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무사
작가 : 보헤미아
출판사 : 문피아 연재
80화가 넘는 분량의 글입니다만, 50화 정도에서 읽는 것을 멈췄습니다. 재미가 없었냐고 하면 아닙니다. 철저하게 조사한 역사적 고증을 기반으로 쓰인 ‘무사’는 재미있었습니다.
‘무사’는 역사적 배경에 허구를 가미하고 판타지를 불어넣은 소설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북벌에서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이 복수하는 여정. 이 과정에 구미호가 등장하고 여우구슬이 등장하며 주인공은 여우구슬의 힘으로 초인이 됩니다.
역사적 배경에 판타지의 깊이를 적절히 조절한 것도 돋보입니다. 구미호가 등장한다고 하나 이는 소품, 조연의 역할이며 어디까지 현실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실적인 판타지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무사는 이것을 해냈습니다.
무사를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모든 장면이 재미있었다는 겁니다. 주인공이 밥을 먹고, 장비를 정비하고 심지어 마패를 가지고 말을 갈아타는 것까지 모든 장면이 사극을 보는 것처럼 생생해서 재밌었습니다. 이는 작가가 작품을 쓰기 위해서 많은 공부를 했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시간과 사건을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이동할 때 이동하고, 싸울 때 싸우고, 대화할 때 대화합니다. 글의 구조가 쫀쫀하게 짜여있어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글의 시작 부분에 서서 마지막 도착지를 정한 다음 중간의 과정을 써냈습니다. 그래서 글이 늘어지거나 급하지 않고 안정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무사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감동이 없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은 재미있게 읽지만, 읽고 나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기분. 영화를 보고 나서 흔히들 말하는 ‘재미는 있었는데 남는 게 없네.’ 이것과 같은 걸 ‘무사’에서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무사’를 끝까지 읽지 못한 원인입니다.
왜 무사에선 감동을 하지 못했을까? 답은 명확합니다. 초인이 된 주인공은 승승장구하며 전쟁에서 승리합니다. 어떤 어려움도 고난도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이 공감되지 않습니다. 퇴각한 줄 알았던 적군이 역습해도 위기가 느껴지지 않고 심지어 주인공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을 때도, 그리고 그것이 첩자에 의해 계획된 일이란 것을 알고 비통해 할 때도 어떤 감정도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사건이 워낙 쉽게 풀리기 때문에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건을 해결했어도 그것이 대단한 일인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공감하지 못한다는 건 몰입하지 못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고 이러니 감동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딱 한순간 울컥했던 적이 있었는데 주인공의 동료인 장익환이 포로로 잡혀간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입니다.
무사를 읽으면서 감동하지 못했고 그래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마추어 작품의 평론을 하면서 힘든 것 중 하나는 ‘기준’을 정하는 겁니다. 아마추어의 작품을 프로와 비교하여 평하는 건 과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대로의 선을 가지고 평을 합니다.
무사의 경우는 그 선을 평소보다 위로 올렸습니다. 분명 이것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라 판단했고 지금의 ‘무사’보다 더 좋은 소설을 읽은 싶은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장래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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