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인가, 문피아에서 제목도, 내용도 묵-직하게 틀을 잡아놓고 소설을 몇 편 썼습니다. 주제 넘게도 너무 어려운 주제의식을 너무 어려운 문체로 풀어나가려다 보니 몇 번이나 쓴물을 마셨지요.
그렇게 군대를 전역하고, 근 일 년 간 이리저리 학업에 치이다가 별안간 옛날에 쓴 글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에야 공대생으로서 진로도 나름대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고, 학업에도 재미가 붙어 여러 모로 심심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소설로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던 때라, 작품 구상에 열을 올리고 있어 보이는 문체를 습득하려 무진 애를 썼었더랬죠.
그런 마음으로 쓴 글을 보니, 제 글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재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재미가 없는고 하니, 제가 글 쓰는 재미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더라구요.
앞뒤 아다리가 맞아 떨어지는 것에만 집착하고, 글에 흠결을 지우는 데에 신경을 쏟다 보니, 소설이 아니라 반성문을 쓴 것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제가 그다지 글재주가 좋은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니 글을 너무 완벽하게 쓰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데도 말이죠 ... ^^;
그래서 요즘은 무슨 글을 쓰더라도 ‘주제’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물론 레포트를 쓸 때는 잊어버리면 안 되지만, 그저 가벼운 장르 소설을 쓰는 거라면 구태여 무거운 주제의식에 얽매여,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작품을 놓칠 이유는 없지 싶어서요.
그 첫 걸음으로 제목을 없앴습니다. 소설 하나를 쓸 때마다, 수십 쪽 가까이 준비하던 설정 문서 같은 것도 만들지 않구요. 그냥 장면 몇 개를 슥슥, 멋있어 보이는 대사를 몇 개 슥슥 가볍게 갈기고 엔터를 탁탁 치니, 이렇게 글쓰기가 즐거울 수가 없네요.
고등학생 때부터 꾸준하게 소설을 써왔는데, 여지껏 남한테 보여줄 걸 의식하고 쓰다가 몇 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제가 순수하게 즐거운 글을 쓰는 요즘입니다.
밤중에, 갑자기 감성이 끓어올라 짧게 남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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