 적절히 잡아내는 사람이 고수가 된다고 말한다. 노력 이전에 인연이다. 검결을 얻은 것도 인연이요, 영약을 얻어먹은 것도 인연. 마침 양강진기끼리 만난 것도 인연이요 모든 기력을 소모한 것까지 인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석웅비가 운이 좋았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석웅비이기 때문이다. 석웅비가 아니었다면 그런 기회를 잡지 않고 몸을 사릴
일이 빈번하다. 기회를 잡기에 주인공인 것이고 그것에서 상승을 얻어내기에 영웅인 것이다.
열혈기가 보여줄 수 있는 교훈은 일단 밀어붙이고 봐라가 아니다. 아니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지만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좀 다르다. 감춰진 비장의 뭔가를 준비치 못했다면 건드리지도 말라고 이야기한다. 어이쿠 비꼬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선 진산월과 석웅비가 같다.
진산월은 숨겨진 능력을 아는 상태로 서너 치를 감추고 위험을 최소화한다. 석웅비는 모르는 상태로 뭘 감춰야 하는 지도 모르고 위험을 최대화한다. 하지만 이 극과 극에도 불구하고 둘 다 비장의 한 수는 남겨가지고 있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진산월이 불쌍한 건지 석웅비가 불쌍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석웅비는 내키는 대로 사니 맘 편해서 좋은데 퇴로가 없다. 진산월은 심계가 깊으니 어떤 일이든 퇴로가 있어서 좋은데 가슴이 답답하다.
그래도 석웅비가 열혈 하되 무식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설득을 하면 곧이곧대로 들어준다.
감정 발산이 크지만 그렇다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진 가슴이 뜨겁기 이전에 머리가 뜨겁게 불타오르는 녀석이지만 곧 그녀석도 뭔가를 지킬 때가 온다면 가슴마저 뜨거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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