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화로운 어느날 새벽. 우리집에 찾아온 복면의 괴한들로 인해 부모님은 인질로 잡혔고, 그들은 부엌칼을 들이대면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운좋게 그들에게 잡히지 않고 간신히 몰래 집을 탈출할 수 있었다. 우리집의 평화를 깨트리려는 복면의 괴한들. 나는 황급히 게임방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게임뿐.
2.수능을 망친 동생은 하루하루를 시름시름 보내다가 어느날 나에게 한통의 문자를 보내고 자취를 감췄다.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 황급히 달려간 곳은 어느 10층 건물앞. 그곳 옥상난간에 서서 동생은 한 손에 소주병을 든 채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세상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구급대원에 신고를 하면서 난리를 피우고 있었고 구경꾼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그 순간, 나는 황급히 집으로 달려와 컴퓨터를 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게임뿐.
3.평화로운 일상의 어느 날. 등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괴한의 목소리에 나는 그만 등골이 오싹해지고 말았다. 기계음으로 변조된 그 목소리는 초등학생인 내 동생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현금1억원을 가지고 약속된 장소로 나오라는 내용을 매우 담담한 억조로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그만 놀라서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경찰에 신고해야 되나? 아니면 부모님께 먼저 말씀을 드려야 되나?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이 혼란스러웠다. 그 순간, 나는 모든 망설임을 벗어던지고 황급히 방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게임뿐.
4.노점상 리어카를 끌고다니시면서 늘 새벽녘이 되서야 일을 끝마치고 돌아와 하루하루 우리가족을 먹여살리시던 어머니. 손발에 멍이들고 굳은살이 박혀도 아프다는 소리 한 말씀 없이 그저 자식들만 챙기기에 여념이 없으시던 어머니가 어느날 나에게 돈봉투를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이것은 10년간 모아놓은 돈인데, 나중에 네가 공부를 열심히해서 대학을 갔을때 뒷바라지 하기위해 모아놓은 전재산이라고. 그러니 이 못난 어미처럼 되지 말고 나중에 공부 열심히해서 떳떳하게 직장도 얻고 결혼도 해서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라고. 한없이 웃으시던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그만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래. 어머니에게 당당할 수 있는 자식이 되자. 그날 밤 나는 어머니가 잠든 틈을 타 돈봉투와 장농속의 폐물들을 몰래 들고 집을 도망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게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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