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21 최지건
작성
13.09.01 22:59
조회
5,506


  예전에 썼던 살귀록의 서장에 등장했던 인물의 뒷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죽림원 고문조 조장이었던 파동선이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 인생을 바꿔 가는 이야기 입니다.

 회귀물이기는 한데 전형적인 구성은 피해보려고 나름 노력을 했습니다.
 독자 분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 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무쪼록 부담없이 와주셔서 감상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스스로 습작생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으면 하거든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서장 부분을 올립니다. 아마 과거 살귀록을 보셨던 분들 중에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진행은 서장 부분과 같이 1인칭으로 진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서장


  “선물을 뭘로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나는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개미를 털어내며 녀석에게 물었다.
 꽤나 배운 녀석이라 들었고 여자를 홀리는데 한가닥 재주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무슨 선물 마..말입니까?”
 나는 녀석의 눈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말해주었다.
  “내일이 어머니 생신이시거든. 선물을 사야 하는데 뭐가 좋겠냐는 말이지.”
 녀석은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나는 느긋하게 녀석의 대답을 기다리며 기둥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기둥이 받치고 있던 지붕에서 흙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이곳도 이제 슬슬 수리를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얼마 안가 무너질 듯싶었다.
 나는 어깨에 떨어진 흙을 털어내고 녀석을 바라봤다.
 움찔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지만 좀 있으면 흠집 날 얼굴에 애정을 담아서 뭐하겠나.
  “오..올해 세수가 어찌 되십니까?”
  “엉?”
  “그 어머님의 연세 말입니다.”
  “아 올해로 환갑이시지. 내일 환갑잔치를 열기로 했어.”
  “아...축하드립니다.”
  “뭘 새삼스럽게.”
 얼굴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녀석도 따라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 선물로 따뜻한 솜저고리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솜저고리?”
 이제는 더듬거리지 않고 말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어머니가 환갑잔치에서 솜저고리를 입고 미소 짓는 모습을 떠올렸다.
 꽤 괜찮아 보였다.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감사합니다.”
  제법 여유로운 미소까지 짓는 녀석을 보며 나는 흡족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어디 괜찮은 포목점 아냐? 내가 그런쪽으로는 영 아니거든.”
   “아, 그거라면 제가 전문입지요. 이곳 북경에서라면 전문대가 제一골목의 양씨포목점이 최고입니다.”
   “오~ 그래?”
   “예 그럽지요. 장안의 어지간한 명가의 아낙이라면 모두 양씨포목점의 옷을 입는다 들었습니다.”
   “이야, 그 정도란 말이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녀석을 보며 나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선물은 그쪽에서 사는 걸로 해야겠다.
 일단 고민이 해소되고 나니 이제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 양씨포목점은 신시정(16~17시)까지 문을 여냐?”
  “아닙니다. 워낙 인기라 보통 신시초(15~16시)에 문을 닫는다 들었습니다.
  “그래?”
 내 마음은 더욱 급해졌다.
 아까전 미시초(13~14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반각 전에 들렸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넉넉잡고 한시진 안에 일을 끝냈었는데 오늘은 더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나는 거미줄을 타고 어깨에 내려앉은 거미를 털어내고 녀석의 앞에 섰다.
 내 얼굴의 다급함을 읽었는지 녀석의 얼굴은 처음 이곳에 들어 왔을 때와 같이 굳어갔다.
 나는 목을 좌우로 꺾고 허리에서 도구를 꺼냈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던 녀석은 내가 꺼내든 도구를 보고 사색이 되어 외쳤다.
  “대협! 대협! 살려주십시오! 제가 한게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그년이 혼자 도망 간 겁니다! 믿어 주십시오!”
 지하공간에 녀석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에 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녀석은 더 목청을 높였다.
 시끄럽다.
 나는 녀석의 허벅지에 꼬챙이를 박아 넣었다.
 비명이 귓전을 때렸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고통에 헐떡이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올 뿐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시간이 없다. 보통 느긋하게 괴롭히면서 입을 열게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초고속으로 입을 열게 해줄테니 고맙게 알아.”
 두려움에 떠는 녀석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분명히 은 스무냥의 가치가 있는 여자라고 들었다.
 돈의 가치대로라면 꽤나 미색이 출중한 여자라는 말이겠지.
 아마 여자가 갇혀있던 방문을 열고 도망을 치게 만드는 동안 이성이 마비되어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보통 아는 게 많다고 생각하는 녀석 일수록 그런데는 약한 법이니까.
 아마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게 분명했다.
 여자를 탈출시킨 후 어디에서든 만나자고 작당은 했겠지만 그 약속 장소에 여자가 나올 일은 없었다.
 이제까지 이런 녀석을 숱하게 고문해온 다년간의 경험에 따르면 그런 경우는 결단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는 녀석의 허벅지에 꽂은 꼬챙이를 비틀며 녀석의 눈을 들여다봤다.
 예전에 양놈들의 학문을 배웠다는 녀석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인간에게는 무의식이라는 게 있고 그걸 자극하면 뭐라도 나온다고 말이다.
 그 말을 한 그 녀석은 자신이 지껄인 그 말대로 정말로 ‘뭐라도’ 내뱉고 뻗었다.
 아마 이 녀석도 뭐라도 지껄이고 뻗을 것이다.
 그 정도로 충분하다.
 뭐라도 지껄이면 그걸로 내 일은 끝이니까.
 꼬챙이를 뽑았다.
 피가 맺힌 꼬챙이를 녀석의 눈에 가져다 대며 나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빨리 불어. 그래야 고통도 짧을 테니까.”


