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촌부
작품명 : 화공도담
출판사 : 청어람
미리니름 있습니다.
편하게 평어체로 서술합니다.
짬뽕은 국수에 각종 해물이나 야채를 섞어서 볶은 것에 돼지 뼈나 소뼈, 닭 뼈를 우린 국물을 부어 만든다(DAUM 국어사전 참조).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맛있다고 하는 것을 모아서 하나의 음식으로 만든 것이라 할 수있다. 소설이 이러하다면 표절일까? 창작물일까?
필자는 촌부라는 작가의 작품을 이전에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화공도담을 접하고 초반부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묘사, 대사, 설명의 비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것이 첫째이유요, 그림이라는 특이한 소재의 자료가 정성스럽게 들어간 것이 둘째이유였기 때문이었다.
요즘 낙서같은 무협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이런 작품이 있었다니! 하며 감탄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 퀄러티를 유지한다면 수작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필자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인해서 두근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1권 중반부를 보기전에 두근대던 가슴은 한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억지스러운 설정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억지스러웠는지 살펴보자.
주인공은 초반부에 전신사조(傳神寫照)를 그리기 위한 안목을 스승인 대화백으로부터 배운다. 전신사조란 대상, 자연 풍물이나 인물의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대상 속에 숨겨진 정신과 본질적인 특성을 그려내는 것으로 혼이 담긴 그림, 살아있는 그림을 뜻한 다고 한다. 중국 동진(東晋)의 고개지(顧愷之344~406)의 말이다.
15세 가량의 소년이 소설속에서는 전신사조를 익힐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서 검법의 검로를 파악했다고 하니 논리의 비약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림의 대상과 검법이 어찌 유사한 것으로 취급을 하는가? 검법이라는 것은 너 안죽이면 나 죽는다는 필사의 각오로 죽자살자 검을 사용하는 기술이 아닌가! 쾌검의 경우에는 1초에도 수차례, 수십차례 칼질을 하는데 그것을 관찰할 틈이 없다. 그런데 1권138~139쪽에서는 [전신사조의 기초단계인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통해서 허초가 많은 검법의 담백한 검로를 파악했다.]이렇게 설정을 했다. 이것은 특이한 소재를 무공과 결부시켜 특수한 능력으로 만들어 버리는 방법인데 논리의 비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좋다. 그냥 넘어가자. 이 정도는 용납을 해야 책을 볼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러한 논리의 비약에 다시 비약이 다시 발생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인고 하니 주인공이 창궁무애검법을 펼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데 남궁세가의 절전된 최고의 검법인 제왕검법을 그려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창궁무애검법의 하늘의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본질적으로는 이것이라면서 그려낸 것이 제왕검법인 것이다. 즉, 무공의 창안단계에까지 이른다. 작가는 왜 이러한 논리의 비약, 그리고 논리의 비약의 비약을 빠르게 가져가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보다 더 설득력 있게 그림과 무공의 결부를 순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했다고 보는 데 말이다.
이러한 의문은 제왕검법을 그린 그림이 남궁세가에 전달 된 후에 의문이 풀렸다. 무엇인고 하니 학사검전을 보신 분이라면 쉽게 아실것이다. 학사검전의 주인공인 학사는 이야기꾼으로부터 비무를 전해듣고 검로를 파악해 내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식으로 수많은 비무를 접하다 보니 검법의 조예가 쌓인다. 무공을 보는 안목이 생긴 것이다. 나중에는 모용세가의 절전된 검법을 완성하여 서신을 통해서 모용세가에 전달하게 된다. 학사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한 서신을 보냈나하는 생각을 가지는데... 화공도담과 너무도 흡사하지 않은가!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던 학사검전의 그 부분이 화공도담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소재만 다를 뿐이고 학사검전과 무엇이 다른가! 또한 히로인이 되는 모용세가의 여인이나, 남궁세가의 여인이나 비슷한 패턴이지 않는가! 참고로 학사검전에서의 학사는 처음부터 무공을 접하여 그러한 안목이 길러진 것이라 논리의 비약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본 뒤로는 가슴이 싸늘히 식다못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비틀기를 한다고 그것이 표절이 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권 후반부에 주가장의 연회에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시 한번 필자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 핵심사항만 살펴보자.
악공전기에서 주인공은 무림맹으로 불려가 연주를 하는데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북으로 연주를 하고 사람들은 감탄을 한다는 장면이 있다. 화공도담에서는 주인공이 주가장으로 불려가 그림을 그리는데 자신의 화구가 손상되어 익숙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려내어 사람들은 감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악공이 화공으로, 음악이 그림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 무엇이 다른가? 앞서 학사검전의 핵심사항을 비틀기한 것과 비슷하지 않는가! 이 부분은 악공전기에서 감동을 주는 장면으로 학사검전의 핵심사항처럼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화공도담의 팬들은 이를 클리셰라고 하며 반박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학사검전과 악공전기의 핵심 내용인 이 부분들에서 우리가 왜 열광했는지를 기억해보자. 참신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것은 클리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협소설에서 워낙에 알게모르게 복제가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는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인가? 또 하나의 클리셰로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처럼 중요한 장면을 재현하듯이 그려낸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으려 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언급된 두 작품과 유사하고, 음악을 통해서 고수가 되었듯이 그림을 통해서 고수가 되는 흐름이 유사하다.
필자만 이렇게 보았나? 검색해보니 감상Low란에서 필자보다 더 자세하게 이를 다룬 輔國님의 글을 찾게 되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review&page=1&sn1=&divpage=1&sn=off&ss=on&sc=off&keyword=화공&select_arrange=headnum&desc=asc&cons_dis=d&no=2486
(링크의 댓글부분에서 언급된 내용중 유수행인지 강호기행록인지 하는 작품과도 유사한 점이 있는 것으로 나왔는데 확인해 보실분은 확인해 보시기를...
링크가 클릭이 안되네요. 비평Low란에서 화공도담 검색하면 나옵니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촌부라는 작가는 필력이 좋다. 향후 진정 자신만의 것을 그려낸다면 화공도담의 주인공처럼 뛰어난 고수가 될 것도 같다. 그러나 자신만의 재료로써 음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화공도담 같은 짬뽕맛 나는 작품을 지향한다면 그릇된 방법으로 인해서 주화입마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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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쓸까말까 고민을 한참 했습니다. 글을 쓰기도 전에 이런 글을 올리면 얼마나 많은 공격에 시달려야 할까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 만큼 수작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비평을 쓰게 된 것은 화공도담의 작품이 그러했기 때문에 나온 것일 뿐입니다.
역시나 글 올리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표가 순간적으로 올라가는 군요. 한분이 계속 그러시는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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