  고통은 그리 짧지 않았다.
 나는 오래전 잘려나간 약지를 쓰다듬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대략 햇수로 칠년은 되지 않았나 싶다.
 처음 청죽원에 발을 디뎠을 때만 해도 세상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라는 호승심으로 넘쳐흘렀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도 청죽원에 들어가 일 년이 지났을 무렵 끝장났지만 말이다.
 애초에 꽤나 규모가 크다고는 해도 결국 뒷골목 왈자패 였다.
 그것도 보통 왈자패 보다 더 더러운 일을 한다는 것 정도로 차별화가 될 뿐이었다.
 한마디로 일 년이 지난 시점에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직장에 발을 디딘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지내며 짬이 차서 재능을 인정받고 고문조의 조장이 되었을 때는 정말 이제 내 인생 쫑났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순간 처음 조직에 들어갈 때 어머니께서 했던 말이 떠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육갑한다.
 지금도 가끔 어머니의 이 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고문을 하는 동안 어느새 그걸 즐기고 있을 때나 아무렇지도 않게 고문할 인간과 대화를 할 때 였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육갑질을 한 게 되네. 
 하지만 이 일. 
 그러니까 육갑질도 어머니의 환갑잔치와 함께 끝난다.
 고문조의 조장이 되고 어머니의 그 말이 떠올랐을 때부터 그렇게 정한 일이었다.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
 그러니 삼년 후에 손을 씻게 해달라.
 두목에게 그렇게 부탁하고 허락을 받았다. 
 물론 아무 대가 없이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그 말을 내뱉은 순간 왼손 약지가 잘렸고 허락을 받을 때 삼년 동안 받을 봉급의 칠 할과 오른손 약지가 잘렸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했다.
 그래도 그 덕에 이렇게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으로 가게 된 것 아니겠나.
 약지 없는 왼손에 어머니의 솜저고리를 들고 말이다.
   “거기 신씨 총각 아닌가?”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유등 하나가 켜져 있었다.
 이웃집 왕영감이 그 유등 아래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날도 추운데 왜 나와 계십니까?”
 내 말에 왕영감은 너털 웃으며 말했다. 
   “자네 어머니 성화에 내가 나선게지. 육십 먹은 노친네가 밖에 나와서 아들을 기다린다는데 쪼그라들기는 했어도 거시기 달린 체면에 어찌 보고만 있겠나.”
 어찌 된 건지 알만 했다.
 나는 왕영감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그 옆에 앉았다.
   “얼른 들어가 보지 않고 뭐하나. 자네 어머니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계실 텐데.”
 그 말에 한참 뜸을 들이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이 끼었는지 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영감님.”
   “왜?”
   “영감님은 제가 뭐하는 놈 같습니까?”
   “그게 뭔 소리냐?”
   “아니, 뭐 그냥 어떤 놈 같냐는 말입니다.”
  왕염감은 무슨 객쩍은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모습에 슬쩍 고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냥 헛소리라 생각하십쇼. 그럼 어르신 들어가 쉬십시오.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일을 끝으로 일반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감성적이 된 듯싶었다.
  오늘따라 잡소리가 많았다.
  사람이 평소에 안하던 일을 하면 그게 죽을 날이라고 하던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등 뒤에서 왕영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 어미 생각하는걸 보면 좋은 놈이지... 신소리 그만하고 들어가 쉬게.”
  서둘러 사라지는 발소리와 함께 유등의 불빛이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왕영감의 말이 남아 마음을 울렸다.
  그래, 이제까지 못해본 만큼 좋은 놈이 되자. 
  그렇게 떠오른 상념을 되새기며 진창이 된 길 위를 걸었다. 
   “그래! 이제까지 못해본 만큼 좋은 놈이 되자!”
  
   “지랄하네.”
   “응?”

  왠지 가벼워진 머리가 공중을 날았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달도 별도 뜨지 않은 밤, 시야는 완전히 어둠에 가려져 있다.
  
   “야, 그런 다짐은 칠 년 전에 했어야지.”

  머리에 육중한 무게가 느껴졌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이제 한 건 끝냈군."

  둔해지는 감각 속에서 담배 연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의 끄트머리에서 담뱃불이 명멸했다.
  희미한 불빛에 내 얼굴을 밟고 올라 선 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포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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